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야레알이 승부차기까지 가는 치열한 접전끝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를 물리치고 유로파 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비야레알는 27일 새벽(한국시각) 폴란드 그단스크에 위치한 스타디온 에네르가 그단스크에서 열린 '2020~2021 UEFA 유로파 리그' 결승전 맨유와의 경기에서 연장까지 1-1 무승부를 기록한 뒤 승부차기에서 11-10의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클럽 통산 첫 번째 유로파 리그 우승을 기록한 비야레알은 다음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출전권 티켓을 얻은반면 맨유는 지난시즌에 이어 또 다시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준우승에 머물렀다. 

 
 유로파 리그 우승을 차지한 비야레알

유로파 리그 우승을 차지한 비야레알 ⓒ 비야레알 공식 트위터 캡쳐

 
버티고 또 버텨낸 비야레알, 승부차기에서 웃다

지난 주말 경기에서 주전급 선수들을 모두 내보낸 비야레알과 달리 대대적인 로테이션을 가동한 맨유는 체력싸움에서의 우위를 바탕으로 경기 주도권을 잡았다. 하지만 비야레알도 끈질기게 버텨내며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비야레알이 이렇게 버틸 수 있었던 데에는 안정적으로 가동된 수비가 원동력이었다. 4-4-2 포메이션에서 수비와 미드필드 사이의 간격을 일정하게 유지한 채 두 줄 수비를 세워 공간을 차단했다. 그 결과 중원에서 패스줄기가 막힌 맨유는 최전방에 포진한 카바니를 비롯해 2선에 위치한 세 명의 선수(브루노 페르난데스, 마커스 래시포드, 메이슨 그린우드)의 영향력이 감소한 가운데 양쪽 풀백과의 연계 플레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힘겨운 경기를 펼쳐야만 했다.

이는 기록에서도 나타난다. 센터백이자 팀의 리더인 라울 알비올은 양 팀 선수중 최다인 10번의 걷어내기와 4차례의 헤딩 클러이링을 기록하며 수비의 중심을 잡았다. 라이트백인 후안 포이스 역시 5회의 태클 성공으로 양 팀 최다기록을 세운 데 이어 9번의 볼 경합에서 승리하며 루크 쇼와 마커스 래시포드가 버틴 맨유의 왼쪽 측면 공격을 잘 막아냈다. 특히 포이스는 전반 10분 포그바와의 충돌로 인해 출혈이 발생하는 부상을 입었음에도 후반 43분 교체될 때까지 붕대를 감고 경기를 뛰는 투혼을 불사르며 동료들에게 파이팅을 불어넣었다.

이를 바탕으로 전반 29분엔 선제골을 얻었다. 프리킥 기회에서 다니엘 파레호가 올려준 볼을 헤라르드 모레노가 몸을 날려 슈팅으로 연결해 득점을 터뜨린 것. 단 한 차례 찾아온 기회를 살림과 동시에 해리 매과이어가 빠진 뒤 세트피스 수비에서 문제를 드러내던 맨유의 약점을 적절히 이용한 것이었다.

후반전에도 비야레알의 저력은 이어졌다. 후반초반 수비진의 집중력이 흐트러지며 카바니에게 동점골을 허용하는 등 여러차례 위기를 맞이했으나 적절한 선수교체를 통해 전술변화를 꾀함과 동시에 체력싸움에서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이며 오히려 연장전에선 비야레알이 경기를 주도하는 양상으로 이어졌다. 실제 슈팅수만 봐도 전, 후반 90분 결과에선 8대13으로 밀렸지만 연장 30분 동안에는 4대1로 비야레알이 앞섰다.

이렇게 버틴 대가는 승부차기에서 이어졌다. 경기를 주도했음에도 정규시간에 경기를 끝내지 못한 맨유 선수들과 달리 비야레알 선수들은 침착하게 성공시키면서 11번째 키커인 룰리 골키퍼 차례까지 왔다. 룰리 골키퍼는 키커로 나서 침착하게 성공시킨 데 이어 맨유의 11번째 키커였던 데 헤아 골키퍼의 킥까지 막어내며 승부의 마침표를 찍었다.

지략싸움에서 이긴 에메리, 유로파 리그 무패우승 이끌어

이날 비야레알의 승리는 에메리 감독의 뛰어난 지략이 가져다 준 승리였다. 후반초반 맨유는 스캇 맥토미니의 전진능력이 빛을 발하면서 공격의 활로를 열어가기 시작했다. 그 결과 후반 9분 세트피스 혼전상황에서 카바니의 동점골이 터지는 등 분위기가 맨유 쪽으로 기울어가기 시작했다.

자칫하면 그대로 무너질 수도 있는 절박한 상황에서 에메리 감독은 교체카드로 변화를 모색했다. 후반 15분 공격수 카를로스 바카를 빼고 프란시스 코클랭을 투입해 중원을 강화한 데 이어 후반 33분에는 측면 공격수로 출전했던 마누엘 트리게로스와 예레미 피노 대신 파코 알카세르, 모이 게레로를 투입해 변화를 줬다. 여기에 마리오 가스퍼, 알베르토 모레노, 다니엘 라바를 투입해 승부차기에 대비하는 치밀함까지 선보였다.

이는 성공적이었다. 교체카드를 활용해 흐름에 변화를 준 비야레알은 이후 체력싸움에서의 우위를 통해 경기 주도권을 가져올 수 있게 됐다. 여기에 교체투입된 선수들 모두 승부차기를 실수없이 성공시키면서 우승에 밑거름이 됐다. 

여기에 룰리 골키퍼에 대한 에메리 감독의 신뢰도 크게 작용했다. 주전 골키퍼인 아센호가 PK 방어능력이 뛰어나다는 점을 상기해봤을 때 골키퍼 교체 가능성도 있었으나 에메리 감독은 룰리 골키퍼를 신뢰하는 쪽으로 결정을 내렸다. 그리고 룰리 골키퍼는 마지막 키커로 나서 슛을 성공시킨 데 이어 데 헤아 골키퍼의 킥을 막아내며 믿음에 보답했다. 

경기시작부터 끝까지 에메리 감독의 현실적인 전술대응과 신뢰가 가져다 준 승리였다. 이에 반해 맨유 솔샤르 감독은 전혀 대응하지 못했고 연장전반 10분에서야 그린우드대신 프레드를 투입하는 한 발 늦은 교체작전으로 유리함을 살리지 못했다.

비야레알의 유로파 리그 우승으로 에메리 감독은 개인통산 4번째 유로파 리그 우승을 이룩하며 지오바니 트라파토니 감독(유벤투스 시절 1976~1977, 1992~1993, 인터밀란 시절 1990~1991)를 제치고 역대 최다우승 감독으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아울러 비야레알은 이번 대회에서 무패우승(조별리그 5승 1무, 토너먼트 7승 1무)을 기록하며 역대 7번째 유로파 리그 무패우승을 기록한 팀이 됐다.

*역대 UEFA 컵/유로파 리그 무패우승 팀
1. 1972년: 토트넘 핫스퍼
2. 1979년: 묀헨 글라드바흐
3. 1982년: 괴테보리
4. 1987년: 아약스
5. 1992, 2019년: 첼시
6. 2021년: 비야레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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