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말 정인이 사건이 알려지며 전 국민의 공분을 샀다. 모두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느냐'며 분노했다. 하지만 4년 전 대구에서도 이와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 일명 은비 사건.

당시 미혼모에게서 태어난 은비는 예비가정에 입양됐다가 파양됐고, 석달 후에 새로운 예비가정에 입양됐다. 이미 입양아 4명을 키우고 있는 가정이었다. 그때 은비의 나이는 만 3살이었다. 그리고 몇달 뒤 은비는 심정지로 응급실에 실려왔다. 

전문가들은 정인이 사건이 은비 사건의 복사판이라고 입을 모은다. 사실 이 사건에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입양'된 아이에게서 일어난 비극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입양가정들은 이 사건들을 입양의 문제가 아니라 아동 학대의 문제로 봐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과연 정인이 사건이나 은비사건은 입양과는 무관한 것일까. 

지난 16일 KBS 1TV <시사기획 창> '입양-국가는 없었다'편이 방송되었다. 이날 방송에서는 1952년 한국에서 첫 입양이 시행된 후 69년 동안 국가의 개입 없이 민간기관에서 입양을 진행해오는 동안 발생한 절차상의 문제점들을 진단했다. 취재 뒷 이야기가 궁금해 지난 21일 <시사기획 창> '입양-국가는 없었다'편을 취재한 윤영란 기자를 전화로 인터뷰했다.
 
 <시사기확 창>의 한 장면

<시사기확 창>의 한 장면 ⓒ KBS

 
다음은 윤 기자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지난 16일 방송된 KBS 1TV <시사기획 창> '입양-국가는 없었다'편 취재하셨잖아요. 방송 끝냈는데 소회가 어떠세요?
"저희 방송 전체 러닝타임이 53분 30초인데, 그 시간이 정말 짧게 느껴졌어요. 담을 이야기가 너무 많았거든요. 우리나라 입양 역사가 올해로 69년이에요. 그 긴 역사동안 감춰졌던 이야기가 굉장히 많았어요. 많이 취재했는데 시간의 제약상, 구성상 담기지 못했던 부분이 가장 아쉬웠어요. 그리고 또 하나. 방송하고 난 다음에 '참, 사람들이 입양에 대해서 관심이 없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안타까웠어요."

- 입양 문제를 어떻게 취재하게 되셨어요?
"저희가 한 아이템을 기획해서 마무리할 때까지 한 서너 달 정도 걸리는데요. 그때  사전 아이템들 두세 가지를 살펴봐요. 당시 주변에서 정인이 사건 이야기를 했는데, 처음에는 너무 알려진 사건이고 가슴 아픈 사건이라 안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다가 '그런데 왜 그렇게 됐지? 뭐가 잘못된 거지?'라는 생각이 들어서 주제를 넓혀서 찾아보다가 입양을 취재하게 됐어요."

- 입양과 아동학대 문제를 연결하셨잖아요. 하지만 입양과 아동학대는 별개고 친부모에 의한 아동학대가 훨씬 많다고 하는데요. 그럼에도 입양에 포커스를 맞춘 이유가 있을까요?
"사실 정인이 사건을 입양가정의 학대 문제로 봐선 안 된다고 이야기하잖아요. 방송에서도 관련 인터뷰를 넣었어요. 사실 입양가정 혹은 입양 자체에 대한 어떤 편견이나 부정적인 인식이 커지는 걸 걱정하시기 때문에 그런 말씀을 하시는 거로 이해하고 공감해요. 하지만 입양가정에서 벌어진 아동학대를 입양과 학대로 분리해서 생각할 수 있는 문제인가 따졌을 때 생각해 볼 부분이 많다고 느꼈고 거기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어요.

방송에서 구체적으로 다 지적하지 못했지만 좀 더 논의를 해봤으면 하는 지점이 뭐였나면, 실제로 정인이나 은비 입양 가정에서는 친자식들이 있었어요. 그럼 이 아이들은 괜찮았을까란 의문이 들죠. 하지만 최소한 친자식들에 대한 학대나 안타까운 사망 소식은 들리지 않았어요. 저는 그런 대목도 짚어볼 만한 부분이라고 생각했어요. 혹시 이 아이들이 입양아였기 때문에 한 가정에서도 달리 대우를 받았던 건 아니었을까. 입양된 아이들은 어리고 분리를 경험한 상처가 있기 때문에 (입양가정에서도) 입양 전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어려움이 있었을 거예요. 그에 대한 교육과 충분한 대비가 이뤄지지 못한 점, 입양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던 점이 결부돼서 학대로 이어진 게 아닌가 하는 거죠. 

