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시간을 기다린 올리베이라가 드디어 UFC 라이트급 왕좌를 차지했다.

UFC 라이트급 3위 찰스 올리베이라는 16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의 토요타 센터에서 열린 UFC262 메인이벤트 라이트급 타이틀전에서 4위 마이클 챈들러를 2라운드 19초 만에 KO로 제압했다. 지난 2010년8월 UFC에 진출했던 올리베이라는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28경기를 치른 끝에 드디어 UFC 라이트급 챔피언에 등극했다. 벨트를 허리에 찬 올리베이라는 감격에 찬 표정으로 옥타곤을 서성거리며 기쁨을 만끽했다.

코메인이벤트로 열린 또 하나의 라이트급 경기에서는 랭킹 9위 베닐 다리우쉬가 5위 토니 퍼거슨을 만장일치 판정으로 꺾었다. 어느덧 옥타곤 7연승을 달리게 된 다리우쉬는 순위 상승이 유력해 지면서 타이틀 전선에 뛰어들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반면에 3연패의 늪에 빠진 퍼거슨은 사실상 타이틀 전선에서 멀어지게 됐다. 한때 하빕 누르마고메도프와 함께 '라이트급 양강'으로 뽑히던 시절은 점점 과거의 추억이 되고 있다.
 
 30대 후반을 바라보는 퍼거슨(왼쪽)은 젊은 다리우쉬의 압박을 견뎌낼 힘이 없었다.

30대 후반을 바라보는 퍼거슨(왼쪽)은 젊은 다리우쉬의 압박을 견뎌낼 힘이 없었다. ⓒ UFC

 
무릎부상으로 날아간 타이틀전 기회

퍼거슨은 UFC 라이트급 내에서 실력에 비해 상당히 저평가된 파이터 중 한 명이었다. 194cm의 긴 리치를 앞세우고 있음에도 저돌적인 인파이터 스타일을 선호하는 퍼거슨은 2012년 5월 마이클 존슨에게 판정으로 패한 후 2016년까지 4년 동안 한 번도 패하지 않고 파죽의 9연승 행진을 달렸다. 특히 2016년 11월에는 라이트급 전 챔피언 하파엘 도스 안요스에게 연패를 안겨주며 안요스의 웰터급 전향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라이트급 구도는 앤서니 페티스와 하빕, 에디 알바레즈, 코너 맥그리거가 뒤엉키면서 상당히 복잡한 타이틀 전선을 형성했다. 퍼거슨은 5 경기 연속 보너스를 받았을 정도로 뛰어난 경기를 선보이고도 매 경기 챔피언이 뒤바뀌는 혼전 속에서 타이틀전을 받지 못했다. 어렵사리 랭킹을 2위까지 끌어 올렸지만 하필이면 1위 자리에 툭하면 아프지만 실력 만큼은 최고인 '무패 파이터' 하빕이 있었다.

멕그리거는 챔피언에 오른 후 여자 친구의 출산을 핑계로 자체 휴가를 선언했고 2017년에는 무패복서 플로이드 메이웨더와 '세기의 대결'로 포장된 이벤트 복싱경기를 치르느라 방어전을 소홀히 했다. 이에 데이나 화이트 대표는 챔피언 맥그리거를 배제한 '플랜B'를 준비했다. 부상을 이유로 대회 출전에 난색을 표하는 하빕 대신 최근 5연승의 상승세를 타고 있던 케빈 리와 퍼거슨의 잠정 타이틀전을 성사시킨 것이다. 

하지만 1992년생의 젊은 강자 케빈 리는 산전수전 다 겪은 노련한 퍼거슨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체중 감량부터 한 번에 통과하지 못한 리는 퍼거슨과의 경기에서 1라운드에만 대등한 승부를 펼쳤을 뿐 2라운드부터 체력의 한계를 보이기 시작했다. 퍼거슨은 이 기회를 잡아 리에게 활발하게 공격을 퍼붓다가 3라운드 후반 하위 포지션에서 트라이앵글 초크를 걸어 리에게 항복을 받아냈다. '잠정'이지만 UFC 진출 후 첫 타이틀을 따낸 것이다.

