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유나이티드 슈퍼 서브 '송시우'의 K리그 통산 144번째 게임, 거짓말 같은 대역전 드라마가 바로 그의 왼발 끝에서 멈췄다. 또 한 번 시우타임이 적중한 것이다. 결과 그 자체도 대단한 일이지만 그 주인공이 여러 곡절을 겪고 돌아온 팀의 간판 골잡이 스테판 무고사였고, 송시우였기에 더 놀라웠다. 특히 자신의 손목을 가리키는 송시우의  시그니처 세리머니는 이제 보는 이들 모두를 소름 돋게하는 명장면이 되었다. 

조성환 감독이 이끌고 있는 인천 유나이티드 FC가 15일 오후 7시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벌어진 2021 K리그1 16라운드 광주 FC와의 홈 게임에서 종료 직전에 터진 송시우의 역전 결승골에 힘입어 2-1로 이겼다. 이 덕분에 인천 유나이티드 FC는 7위(18점 5승 3무 8패 16득점 26실점)까지 뛰어올라 낯선 현기증을 느끼기도 했다.

스테판 무고사의 귀중한 동점골

나흘만에 다시 홈팬들 앞에 선 인천 유나이티드 FC 선수들은 포항 스틸러스에게 내준 뼈아픈 동점골 순간을 지우기 위해 결의를 다지고 나왔지만 전반전에 광주 FC에게 먼저 한방을 얻어맞았다. 키다리 골잡이 펠리페의 유연한 움직임을 인천 유나이티드 수비수들이 좀처럼 밀쳐내지 못한 것이었다. 

게임 시작 후 13분도 안 되어 어웨이 팀 광주 FC가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골잡이 펠리페가 절묘하게 빠져들어가 인천 유나이티드 김동헌 골키퍼와 1:1로 맞섰고 거기서 김동헌 골키퍼의 걸기 반칙이 나왔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VAR(비디오 판독 심판) 룸에서 신중한 판정이 이어졌다. 페널티킥을 얻어낸 펠리페는 공을 11미터 지점에 내려놓고 하염없이 기다려야 할 정도로 판독 시간이 늘어난 것이다. 펠리페가 인천 유나이티드 수비수 김광석을 뛰어넘어 높은 공을 따내고 빠져나가는 장면, 김동헌 골키퍼의 반칙 순간은 별 문제 없었다. 하지만 공이 펠리페에게 넘어오기 직전 헤이스가 오프 사이드 위치에 있었던 것이 확인된 것이다. 

그래도 광주 FC는 최근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기 위해 과감하게 높은 곳부터 압박을 펼치며 인천 유나이티드를 위협한 덕분에 24분에 멋진 첫 골을 뽑아냈다. 광주 FC 선수들의 적극적인 압박에 인천 유나이티드 미드필더 이강현이 백 패스 실수를 저질렀고 그 틈을 타 펠리페의 어시스트 패스를 받은 엄원상이 감각적인 왼발 감아차기로 골문 왼쪽 구석을 정확하게 뚫어냈다.
 
 49분, 인천 유나이티드 FC 골잡이 무고사가 헤더로 귀중한 동점골을 터뜨리는 순간

49분, 인천 유나이티드 FC 골잡이 무고사가 헤더로 귀중한 동점골을 터뜨리는 순간 ⓒ 심재철

 
그리고 후반전이 시작되면서 빗줄기가 더 굵어졌다. 야간 조명의 빛이 빗줄기 사이로 난반사되어 시야를 확보하기 어려울 정도였지만 인천 유나이티드 선수들은 1873명 홈팬들 앞에서 보기 드문 뒤집기 드라마를 찍어냈다.

귀중한 동점골 주인공은 인천 유나이티드 팬들이 간절하게 기다렸던 골잡이 스테판 무고사였다. 49분, 왼쪽 측면에서 강윤구가 왼발로 감아올린 크로스를 향해 광주 FC 센터백 이한도와의 몸싸움을 이겨내고 기막힌 헤더 골을 터뜨린 것이다. 

시즌 개막 전 아버지를 먼 곳으로 떠나보냈고, 코로나-19에 감염되어 장기간 치료를 받아야 했던 어려움을 딛고서 그라운드로 돌아온 지 5게임만에 자신의 능력을 완벽하게 보여준 명장면이었다.

시우타임, 숭의 아레나를 극장으로 만든 시간

후반전 시작 후 4분도 안 지나서 동점골이 터졌으니 이미 숭의 아레나는 극장 모드로 바뀐 것 같았다. 하지만 광주 FC 선수들은 여기서 더 흔들려서는 안 된다는 각오로 다시 반격에 나섰고 68분에 헤이스가 위력적인 오른발 감아차기 슛으로 인천 유나이티드 골문을 노렸다.

전반전에 페널티킥 위기를 오프 사이드 판정으로 겨우 넘긴 인천 유나이티드의 김동헌 골키퍼가 헤이스의 이 슛 궤적을 따라 왼쪽으로 날아올라 잘 쳐내는 바람에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리고 인천 유나이티드 FC 선수들은 종료 직전 대역전 드라마의 마침표를 위해 서로를 믿고 빗속을 뛰어다녔다. 거기서 또 하나 믿기 힘든 일이 벌어졌다. 정규 시간 90분이 다 끝날 무렵 동점골 주인공 무고사의 감각적인 오른발 아웃사이드 전진 패스가 빛났고, 그 공간으로 송시우가 달려나갔다.

