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파이프라인> 배우 서인국 인터뷰 이미지

ⓒ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리틀빅픽처스


인기리에 방송 중인 tvN 드라마 <어느 날 우리 집 현관으로 멸망이 들어왔다>에서 서인국이 그려내는 '멸망'은 세상 모든 걸 사라지게 만들 수 있는 신적인 존재다. 수천 년을 살아오면서 수많은 존재의 소멸을 관장한 그에게 인간의 이기적인 욕망은 하찮게만 여겨질 뿐이다. 드라마에서 서인국이 늘 서늘하고 어두운 눈빛으로 인간들을 바라보는 까닭이다. 그런 그가 돈 때문에 목숨도 거는 욕망의 화신으로 스크린을 찾아왔다. 영화 <파이프라인>에서 '핀돌이'로 변신한 배우 서인국을 25일 오후 화상 인터뷰로 만났다.

26일 개봉한 <파이프라인>은 도유업계 최고 천공의 명수 '핀돌이'가 수천억의 기름을 빼돌리기 위해 거대한 판을 짠 정유기업 후계자 황건우(이수혁 분)의 거부할 수 없는 제안에 빠져 위험천만한 작전에 합류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실제로 (현실에서 벌어지는 도유 범죄에서) 송유관에 천공하는 분들은 찾기 힘들다더라. 유일무이한 존재고, 기름 도둑들이 (경찰에 잡히더라도) 천공하는 사람의 이름은 절대 발설하지 않는다고 들었다. 극 중에서 핀돌이도 본인이 유일무이한 기술을 갖고 있다는 자부심이 있는 인물이다. 위 아래 없이 행동하고 위기 상황에서도 빠른 두뇌회전으로 대처하는 게 범죄자지만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다."

땅 밑에 송유관을 뚫어 기름을 빼돌리는 도유 범죄는 자칫 잘못하다간 순식간에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위험한 일이다. 서인국이 맡은 천공기술자 역할이 매우 중요한 까닭이기도 하다. 극 중에서 핀돌이는 유일하게 1인치짜리 드릴을 사용해 더 많은 기름을 빼내는 기술로, 도유업계 1인자로 우뚝 선 인물. 그러나 서인국은 이러한 설정은 영화에서나 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영화를 준비하면서 자료조사를 많이 했다. 실제로 이런 일이 일어나는 줄 몰랐는데, (도유에) 실패해서 폭발하는 경우도 있다더라. 드릴 1인치도 말도 안 될 만큼 위험한 설정이었다. 그만큼 핀돌이가 유일한 존재라는 걸 보여주는 설정이었다고 생각한다. 황건우가 드릴을 1인치에서 2인치로 바꾸자고 할 때도 '말도 안 된다, 다 죽는다'고 하지 않나. 그만큼 과감한 시도이자 영화적 허용으로 봐주시면 좋겠다."
 
 영화 <파이프라인> 배우 서인국 인터뷰 이미지

ⓒ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리틀빅픽처스

 
2019년 여름 촬영을 마친 <파이프라인>은 영화 스토리 특성상 촬영 대부분이 지하 땅굴에서 진행됐다고. 서인국은 당시를 회상하며 무엇보다 심리적인 압박이 컸다고 말했다. 그런 와중에도 스태프들의 도움이 컸다며 감사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땅굴에서 촬영을 하다보니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 힘든 부분이 많았다. 땅굴 안에 좁은 통로가 있고, 반대쪽은 막다른 길이었다. 저희 시야에서는 (스태프들에 가려져) 밖이 잘 안 보였다. 그런 부분들이 심리적으로 힘들었던 것 같다. 숨이 잘 안 쉬어질 때도 있고 머리도 어지럽고 공기도 탁하고. 심리적으로 힘드니까 체력도 바로 (한계가) 오더라. 스태프분들이 중간중간 바람도 통하게 해주시고 바깥공기 쐬면서 배려 받으며 촬영했는데, 그런 고생스러웠던 기억들이 영화를 보면서 새록새록 나더라."

앞서 언론 시사회에서 유하 감독은 서인국에 대해 "처음 만났을 때 완전히 매료됐다"며 "그땐 다른 작품으로 만났고 그 영화는 무산됐지만 서인국과 헤어지고 싶지 않아 <파이프라인> 시나리오를 다시 내밀었다"고 남다른 애정을 드러낸 바 있다. 서인국 역시 유하 감독과 꼭 다시 한 번 함께하고 싶다고 전했다.

