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성모병원에 마련된 이춘연 영화인회의 이사장 빈소

강남성모병원에 마련된 이춘연 영화인회의 이사장 빈소 ⓒ 성하훈

 
"한국영화계의 별이 갑자기 하늘나라로 떠나갔다. 너무나도 당황스럽고, 슬프다. 충격적인 쇼크로 가슴이 조여온다."
 
지난 11일 갑작스레 별세한 고 이춘연 영화인회의 이사장을 향한 영화계의 애도가 이어지고 있다. 고인의 선배인 민병록 전 동국대 영상대학원장은 "대학 때부터 50년간 함께했던 추억의 기억들이 스친다"면서 애통함을 전했다.
 
이춘연 이사장은 한국영화의 맏형이자 대부로서 역할을 해왔기에 영화계는 충격 속에 비통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1996년 부산국제영화제를 시작으로 전주영화제 등 국내 주요 영화제들이 만들어질 때 적극적으로 도왔고 지역 영상위원회 설립에도 많은 도움을 주는 등 한국영화에서 그의 역할은 전방위적이었다.
 
한국영화 신구세대의 연결고리였으며, 보스 기질이 다분해 항상 후배들을 잘 챙기고 아울렀기에 긴 시간 함께해 온 영화계 후배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고인을 회고하며 흐느꼈다.
 
12일 오후 빈소가 차려진 강남성모병원에는 코로나19로 직접 조문 자제를 요청했음에도 영화인들의 발걸음이 이어지며 고인을 향한 애틋한 마음을 드러냈다.
 
문재인 대통령이 조화를 보내 고인을 추모했고, 이재명 경기도지사, 김승수 전주시장, 김한근 강릉시장 등도 조기를 보내 애도를 전했다.
 
장례위원장을 맡은 김동호 강릉국제영화제 이사장은 상주들과 함께 조문객을 맞았다. 고인과 절친했던 안성기 배우도 빈소가 차려진 직후부터 저녁까지 자리를 지키며 선후배 영화인들과 함께 슬픔을 삭였다. 안성기 배우는 12일 개봉한 <아들의 이름으로> 주말 무대인사 일정까지 취소했다.
 
이장호 감독, 정지영 감독, 이창동 감독, 강우석 감독, 강제규 감독, 박찬욱 감독, 류승완 감독, 이정국 감독, 김경형 감독을 비롯해 이준동 전주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이충직 전 전주영화제 집행위원장, 안정숙 전 인디스페이스 관장, 김영진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 주진숙 한국영상자료원장, 배우 박중훈, 한예리, 전도연, 정진영, 김의성, 김서형, 윤유선 등의 발걸음이 오후부터 내내 이어졌다. 진선미 국회의원은 <여고괴담> 시리즈를 연출했던 민규동·김태용 감독과 함께 조문했다.
 
"강요하는 사람 아닌, 가장 친구 같고 합리적인 분"
 
영화인들은 빈소를 찾거나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고인과 오래되고 깊은 인연을 떠올리며 추억했다.
 
빈소를 찾은 김홍준 강릉영화제 집행위원장은 "2004년 부천영화제에서 해임됐을 때 나도 모르게 뒤에서 엄청 애를 써 주셨다"면서 안타까움을 전했다. 강원영상위원장을 역임한 방은진 평창국제평화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제 시나리오 모니터도 많이 해주셨다"며 "모든 곳에 계셨고, 부르면 달려오셨다"고 고인을 기억했다.
 
임정향 프로듀서는 "영화 일로 부대끼며 힘들 때 격려와 응원은 물론 때론 쓴소리도 과감하게 하셨던 영화계 어른"이라고 추억했고, 조윤정 프로듀서는 "이런 상가에 조문을 오면 맞아주고 정리해주던 분이 안 계신다는 게 이상할 정도"라고 허전함을 전했다.
 
<광해, 왕이 된 남자> <신과 함께> 등을 제작한 원동연 리얼라이즈픽쳐스 대표는 "이춘연은 강요하는 사람이 아니었고, 가장 친구 같고 합리적인 분으로 권위 등은 따지지 않았다"고 그를 회상했다. 
 
 고 이춘연 이사장 별세에 대해 부산영화제가 공식적으로 애도했다.

고 이춘연 이사장 별세에 대해 부산영화제가 공식적으로 애도했다. ⓒ 부산영화제

 
부산영화제 남동철 수석 프로그래머는 "이춘연 대표님은 부산국제영화제의 은인으로, 특히 <다이빙 벨> 상영 뒤에 벌어진 정권의 탄압과 싸우는 과정에서 누구보다 앞장서서 영화계를 불러 모으며 영화제에 큰 힘이 됐다"며 "많은 영화인이 함께한 덕에 영화제가 생존할 수 있었지만, 그중에서 딱 한 명을 꼽으라면 이춘연 대표님이다"라고 강조했다.
 
부산국제영화제는 12일 "부산국제영화제의 모든 고락을 함께 하셨으며, 특히 영화제가 힘들 때 늘 먼저 달려와 힘이 되어주셨습니다"며 "애정어린 관심과 조언을 절대 잊지 못할 겁니다"라고 공식적인 애도 입장을 발표했다.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도 "늘 영화계 대소사와 현안의 중심에 계시며 한국 영화계 모두의 맏형으로 존경받는 삶을 살아오셨다"며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와는 2003년 첫 영화제의 시작과 2005년 법인 창립 발기인으로 함께 하시면서, 20년 가까이 후배 영화인 양성을 위해 진심으로 열과 성을 다하셨다"고 고인을 기렸다.
 
이어 "어떤 사안의 결정에 주저함이 있을 때는 명쾌하면서도 심플한 논리로 현명한 지혜의 길을 내주셨고, 그러면서도 늘 유머가 함께 했기에 이춘연 대표님과 함께 한 자리는 항상 뜻깊었다"며 "현명한 지혜와 리더십, 그리고 환한 미소를 더는 함께 할 수 없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습니다"라고 추도했다.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도 "조직위원으로 한국 다큐멘터리계의 발전을 위해 기여해주신 노고를 영원히 잊지 않겠습니다"라고 애도를 전했다.
 
한편 이춘연 이사장 장례위원회는 15일(토) 오전 10시 영화인장으로 장례를 치른다고 발표했다. 신영균, 정진우, 임권택, 황기성, 손숙 등이 고문을 맡았고, 이용관 부산영화제 이사장을 비롯한 국내 영화제 집행위원장들과 영화기관장, 영화단체장, 배우 이병헌, 하정우, 손예진 등이 장례위원을 맡았다.
이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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