이 흐름을 읽은 광주 FC 수비수 이한도와 이지훈이 동시에 슬라이딩 태클을 시도했지만 축구 게임에서 때로는 '1+1=0'이라는 이상한 공식이 성립되어 송시우에게 결정적인 대각선 슛 기회가 나온 것이다. 이 절호의 기회를 왼발잡이 슈퍼 서브 송시우가 놓칠 수 없었다.
 
 인천 유나이티드 FC 송시우가 90분에 극적인 역전 결승골을 터뜨리는 순간

인천 유나이티드 FC 송시우가 90분에 극적인 역전 결승골을 터뜨리는 순간 ⓒ 심재철

 
송시우의 왼발 끝을 떠난 공이 광주 FC 골키퍼 윤보상의 다리 사이로 낮게 깔려 들어간 시간이 89분 24초였다. 인천 유나이티드가 자랑하는 '시우타임'이 또 한 번 입증된 순간이었다. 송시우는 빗속에 환호하는 홈팬들을 향해 자신의 왼쪽 손목을 가리키는 시그니처 세리머니를 펼쳐주었다.

이 묘한 '시우타임' 장치는 2016년 4월 13일 전주성에서 제조되었다. 강팀 전북 현대와의 어웨이 게임 0-1로 패색이 짙던 후반전 추가 시간 1분에 인천 유나이티드 FC 새내기 송시우가 기막힌 동점골을 터뜨리며 이 시계가 본격적으로 작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번 시즌부터 확대 적용된 U-22 멤버들의 스타팅 규정에 밀려 송시우가 뛰는 시간이 조금 줄어든 것처럼 보였지만 그는 원래 후반전을 더 빛내는 효율성, 가성비 좋은 '슈퍼 서브'였다.

지금까지 송시우는 K리그1에서만 144게임을 뛰며 모두 18골을 성공시켰는데 상주 상무 소속으로 군 복무하던 시절인 2019년 3월 10일 포항 스틸러스와의 어웨이 게임에서 터뜨린 첫 골(14분) 빼고는 17골이 모두 후반전에 나왔다. 18골 평균 득점 시간을 계산하면 75분 36초가 상징적인 시우타임으로 뜬다.

정규 시간 90분을 기준으로 앞 뒤 5분 구간을 흔히 말하는 극장 골 시간대라고 한다면 송시우의 18골 중 극장 골은 무려 9골(50%)이나 된다. 송시우의 통산 득점 기록을 모아보면 이 시간대보다 놀라운 사실을 알 수 있다. 

송시우가 골을 넣은 게임 중 진 게임이 단 두 번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그의 왼발에서 골이 나오면 승점 3점 가까이 확보하는 일은 당연한 것처럼 보일 정도다. 그에게서 유일한 전반전 골이 터진 바로 그 날인 2019년 3월 10일부터 송시우의 득점 게임이 바로 지금(2021년 5월 15일)에 이르기까지 5연승 중이라는 사실도 놀랍다. 그가 골을 넣은 17게임 결과가 8승 7무 2패(승점 31)로 찍혔으니 '시우타임'의 과학적 근거를 부인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2021 K리그1 16라운드 결과(15일 오후 7시, 인천축구전용경기장)

★ 인천 유나이티드 FC 2-1 광주 FC [득점 : 스테판 무고사(49분,도움-강윤구), 송시우(90분) / 엄원상(24분,도움-펠리페)]

송시우 선수의 K리그 통산 득점 기록
- 인천 유나이티드 FC 소속 109게임 14득점 4도움
- 상주 상무 소속 35게임 4득점 4도움

2016년 4월 13일 전북 현대 1-1 인천 유나이티드 FC [송시우(90+1분)]
2016년 4월 16일 인천 유나이티드 FC 1-1 수원 블루윙즈 [송시우(90+6분)]
2016년 6월 11일 수원 블루윙즈 2-2 인천 유나이티드 FC [송시우(90+2분)]
2016년 7월 3일 인천 유나이티드 FC 2-1 제주 유나이티드 [송시우(90분)]
2016년 10월 2일 울산 현대 2-3 인천 유나이티드 FC [송시우(65분)]

2017년 4월 1일 인천 유나이티드 FC 3-3 수원 블루윙즈 [송시우(70분)]
2017년 5월 21일 전북 현대 1-1 인천 유나이티드 FC [송시우(86분)]
2017년 5월 28일 전남 드래곤즈 3-2 인천 유나이티드 FC [송시우(73분)]
2017년 7월 16일 인천 유나이티드 FC 1-1 강원 FC [송시우(50분)]
2017년 9월 17일 인천 유나이티드 FC 1-0 FC 서울 [송시우(88분)]

2018년 4월 1일 FC 서울 1-1 인천 유나이티드 [송시우(90+1분)]

[2018-2019 시즌 상주 상무 시절 득점 기록]
2018년 10월 20일 경남 FC 2-1 상주 상무 [송시우(82분)]
2019년 3월 10일 포항 스틸러스 1-2 상주 상무 [송시우(14분, 54분)]
2019년 9월 29일 FC 서울 1-2 상주 상무 [송시우(86분)]

2020년 8월 22일 인천 유나이티드 FC 1-0 수원 블루윙즈 [송시우(70분)]
2020년 9월 16일 인천 유나이티드 FC 1-0 FC 서울 [송시우(73분)]

2021년 5월 15일 인천 유나이티드 FC 2-1 광주 FC [송시우(9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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