영화 <이터널스> 예고편의 한 장면. 왼쪽에서 세 번째가 배우 마동석이 연기한 길가메시다.

영화 <이터널스> 예고편의 한 장면. 왼쪽에서 세 번째가 배우 마동석이 연기한 길가메시다. ⓒ 월트디즈니컴퍼니


최근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미나리>(여우조연상, 윤여정)와 <노매드랜드>(감독상, 클로이 자오)가 주요 부문을 수상하면서 아시아 영화인들의 활약 또한 주목받고 있다.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할리우드 영화에 등장하는 동양인은 쿵푸 등 여러 잡기에 능한 무술인이거나 악당, 혹은 상점 주인 등 전형적인 캐릭터 뿐이었다. 분명 최근 일련의 상황은 문화 다양성 면에서도 그리고 왜곡된 아시안 이미지를 바로잡는 데에도 긍정적일 것이다.

그에 앞서 마블 코믹스, 마블 스튜디오 콘텐츠들은 일찌감치 동양인 캐릭터를 주요 서사에 등장시킴으로써 확고한 팬층을 확보해 오고 있다. 2010년 전후를 기점으로 개성과 독창적 능력을 겸비한 캐릭터들이 이어지고 있고, 최근 마블 스튜디오 영화에도 반영되며 팬들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지난 24일 공개된 <이터널스> 예고편에 등장한 마동석은 그런 흐름을 아주 잘 반영하는 예일 것이다. 이를 기념하며 마블 코믹스에 등장한 한국 캐릭터들의 변천사를 알아보자.

마동석 출연 성사 위해 설정까지 바꿔

공개된 예고편에서 마동석이 맡은 길가메시는 안젤리나 졸리가 연기한 테나와 함께 등장하는 등, 세 컷 이상 모습을 드러내며 영화 속 비중 또한 그만큼 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사실 <이터널스>의 원작 코믹스에서 길가메시는 한국인 캐릭터가 아니다. 신석기 시대 때 인류를 찾아와 역사를 함께 하고 문명 발전에 도움을 준 불멸의 히어로 종족 이터널스 중 하나인 길가메시는 강력한 힘을 자랑한다. 마블 스튜디오는 할리우드에서 직접 드라마 리메이크 제작에도 참여하며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마동석의 건장한 외형, 한국에서의 인기를 감안해 길가메시의 설정을 아시안으로 바꿀 정도로 그의 캐스팅에 공을 들였다는 후문이다. 

길가메시는 그 능력과 개성이 <어벤져스>의 헐크와 유사하기에 팬들 사이에선 둘 중 누가 더 강력한지 토론의 대상이 되곤 한다. 실제로 최근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코믹콘에서 <이터널스> 홍보 행사에 참석한 마동석은 "헐크와 길가메시 중 누가 더 세냐"라는 사회자 질문에 주위를 둘러보다가 "마크 러팔로 여기에 없죠? 당연히 길가메시다"라고 재치 있게 답해 현장을 웃음 바다로 만들기도 했다.

좀 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마블 시리즈 영화에 합류한 한국인 배우가 또 있었으니 바로 배우 수현이다. 2015년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 등장한 수현은 한국계 과학자인 닥터 조를 연기했다. 본명은 헬렌 조로 원작 코믹스에 등장하는 한국인 과학자 아마데우스 조의 엄마로 설정돼 있다. 헬렌 조 자체는 원작에 모습을 드러내진 않지만 한국 로케이션 촬영 비중의 증가, 그리고 한국에서의 마블 캐릭터 인기를 감안한 결정으로 보인다. 

마블 코믹스에선 이후 아마데우스 조를 주인공으로 한 <토털리 어썸 헐크>를 발표했고, 비상한 머리의 과학자인 아마데우스가 직접 헐크로 변신하는 모습 또한 묘사했다. 2013년 한국을 방문한 제작자 케빈 파이기 또한 이후 아마데우스 조의 영화 등장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서울드라마어워즈' 수현,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월드스타 배우 수현이 10일 오후 서울 상암동 상암문화광장에서 열린 <2015 서울드라마어워즈> 레드카펫에서 손인사를 하고 있다.

