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1년 <타짜>, <전우치>의 최동훈 감독은 신작 <도둑들>에 김윤석, 김혜수, 전지현, 이정재, 임달화, 김해숙, 오달수 등을 캐스팅했다. '한국의 오션스 일레븐'이라 불리던 호화 라인업에서 잠파노 역의 신예배우 김수현은 당시만 해도 크게 눈에 띄지 않았다. 하지만 2012년 초 드라마 <해를 품은 달>이 시청률 40%를 돌파하며 대성공을 거뒀고 2012년 여름에 개봉한 <도둑들> 역시 1200만 관객을 모으며 당시 한국 영화 흥행 기록을 경신했다. 

<해를 품은 달>과 <도둑들>에 동시에 출연하며 유망주 껍질을 깬 김수현은 자신의 시대를 활짝 열었다. 2013년에는 김수현의 이름에 기댄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로 700만 가까운 관객을 모았고 2014년에는 전지현과 재회한 드라마<별에서 온 그대>를 통해 <도둑들>에서 못다 이룬 사랑을 완성했다. 2015년에는 12부작 드라마 <프로듀사>로 2015 KBS 연기대상에서 역대 최연소 남자 대상 수상자가 되기도 했다.

이처럼 김수현은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약 3년 동안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 전역에서 최고의 '대세스타'로 군림하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리고 그 시절의 김수현이 그랬던 것처럼 90년대 초반 할리우드에서도 한 시대를 풍미했던 최고의 스타배우가 있었다. 바로 감독 데뷔작으로 아카데미 감독상을 차지하고 이후 출연한 영화들을 연속으로 흥행시키며 관객들의 뜨거운 지지를 받았던 <보디가드>의 케빈 코스트너가 그 주인공이다.
 
 <보디가드>는 국내에서도 경호원 열풍을 일으키며 서울에서만 70만이 넘는 관객을 동원했다.

<보디가드>는 국내에서도 경호원 열풍을 일으키며 서울에서만 70만이 넘는 관객을 동원했다. ⓒ 판씨네마(주)

 
어설픈 영화도 흥행시키던 최고의 인기배우

케빈 코스트너는 대학시절부터 연기에 관심이 있었지만 졸업 후 마케팅 회사에서 일을 하며 다른 인생을 살았다. 그렇게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고민하던 코스트너는 우연히 만난 영화배우 리처드 버튼의 충고에 따라 본격적으로 직업배우의 세계에 뛰어 들었다. 1987년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의 <언터처블>에서 로버트 드 니로, 숀 코너리 같은 대배우와 호흡을 맞춘 코스트너는 1988년<노 웨이 아웃>에 출연하며 본격적으로 얼굴을 알렸다.

하지만 케빈 코스트너라는 이름을 전 세계에 완벽히 알린 작품은 역시 그가 직접 제작, 주연, 연출을 맡은 1990년작 <늑대와 춤을>이었다. 이 작품은 183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의 불리함을 극복하고 세계적으로 4억2400만 달러라는 높은 흥행성적을 올렸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무려 12개 부문 후보에 오른 <늑대와 춤을>은 작품상과 감독상을 비롯해 7개 부문을 휩쓸며 1990년대를 밝히는 최고의 영화로 등극했다.

코스트너는 아카데미 감독상을 수상한 명장(?)이었지만 연출에 크게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 대신 <로빈후드>와 < JFK >, <퍼펙트 월드> 같은 영화에 출연하며 배우로서 명성을 쌓았다. 그리고 그 중에는 최고의 디바 고 휘트니 휴스턴의 영화 데뷔작으로 유명한 <보디가드>도 있었다. <보디가드>는 단순한 스토리라는 혹평 속에서도 세계적으로 4억1100만 달러의 흥행 대박을 터트리며 코스트너의 위상을 또 한 번 드높였다.

<와이어트 어프>, <작은 전쟁>이 연속으로 실망스런 흥행 성적을 기록한 코스트너는 1995년 유니버셜 픽처스와 손잡고 엄청난 대작을 선보였다. 바로 1억7500만 달러의 제작비가 투입된 <워터월드>였다. 하지만 <워터월드>는 세계적으로 2억6400만 달러의 수익을 올리며 기대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 2차 판권 등으로 간신히 손익분기점을 넘기긴 했지만 거칠 줄 모르던 코스트너의 행보에 제동이 걸린 것은 분명했다.

자신의 2번째 연출작 <포스트맨>마저 흥행과 비평에서 참패를 당한 코스트너는 최고의 자리에서 물러난 후 한동안 저예산 호러물까지 출연하며 몰락의 길을 걷는 듯했다. 하지만 2012년 드라마 <햇필드 앤 맥코이>를 통해 골든 글러브와 미배우 조합상, 애미상 등을 수상하며 건재를 알렸다. 코스트너는 환갑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DC 히어로물 <맨 오브 스틸>과 <배트맨 대 슈퍼맨:저스티스의 시작>에 잇따라 출연하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90년대 초반 케빈 코스트너는 어떤 역할을 맡아도 관객들이 환호하던 최고의 스타 배우였다.

