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21 프로야구 신한은행 SOL KBO리그' kt 위즈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 3회까지 삼자범퇴로 kt 타선을 막은 한화 김민우가 로진 백을 들어보이고 있다.

지난 21일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21 프로야구 신한은행 SOL KBO리그' kt 위즈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 3회까지 삼자범퇴로 kt 타선을 막은 한화 김민우가 로진 백을 들어보이고 있다. ⓒ 연합뉴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는 28일 현재 43경기를 소화하여 18승 25패 승률 .419로 9위에 올라 있다. 전력평준화로 7중3약이라는 역대급 순위경쟁이 펼쳐지고 있는 프로야구에서 KIA-롯데와 함께 3약에 속하며 가을야구 경쟁에서 한 발 밀려나 있다.

하지만 한화를 바라보는 분위기가 KIA나 롯데와는 사뭇 다르다. 올해와 같은 경기수를 기준으로 지난해 이맘 때의 한화는 10승 33패 승률 .233에 그치며 리그 최하위에 머물러 있었다. 연이은 졸전 속에 리그 최다연패 기록과 감독교체, 베테랑들의 2군행 등 팀 사정이 급박하게 돌아가면서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혼돈의 연속이었다. 반면 올시즌 순위는 여전히 하위권이지만 승패를 떠나 그래도 경기다운 경기를 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데다가 승률도 지난해와 비교하면 훨씬 높다. 무엇보다 팀이 조금씩 발전하고 있다는 희망을 보여주고 있다는 게 고무적이다.

한화는 올시즌을 앞두고 대부분의 전문가와 야구팬들에게 유력한 꼴찌 후보로 예상됐다. 지난 시즌 최하위를 기록한 이후 한화는 선수단을 대거 물갈이하며 베테랑 선수들을 방출했다. 약 20년간 한화의 중심타자로 활약했던 김태균은 은퇴했다. 한화는 구단 역사상 최초로 외국인 사령탑이자 마이너리그에서 '육성 전문가'로 명성을 쌓은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을 영입하며 오랜 숙원인 '세대교체와 리빌딩'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한화의 2021시즌을 바라보는 팬들의 시선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리빌딩이 필요하다는 데는 대부분 공감했지만 풀타임 경험이 부족한 젊은 선수들만 데리고 어떻게 한 시즌을 꾸려나갈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았다. 한화는 지난해 FA시장에서도 대어급 선수들의 외면을 받으며 초라한 위상을 실감해야 했고, 외국인 선수들도 가성비 위주의 영입에 그쳤다. KBO리그에 처음 도전하여 적응하기도 바쁜 외국인 감독에게는 최악의 환경처럼 보였다.

하지만 막상 시즌이 개막하자 한화는 예상을 뒤집고 선전하고 있다. 이는 기록과 내용면에서도 증명된다. 지난해 같은 경기 기준 한화의 팀 타율은 .235에서 .241로, 평균자책점은 6.02에서 4.57로 향상됐다. 여전히 리그 하위권이기는 하지만 주축 선수들이 대거 물갈이되고 특별한 전력보강이 없는 상황에서도 오히려 지난해보다 짜임새 있는 경기 내용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은 고무적이다.

수베로 감독은 부임 당시부터 올시즌의 최우선 과제로 '팀 체질 개선'을 꼽았다. "지금 팀 순위가 몇 위이고 몇 승을 했는지 살펴보는 것보다 선수 개개인이 얼마나 성장하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순위표는 시즌 막바지에 확인하면 된다"라고 이야기한 바 있다. 선수들 하나하나가 성장해야 팀이 강해지고 성적은 자연히 따라온다는 메이저리그식 리빌딩 철학을 드러내난 장면이다. 그렇다고 매 경기마다 승리에 대한 의지를 포기한 것은 아니다.
 