퍼거슨은 잠정 챔피언 벨트를 차지한 후 챔피언 맥그리거를 도발했다 . 하지만 맥그리거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스케줄에 따라 2018년 하반기 타이틀전을 고집했고 결국 라이트급 타이틀을 박탈 당했다. 화이트 대표는 퍼거슨과 하빕의 타이틀전을 통해 새로운 라이트급 챔피언을 가린다고 발표했지만 퍼거슨이 대회 일주일을 앞두고 무릎부상을 당하면서 타이틀전 기회가 날아갔다.

나이 들고 신체능력 떨어지며 3연패 수렁

부상에서 회복한 퍼거슨은 자신이 가지고 있던 잠정 타이틀 박탈의 부당함을 주장하며 하빕의 1차 방어전 상대가 자신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퍼거슨의 바람과는 달리 UFC에서는 엄청난 흥행이 보장된 하빕과 맥그리거의 타이틀전을 추진했고 퍼거슨은 또 한 번 타이틀전 기회를 잃었다. 결국 퍼거슨은 페티스와 도널드 세로니 등 상대적으로 쉬운 상대들을 KO로 꺾으며 자신의 차례가 오기를 기다렸다.

하빕과 퍼거슨의 타이틀전은 지난해 4월 성사됐다가 코로나19의 세계적인 유행으로 다시 한 번 무산됐다(두 선수의 경기는 과거에 이미 4번이나 무산된 바 있다). 퍼거슨은 대신 저스틴 게이치와 또 한 번의 잠정 타이틀전을 치렀는데 타격전에서 밀리면서 5라운드 KO로 무너지고 말았다. 설상가상으로 '한 번도 붙어보지 못한 라이벌' 하빕마저 아버지 사망 이후 작년 10월 3차 방어전을 끝으로 현역 은퇴를 선언했다.

라이벌이었던 하빕의 은퇴로 의욕을 잃은 퍼거슨은 작년 연말, 라이트급 챔피언이 된 올리베이라와 맞붙었지만 그라운드 싸움에서 일방적으로 밀리며 만장일치 판정패를 당했다. 격투기 데뷔 후 처음 경험해 보는 연패였다. 랭킹 5위까지 떨어진 퍼거슨은 UFC262 대회에서 6연승을 달리고 있던 다리우쉬와 맞붙었다. 퍼거슨에게는 타이틀 전선에서 싸울 수 있는 경쟁력을 증명할 실질적인 마지막 기회였다.

하지만 게이치, 올리베이라와의 경기를 통해 밝혀진 '퍼거슨 파훼법'은 다른 경쟁 파이터들에게도 널리 알려졌고 다리우쉬 역시 이를 모르지 않았다. 다리우쉬는 퍼거슨을 그라운드로 끌고 가 힘을 앞세워 퍼거슨을 완벽하게 제압했다. 특히 2라운드 중반에는 하체관절기 힐훅을 걸어 퍼거슨을 탭아웃 직전까지 몰고 갔다. 퍼거슨은 정신력으로 버텨 냈지만 왼다리가 봉쇄 당하며 3라운드에서 아무런 반격도 해보지 못하고 무기력한 패배를 당했다.

다리우쉬에게 판정으로 패한 퍼거슨은 격투기 데뷔 후 처음으로 3연패의 늪에 빠지게 됐다. 과거 12연승을 했던 실적이 있어 당장 퇴출을 걱정할 필요는 없겠지만 만37세가 된 나이와 떨어지는 기량을 고려하면 더 이상 타이틀 전선에서 경쟁하기는 힘들 전망이다. 동체급 최고수준의 리치와 화끈한 타격전을 앞세워 격투팬들을 열광시키던 퍼거슨도 어느덧 '방망이 잃은 도깨비'가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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