그리고 하나 더, 아동학대 가해자 유형을 분석한 통계를 많이 말씀하셨잖아요. 2019년 아동학대 피해아동의 가족유형에 따르면, 친부모 가정에서 일어나는 아동학대가 70%를 넘는다고 해요. 입양 부모의 가정에서 일어나는 아동학대는 1%(0.3%)가 안 된다고 얘기를 하고요(출처 : 아동권리보장원). 하지만 현실을 면밀히 비교했을 때 전 그 분석 자체에 통계적인 모순이 있다고 봐요. 전체 친부모 가정 중에서 몇 건의 아동 학대 사건이 발생한 건지 또 전체 입양가정 중에서 몇 건의 아동학대 사망 사건이 발생한 건지 정확한 통계가 나와야 비교가 되는 게 아닐까 생각했어요. 그러나 안타깝기도 복지부에 그런 집계 수치 자체가 없다고 하더라고요."

- 2016년에 일어난 은비 사건을 다시 조명했는데, 이유가 있을까요?
"은비 사건이 2016년에 일어났는데요. 사건이 일어난 직후 1년 넘게 법, 아동학대, 입양 전문가들은 물론이고 친생부모들의 다수를 차지하는 미혼모 단체에서도 같이 진상조사에 참여했었어요. 제가 취재를 시작했을 때 이분들이 한목소리로 말씀하신 게 '정인이 사건은 4년 전 은비 사건 판박이다'라는 거였어요. 궁금하더라고요.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같은 건지 그렇다면 왜 진상조사위원회까지 만들어서 진상조사 해 놓고 해도 4년 뒤에 똑같은 문제가 반복된건지 확인해보고 싶었어요."

- 2016년 당시 은비사건을 접하고 어떠셨어요?
"그때도 충격적인 사건으로 다가왔죠. 그때는 지금보다 더 미비했던 부분들이 많았어요. 방송에서도 지적했지만, 아동학대 신고가 된 다음에 경찰이 조사하는 과정에서 병원에 갔죠. 하지만 경찰은 양부모 지인인 의사가 "그 양부모들은 그렇게 아이 학대할 사람이 아니에요'라고 한 말만 믿고 돌아갔잖아요. 사실 전문가들이 확인만 해봤어도 아이 몸에 생긴 멍 등 학대를 의심할 수 있는 증거들이 많았을 거예요. 정인이 사건은 은비 때보다 (주변의 민감도가 낮은 건) 조금 덜했죠. 주변의 학대 신고는 계속 있었지만 그게 후속적인 어떤 절차나 어떤 방지로 이루어지지 않았어요."

- 당시와 지금을 비교했을 때 달라진 게 없다고 보세요?
"큰 틀에서는 없는 거 같아요. 입양과 관련해서 두 사건 모두 초기부터 양부모가 양육의 어려움을 토로했어요. 그럼에도 전문적인 지원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어요. 그냥 막연하게 '잘하실 수 있어요. 괜찮아질 거예요. 노력하시면 돼요. 힘내세요'라고 했죠."
 
 KBS 1TV <시사기획 창> '입양-국가는 없었다'편 방송 장면.

KBS 1TV <시사기획 창> '입양-국가는 없었다'편 방송 장면. ⓒ KBS

 
- 현재 우리나라의 입양 과정은 어떻게 되나요?
"먼저 예비 양부모가 입양기관에 신청을 하고 서류를 접수해요. 그러면 입양기관이 양친에 대한 자격 조사, 가정에 대한 조사를 해요. 법상으로 지자체와 입양기관이 주체가 되는데 주로 입양기관이 하죠. 그리고 이 조사에서 결격사유가 없다고 판단되면 아동과 연결시켜 줘요. 그다음에 가정법원에 입양허가 신청을 넣어요. 그러면 법원에서는 입양기관이 제출한 서류(양부모로부터 받은 것)를 보고 최종 확정을 해요. 그 뒤에 사후관리는 입양기관이 하죠."