 지난 21일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21 프로야구 신한은행 SOL KBO리그' kt 위즈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 2회초 2사 kt 박경수의 외야 뜬공을 잡아낸 한화 외야수 김민하(가운데)가 밝게 웃으며 덕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지난 21일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21 프로야구 신한은행 SOL KBO리그' kt 위즈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 2회초 2사 kt 박경수의 외야 뜬공을 잡아낸 한화 외야수 김민하(가운데)가 밝게 웃으며 덕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 연합뉴스

 
실제로 수베로 감독은 자신의 공약을 충실하게 지키고 있다. 그는 이름값과 명성에 얽매이지 않고 야수들에게 공평하게 '100타석'을 기준으로 안정적인 기회 보장을 약속하며 선수들이 마음껏 자신의 기량을 펼쳐보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한편 수비에서는 맞춤형 시프트의 도입과 불펜 운영으로 필요할 땐 관리야구에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화는 비록 팀 타율은 최하위지만 득점권 타율이 상위권인데다, 투수들은 최다볼넷 1위지만 득점권 피안타율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엉성한 수비와 본헤드플레이로 악명 높았던 한화의 수비효율성은 올해 리그 선두권(.711 통계업체 스포츠 투아이 26일 기준)이다. 그만큼 한화가 전력 자체는 떨어져도 중요한 상황에서는 집중력을 발휘하고 있으며, 선수들 스스로 '경기를 읽는 눈'을 조금씩 깨우쳐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젊은 선수들의 성장세는 올시즌 한화에 가장 큰 소득이다. 한화의 토종선발 김민우는 27일 두산 베어스와의 원정경기에서 7이닝 3피안타 3사사구 6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시즌 6승째를 신고했다. 그의 시즌 개인 최다승이다. 2015년 2차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한화에 입단한 김민우는 2018시즌과 2020시즌 각각 5승을 기록한 게 종전 최다승이었다.

김민우는 현재 다승 부문에서 원태인(삼성)과 공동선두에 올랐다. 자책점도 3.33(15위)으로 준수하다. 한화는 류현진(토론토)이 떠난 이후 8년간 이렇다할 토종 에이스가 없었고 10승을 거둔 것은 2015년 안영명이 마지막이었다. 올해 한화 선발진의 에이스로 성장한 김민우는 개막 두 달 만에, 그것도 팀 성적이 9위에 그치고 있는 상황에서 팀 승수의 1/3을 혼자 책임지며 한화 마운드의 희망으로 떠올랐다.

타선에서는 '김태균의 후계자'로 떠오른 노시환이 돋보인다. 2021시즌 9홈런(공동 6위) 41타점(공동 2위) 타율 .296으로 당당히 공격 부문에서 두루 상위권에 올라 있다. 정은원은 선구안과 외야로 강한 타구를 생산하는 능력이 향상돼 올시즌 .426(5위)의 높은 출루율로 한화의 확실한 새 리드오프로 자리매김했다. 초반 부진하던 외국인 타자 라이언 힐리가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는 것도 고무적이다.

여기에 폭넓은 경쟁체제가 확립되면서 장운호, 김민하, 정진호, 조한민 등 1,2군에 걸쳐 동기부여가 늘어나고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는 선수들이 크게 늘었다. 지난 시즌 팀의 부진 속에 뼈를 깎는 아픔을 감수하면서 미래를 위하여 젊은 선수들에게 꾸준히 기회를 보장한 것이 조금씩 효과를 보고 있는 모습이다.

물론 아직은 보완해야할 과제가 많다. 킹험-카펜터-김민우를 제외하고 4.5선발에 안정적인 선발 이닝이터가 부족한 팀 사정상 불펜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것은 시즌 중후반에 접어들며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 최다 볼넷을 기록중인 한화는 아직 수베로 감독이 원하는 공격적인 투구를 보여주는 투수들이 많지 않다.

임종찬이나 유장혁처럼 수베로 감독이 믿고 기다려줬음에도 좀처럼 이렇다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고 부진에 빠지거나 2군에 내려간 선수들도 있다. 전반적으로 아직은 경험이 부족한 선수들이 많다보니 경기력 기복이 심하다. 젊은 선수들이 정신적인 부담감을 얼마나 극복하고 성장하느냐가 올시즌 리빌딩의 성패를 가늠할 관건이다. 오랜 세월 성적과 육성 사이에서 고민하던 한화가 이제야 조금씩 올바른 방향을 잡아가고 있는 만큼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인내와 믿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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