배우 수현. ⓒ 이정민

 
마블 코믹스, 꾸준히 한국 캐릭터 반영

영화가 아닌 마블 코믹스로 놓고 보면 여러 한국인 캐릭터가 등장해왔음을 알 수 있다. 올해 초 마블 코믹스는 자사 작품인 <태스크 마스터> 3화를 공개했는데, 2월 8일경 주한미국대사관이 <태스크 마스터>에 새롭게 등장한 캐릭터를 언급하며 국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뜨겁게 회자됐다. 

캐릭터 이름은 태극기다. 이름만으로도 한국인임을 알 수 있는데 가슴에 태극기가 새겨진 수트를 입고 악당인 태스크 마스터를 대적하는 히어로로 표현돼 있다. 2월 10일 출간된 <태스크 마스터>는 주인공인 마스터가 한국을 직접 찾아 아미 한이 지키고 있는 스파이 기관과 맞서는데 태극기가 아미 한과 함께 그를 막기 위해 등장한다. 

태스크 마스터의 숙적 아미 한 또한 대표적인 마블 코믹스의 한국인 캐릭터다. 2014년 <어벤져스: 일렉트릭 레인>(2014)에 처음 등장한 아미 한은 한국에 마지막 남은 구미호로 설정돼 있으며 화이트 폭스로 알려져 있다. 화이트 폭스는 낮엔 국정원 요원, 밤에는 히어로로서 어벤져스와 합심해 임무를 수행하는데 제법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고증한 캐릭터로 평가받고 있다. 

스파이더맨을 물었던 거미에게 두 번째로 물린 뒤 비슷한 능력을 갖게 되는 신디 문 또한 한국계 미국인으로 설정돼 있다. <스파이더맨> 편에 등장하고 있는 신디 문은 뛰어난 기억력과 예민한 감각을 지닌 걸로 묘사되는데 특별히 이후 작품에서 부각되고 있진 않다. 영화 <스파이더맨 홈커밍>에서 주인공 피터의 학교 친구인 신디라는 캐릭터가 잠깐 등장한 적이 있는데 일각에선 그 캐릭터를 신디 문으로 해석한다.
 
 마블 코믹스의 한국계 히어로 화이트 폭스.

마블 코믹스의 한국계 히어로 화이트 폭스. ⓒ 마블코믹스

 
한국 설화에 등장하는 상상의 동물 해치를 형상화 한 마크 심, <가디언즈 오브 갤러시> 속 인기 캐릭터 욘두와 함께 하는 항해사 암자, 북한에서 엑스맨과 데드풀의 유전자를 조합해 탄생시킨 김일성 등도 마블 코믹스에서 꽤 언급된 한국인 캐릭터들이다.
 
이밖에도 마블이 국내 게임업체 넷마블과 함께 만든 RPG 게임 <마블 퓨처파이트>엔 K-Pop 스타 출신 히어로 루나 스노우, 그리고 태권도 소녀 크레센트가 나온다. 각각 설희, 단비라는 이름이 있는 이들은 모두 특출난 능력을 갖게 되는 한국 히어로로서 2019년 5월 마블이 발표한 아시안 히어로 군단 이야기인 <왕국의 전쟁-뉴 에이전트 오브 애틀라스>에 합류해 마블 코믹스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게 됐다.

지난 24일 공개된 <이터널스> 예고편은 하루 만에 누적조회 1000만을 돌파했다.  그만큼 세계 영화 팬들의 관심이 뜨겁다는 방증이다. 이 흐름에 또 한 명의 한국 배우가 합류했다는 사실은 충분히 그 의미가 깊다고 할 수 있겠다. 코로나19 팬데믹 시대를 맞은 극장가의 활력이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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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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