- 입양 전 교육은 형식적으로 이뤄워지고 있나요.
"우리나라에서 입양 전 교육은 법적으로 최소 8시간이라는 규정만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입양기관에서 하루 8시간 교육으로 끝이 난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그 내용을 살펴보면 입양에 대한 이해, 자격, 과정 심지어 파양의 조건 같은 어떤 형식적이고 절차적인 내용이 들어간다고 하고 자녀 양육 방법 같은 일반적인 이야기가 들어가는 것 같아요. 그리고 주로 강의 형식이고 심지어 인터넷 교육도 가능해서 코로나 이후로는 대부분 줌 수업으로 이루어진다고 하더라고요. 근데 입양 관련해서는 개별적인 상황들이 다르거든요. 그런데 그런 입양의 특성, 개별적인 특성들을 무시하고 이루어지는 일반론적인 교육이 실제로는 얼마나 도움이 될까 싶은거죠. 만났던 입양 부모님들과 전문가들은 그 교육이 크게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하세요."

- 해외의 경우는 어떤가요?
"방송에서도 소개됐는데, 스웨덴 같은 경우는 3시간짜리 집합 교육이 있어요. '어떤 비슷한 상황에 처한 입양 부모들이 소그룹 단위로 한 수업당 3시간, 7번을 해야 된다' 이런 것들이 구체적으로 있다고 하더라고요. 개별적인 상황 그리고 충분한 경험과 (입양에 대한) 대비가 될 수 있도록 구체적인 내용이 대부분 들어가죠. 우리는 그런 점에서 많은 부분을 놓치고 있지 않나 싶어요.

대부분의 유럽국가의 경우 입양 부모에 대한 교육이 굉장히 철저하게 이루어져요. 국가나 공공기관에서 맡아서 진행하고 있었어요. 교육하는 분들의 자격 요건도 명확하고요. 보수교육이라고 해서 지속적으로 개발될 수 있도록 지원을 하고 있고요. 근데 우리나라는 이것도 역시 입양기관에서 전적으로 담당을 하고 있어요. 입양기관은 사실 입양 보내는 곳이기 때문에 입양 업무가 주목적잖아요. 교육에 있어서 입양의 현실적인 부분, 어려운 부분이 얼마나 잘 반영될 수 있을까 전문가분들도 우려하시더라고요."

- 입양 기관에서 입양아에 대한 모든 걸 알려줘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나봐요. 
"입양특례법 21조에 보면 입양기관 의무로 정해져 있어요. 입양아동의 음식, 잠자리 습관, 대소변 상태 등 아주 세세한 부분, 신체의 약한 부위, 병력, 어떤 건강과 관련된 정보들까지 최대한 자세하게 서면으로 작성해서 전달해야 해요. 입양특례법상에선 입양이 성립되면 아동에 대한 기록을 건네주고 지자체장에게 보고해야 한다고까지 명시해 놨거든요. 그런데 이건 실제로 행해지지도 않았고요. 사례를 찾아보니, 행정처분이 이뤄지지도 않았어요."

- 입양과정에서 국가가 어떻게 개입해야 한다고 생각하세요?
"지금은 입양을 원하는 부모가 입양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니 때 입양대상 아동을 데리고 와서 보호하는 것도 입양기관이 하고요. 입양 부모에게 신청을 받고 조사를 하는 것도 입양기관이에요.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의 사례와 굉장히 다르죠. (외국의 경우) 특정한 아동에게 정말 입양이 필요한지 확인하고 입양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을 때 아이를 보호하는 곳이 따로 있어요. 또 입양을 원하는 부모가 적절한지 보고 행정적인 절차, 교육하는 곳도 따로 있고요. 입양을 결정하고 아동과 (입양할) 부모가 적합한지 결정하는 곳과 아동을 연결시켜주는 역할을 공적기관이나 국가가 별도로 나눠서 하는 거예요. 근데 우리는 이 모든 걸 민간 입양기관에서 해요. 말을 할 수 없는 아동의 입장에서 이것이 정말 최선의 선택인지 책임질 수 있는 공적 기관이 판단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 취재하며 느낀 점이 있을까요?
"입양은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 아동 인권의 문제라는 걸 느꼈어요. 미혼모에 대한 우리 사회의 편견과 지원 부족 문제랑도 연결되죠. 사실 모든 아동의 가장 바람직한 울타리는 원래의 낳아준 부모가 있는 가정이라는 거죠. 우리가 그것에 대해 너무 무관심하지 않았나 싶어요. 입양가정에 대한 입양지원금이나 복지시설에 대한 지원금 등 일부가 미혼모들 지원에 쓰인다면 아이들도 분리의 아픔을 겪지 않을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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