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피마르소의 머리 위로 헤드폰이 내려앉은 순간, 사랑은 시작됐습니다. 소녀의 눈앞에 완전히 다른 세상이 펼쳐졌지요. 아등바등 사느라 자주 놓치게 되는 당신의 낭만을 위하여, 잠시 헤드폰을 써보면 어떨까요. 어쩌면 현실보단 노래 속의 꿈들이 진실일지도 모르니까요. Dreams are my reality.[기자말]
 새 미니앨범 <다섯 마디>로 돌아온 가수 정승환.

새 미니앨범 <다섯 마디>로 돌아온 가수 정승환. ⓒ 안테나


요즘 젊은이 같지 않다는 말에 딱 부합하는 가수를 꼽으라면 주저 없이 이 세 사람을 꼽을 것이다. 아이유, 정승환, 곽진언. 포크풍의 노래를 즐겨 부르는 세 사람이 하나의 노래로 뭉쳤다. 바로 정승환의 신보 <다섯 마디>의 수록곡 '러브레터'를 통해서다. 

아이유가 작사 작곡해 정승환에게 준 노래가 바로 '러브레터'인데, 아이유가 자신이 작곡한 노래를 다른 가수에게 준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여태껏 작사가로서 가사는 많이 줬지만 작곡까지 한 곡을 정승환에게 처음 준 건 어떤 연유에서일까.

비하인드가 재밌다. KBS2 <유희열의 스케치북>에 아이유가 출연했을 때 미공개곡이었던 이 자작곡을 불렀는데 정승환이 그걸 보고 너무 좋아서 커버해서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렸고, 그걸 정승환 소속사 대표인 유희열이 듣고 그와 무척 잘 어울린다는 생각에 아이유에게 곡을 달라고 제안한 것. 

곽진언은 기타로 이 곡에 참여했다. 앞서 정승환은 인터뷰에서 "목소리보다 기타소리가 더 중요한 곡인만큼 기타 연주를 누구에게 부탁해야 하나 고민이 많았다"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곽진언이 딱 떠올라 그에게 부탁했고 그렇게 이 곡에 그가 참여했다고 한다. 이렇게 해서 '감성 장인'이라고 할 수 있는 세 사람이 한 노래에서 만난 것이다. 예스럽고 차분한 그 특유의 분위기가 형성되지 않을 수 없다.  
 
"골목길 머뭇하던 첫 안녕을 기억하오/ 그날의 끄덕임을 난 잊을 수 없다오
길가에 내린 새벽/ 그 고요를 기억하오/ 그날의 다섯시를 난 잊을 수 없다오"


요즘 노래에서 사실 '-오'라는 어미를 쓰는 일은 잘 일어나지 않는다. 옛날 노래에서나 들을 수 있는 정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러브레터'의 이 옛 말투는 전혀 어색함이 없다. 노랫말을 쓴 게 아이유고, 그 가사를 입으로 부른 게 정승환이니까. 정승환은 원래 포크를 좋아한다고 밝히기도 했는데 "아이유 선배님의 곡에는 기본적으로 포크가 깔려 있어서 제 취향에 너무 잘 맞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말 요즘 사람 같지 않은 감성의 가수들이다.
 
 새 미니앨범 <다섯 마디>로 돌아온 가수 정승환.

새 미니앨범 <다섯 마디>로 돌아온 가수 정승환. ⓒ 안테나

 
"반듯하게 내린 기다란 속눈썹 아래/ 몹시도 사랑히 적어둔 글씨들에
이따금 불러주던 형편없는 휘파람에/ 그 모든 나의 자리에/ 나 머물러 있다오"


듣는 이의 머릿속에 어떠한 장면이 떠오르게끔, 그림을 그리듯이 노랫말을 쓰는 아이유 가사의 특징이 잘 드러나는 대목이다. 그가 작사한 '밤편지' 역시 반딧불이가 있는 조용한 마을의 밤을 떠올리게 했다. 이 곡에서 '반듯하게 내린 기다란 속눈썹 아래'라는 구절은 특히 아름답다. 아이유가 쓴 가사 속 화자들은 언제나 이렇게 정갈하고 수줍고 차분한 이미지인 듯하다.

그리고 아이유는 과거의 한 순간을 회상하는 가사를 즐겨 쓰는 듯하다. '밤편지'에서도 '그날의 반딧불을 기억'하고 '첫 입맞춤을 떠올리는' 것처럼 이 곡에서도 이따금 불러주던 형편없는 휘파람을 떠올리며 그때 그 시간에 다시금 머무른다.  

"아끼던 연필로 그어놓은 밑줄아래/ 우리 둘 나란히 적어둔 이름들에
무심한 걱정으로 묶어주던 신발끈에/ 그 모든 나의 자리에/ 나 머물러 있다오"


아주 작디작은 사소한 순간들을 화자는 기억하고 있다. 두 사람의 이름을 적어둔 일, 신발끈을 묶어주던 일... 이 역시도 아이유 표 가사의 특징이 아닐 수 없다. 별것 아닌 장면들을 섬세한 시선으로 곱씹는 것. 가령, '무심한' 걱정이라든지 '형편없는' 휘파람이라는 구절을 보면 화자가 바라보는 연인의 모습이 보다 상세하게 그려진다. 대체로 담백하고 풋풋하다. 

정승환의 목소리와 곽진언의 기타는 이런 아이유풍의 가사를 더없이 잘 표현해낸다. 깊이 있으면서 담담한 듯한 소리들이 노랫말과 멜로디에 깃든 요즘 가요 같지 않은 묘한 분위기를 극도로 끌어올린다. 이 세 사람의 조합은, 살아보지도 않은 옛날을 추억하게 만드는 마술과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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