"유하 감독님은 영화계의 거장이시고, 누아르 장르에서도 훌륭하신 감독님이시지 않나. 만나기 전에는 긴장을 많이 했다. 촬영장에선 무섭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배우의 의견도 많이 들어주시고 소통하는 것도 좋아하시고. 어떨 땐 끝까지 집요하게 디렉팅 하시는 면도 있었다.

다음에는 유하 감독님과 함께 사랑 이야기를 해도 재미있을 것 같다. 휴먼 드라마도 좋을 것 같고 유하 감독님이 잘하시는 누아르도 해보고 싶다. 무엇보다 저는 유하 감독님 작품 안에서 악역을 해보고 싶단 생각을 많이 했다. 새로운 걸 배울 수 있을 것 같다."


서인국은 특히 극 후반부 격앙된 감정을 드러내는 클라이맥스 신에서 유하 감독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핀돌이 캐릭터가 영화에서 감정 표현을 굉장히 잘 하고 얼굴에 기분이 다 드러나는 사람이지 않나. 영화 후반부에 나오는 감정 신에서도 그런 핀돌이의 모습대로 연기했는데 감독님이 '이 신만큼은 지금까지의 핀돌이가 아닌, 더 깊은 감정으로 연기를 했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 더 깊은 내면을 건드려서 나오는 감정이었으면 한다고. 핀돌이도 그렇지만 배우 서인국으로서도 경험해보지 않은 장면이었다. 영화에서도 잘 표현된 것 같아서 감독님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영화 <파이프라인> 배우 서인국 인터뷰 이미지

영화 <파이프라인> 배우 서인국 인터뷰 이미지 ⓒ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리틀빅픽처스

 
또한 그는 배우들이 다함께 했었던 마지막 싸움 신이 많이 기억에 남는다고도 했다. 영화에서 유쾌하고 코믹하게 그려졌던 그 장면은 실제 촬영장 분위기 역시 그러했다고. 서인국은 배우들이 욕심 내는 와중에도 유하 감독만은 안전을 제일 강조했다고 귀띔했다. 그러면서도 의외의 장면에서 부상 당했던 경험을 함께 털어놓았다.

"마지막에 (싸움 신은) 며칠 찍었다. 당시에는 웃으면서 안전하게 촬영하자고 다들 다독였다. 보호대도 다 착용하고 촬영했고 조금이라도 위험할 수도 있는 부분들은 감독님이 애초에 배제하셨다. 합을 짜고 그러다보니 무술감독님도 그렇고 저희 배우들도 욕심이 점점 생겼는데 유하 감독님은 무조건 무조건 안전해야한다고 하시더라. 많이 배려 받으면서 촬영했다.

그런데 사소한 걸로 다치는 경우가 있더라. 촬영 중에 줄에 묶인 신이 있었다. 줄을 끊고 탈출해야하는 신이었는데, (핀돌이가) 극심한 고통 속에서도 밧줄을 빨리 끊으려고 한다. 그걸 표현하려고 온몸에 힘을 많이 줬는데 뭔가 압력이 차는 게 느껴지고 머리도 어지럽더라. 쉬는 시간에 새끼손가락, 네번째 손가락이 마비됐었다. 너무 힘을 줘서 그런거였다. 일주일 정도 지나면 괜찮아질 거라고 해서 촬영에는 별다른 지장 없이 잘 마칠 수 있었다."


한편 서인국은 ​​​​지난 2009년 Mnet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 시즌1 우승자로 화려하게 데뷔해, 올해로 어느덧 12년차 배우이자 가수가 됐다. 드라마와 영화를 종횡무진 하며 연기활동을 이어가는 것에 비해, 가수로서 활동은 2017년 발표한 디지털 싱글 '함께 걸어' 이후 다소 뜸한 편이기도 하다.

서인국은 "개인적으로도 정규 앨범이 아직 없어서 아쉽다"면서도 "최근 음악 작업실을 마련했다. 친한 작곡가 형들과 작업도 하고 있고, 이번 드라마 <어느 날 우리 집 현관으로 멸망이 들어왔다> OST에도 참여했다. 앞으로 팬분들께 가수로서도 더 다양하게 보여드리고 싶다"고 다짐했다.
서인국 파이프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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