90년대 초반 케빈 코스트너는 어떤 역할을 맡아도 관객들이 환호하던 최고의 스타 배우였다. ⓒ 판씨네마(주)

 
<보디가드>는 대통령 경호원 경력을 가진 프랭크 파머(케빈 코스트너 분)가 팝스타 겸 영화 배우 레이첼 마론(휘트니 휴스턴 분)의 경호를 맡았다가 협박범으로부터 그녀를 구하고 사랑에 빠진다는 단순한 내용이다. <보디가드>의 각본은 <스타워즈 에피소드 5,6,7>, <레이더스>의 각본에 참여한 감독 겸 작가 로렌스 캐스단이 맡았다. 하지만 <보디가드>의 이야기에는 <스타워즈>나 <레이더스>에서 느낄 수 있는 촘촘한 구성은 찾을 수 없다.

하지만 <보디가드>는 세계적으로 4억 달러가 넘는 엄청난 흥행 성적을 기록하며 관객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한국에서도 1992년 연말에 개봉해 서울에서만 74만 관객을 모았다. 이는 1992년에 개봉한 영화 중에서 샤론 스톤이 출연한 <원초적 본능>(서울관객 97만)에 이어 외화 2위에 해당하는 흥행 기록이었다. 특히 프랭크가 무대에서 떨어져 봉변을 당할 뻔한 레이첼을 안고 밖으로 빠져 나오는 장면은 예능 프로그램에서 단골로 패러디됐다.

휘트니 휴스턴이 6곡을 부르며 세계적으로 4500만 장이 팔려 나간 OST 역시 영화 못지않게 많은 인기를 얻었다. 영화 속에서 부른 < I Have Nothing >이나 < Run to You >도 많은 인기를 얻었지만 < I Will Always Love You >는 빌보드 싱글 차트에서 무려 14주 연속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를 얻었다(이 기록은 1995년 머라이어 캐리와 보이즈 투 맨이 함께 부른 < One Sweet Day >에 의해 깨졌다).

<보디가드>의 OST < I Will Always Love You >는 영화 클라이맥스 프랭크와 레이첼의 이별 장면에서 배경음악으로 깔리며 두 사람의 애틋한 감정을 극대화했다. 어색한 인사를 나눈 후 비행기에 올라 탄 레이첼은 절묘하게 '웬 다이아~'가 흘러 나오는 시점에 비행기에서 내려 프랭크에게 달려가 작별의 키스를 나눈다. 그리고 프랭크는 레이첼과의 짧았지만 아름다웠던 추억을 떠올리며 다시 냉철한 경호원으로 돌아온다.

영화 <보디가드>의 영향으로 국내에서는 경호원이라는 직업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1994년에는 홍콩에서 이연걸이 주연한 <이연걸의 보디가드>가 나왔고 1995년 한국에서는 독고영재와 허준호가 출연한 <아빠는 보디가드>라는 영화가 제작되는 등 국내외에서 한동안 '보디가드 열풍'은 식을 줄 몰랐다.

영화 데뷔작으로 대박 터트린 팝의 디바
 
 <보디가드>의 OST <I Will Always Love You>는 빌보드 싱글차트에서 무려 14주 연속 1위를 차

<보디가드>의 OST 는 빌보드 싱글차트에서 무려 14주 연속 1위를 차 ⓒ 판씨네마(주)

 
휘트니 휴스턴은 이미 데뷔앨범으로 미국 내 1000만장, 세계적으로 2500만 장의 음반판매 기록을 세운 최고의 가수였다. 2집까지 세계적으로 크게 히트시킨 휘트니 휴스턴은 80년대 후반 마이클 잭슨, 마돈나, 프린스 등과 함께 미국 팝 음악의 인기를 주도한 최고의 가수다. 하지만 세계적인 명성에 비해 국내 인지도는 상대적으로 썩 높지 않았다.

하지만 휴스턴은 1992년 바비 브라운과의 결혼 후 출연한 영화 <보다가드>를 통해 세계적으로 인지도를 크게 끌어 올렸다. 국내에서도 휘트니 휴스턴의 초창기 음악을 다시 찾아 듣는 사람이 생길 만큼 관심도가 부쩍 높아졌다. <보디가드>로 배우로서의 가능성을 보인 휴스턴은 1995년 포레스트 휘테커가 만든 <사랑을 기다리며>에 출연했다. 2001년과 2004년에는 앤 해서웨이의 출세작 <프린세스 다이어리> 시리즈의 제작에 참여하기도 했다.

2011년 뮤지컬 영화 <스파클>의 촬영을 끝낸 휘트니 휴스턴은 2012년 2월 만47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그녀의 사인이 코카인 흡입 후 익사로 밝혀져 더욱 큰 충격을 줬다. 장례식에는 케빈 코스트너가 참석해 추도사를 낭독했다. 그리고 그로부터 3년이 지난 2015년 휘트니 휴스턴과 바비 브라운의 외동딸이자 가수로 활동하던 바비 크리스티나 브라운마저 22세의 어린 나이에 숨을 거두며 대중들을 더욱 안타깝게 했다.

'보디가드'에는 레이첼의 안전을 걱정해 유능한 경호원 프랭크를 고용하는 기획사 대표 빌 데배니란 인물이 등장한다. 레이첼의 주변에는 그녀를 질투하거나 그녀를 이용해 돈을 벌려는 인간들만 득실거리는데 빌은 유일하게 레이첼을 진심으로 아낀다. 데배니를 연기한 빌 콥스는 <보디가드>외에도 <컬러 오브 머니>, <데몰리션맨>, <댓 씽 유 두>, <박물관이 살아있다> 등 다양한 장르의 영화에 출연한 80대 노장 배우다.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영화 보디가드 케빈 코스트너 휘트니 휴스턴 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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