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쪼개듣기'는 한국 대중음악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내는 코너입니다. 화제작 리뷰, 업계 동향 등 다채로운 내용을 전하겠습니다.[편집자말]
 케이팝 대표 작곡가 중 한명인 라이언 전

케이팝 대표 작곡가 중 한명인 라이언 전 ⓒ 라이언전TV


아이유 '셀러브리티', NCT127 '영웅 Kick It', 오마이걸 '돌핀', 우주소녀 더 블랙 'Easy', 크래비티 'My Turn', 빅톤 'Mayday'...  

별 다른 접점이 없어 보이는 이 노래들의 공통점은? 바로 라이언 전이 최근 1~2년 사이 작업에 참여한 음악(타이틀곡)들이다. 아이돌 혹은 케이팝 팬들에게 프로듀서, 작곡가, A&R, 그리고 연예기획사 대표이사 등 여러 직함을 지닌 라이언 전의 이름은 한 마디로 신뢰를 상징한다.

​'라이언 전 사단'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수백 명에 달하는 해외 인적 네트워크를 폭넓게 활용, 각 아티스트와 곡에 알맞은 인재들을 적재적소에 기용하면서 최상의 결과물을 뽑아내왔다. 2008년 말 SM엔터테인먼트와의 계약으로 국내 음악계와 인연을 맺은 그는 이효리 '치티 치티 뱅뱅', 샤이니 '루시퍼' 등을 시작으로 이른 바 히트 메이커로서의 화려한 족적을 남기기 시작했다.  

2020-2021년 연이은 히트 행진​
 
 아이유 '셀러브리티'는 올해 상반기를 대표하는 케이팝 히트곡 중 하나다.

아이유 '셀러브리티'는 올해 상반기를 대표하는 케이팝 히트곡 중 하나다. ⓒ EDAM엔터테인먼트

 
흔히 라이언 전 팀의 화려한 시기를 손꼽자면 2015~2017년 사이를 언급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동방신기, 엑소, 태연, 레드벨벳 등 SM 대표 아티스트들을 중심으로 I.O.I, 걸스데이,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 등 타이틀 곡에는 어김없이 라이언 전과 해외 동료들의 이름이 크레디트에 올랐다. 그의 친구들인 런던 노이즈(LDN Noise)가 SM 등 한국 음악계와 인연을 맺게된 것 역시 라이언 전의 소개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치열한 경쟁이 쉼없이 벌어지는 환경에서 2년 가량의 숨고르기를 거치며 맞이한 2020년, 라이언 전 사단은 또 한번 큰 일을 터뜨리고 만다. 계단식 성장을 거두고 있던 오마이걸의 '돌핀'은 타이틀곡도 아니었지만 각종 차트 인기 순위를 휩쓸면서 1억 스트리밍을 기록하는 이변을 연출했다. 뿐만 아니라 '브루스 리'를 외치며 화려한 퍼포먼스를 곁들였던 '영웅'(NCT 127) 또한 국내외 케이팝 팬들의 호평을 이끌어 냈다.  

​올해 2021년의 활약상은 더욱 눈부시다. '케이팝 여제' 아이유의 '샐러브리티'를 필두로 크래비티, 위클리 등 신구 스타들의 타이틀 곡은 라이언 전 사단의 몫이었고 오마이걸, 우주소녀 더 블랙 등 인기 걸그룹 역시 신작을 이번주 나란히 발표하기에 이른다.

틀에 얽메이지 않는 작업물​
 
 지난 10일 신곡 'Dun Dun Dance'를 발표한 오마이걸

지난 10일 신곡 'Dun Dun Dance'를 발표한 오마이걸 ⓒ WM엔터테인먼트

 
라이언 전이 이름을 올린 음반, 노래들을 살펴보면 딱 듣는 순간 "이건 라이언 전이다"라는 확신과 더불어 장르적 다양성을 함께 귀로 체감할 수 있다. 창작자 특유의 색깔은 진하게 담아내면서도 고정된 틀에 얽메이지 않는 자유 분방함을 동시에 녹여낸다. 달리 말하면 복고(레트로)와 최신 감각(트렌디함)을 하나의 그릇에 고르게 담아 만드는 '음악 비빔밥'같은 효과를 음악팬들에게 선사하는 것이다.  

​그 좋은 사례는 오마이걸과의 협업에서 찾아볼 수 있다. 2019년 첫 정규 음반 < Fifth Season >의 수록곡 'Checkmate'로 첫 인연을 맺으면서 청순+몽환 콘셉트로 인식되던 이 팀에게 걸크러쉬라는 새로운 특징을 부여했다. 그 후 청량감 넘치는 '돌핀'(2020년), 이국적 분위기를 물씬 풍겨낸 유아(오마이걸)의 '숲의 아이' 등으로 예측 불허의 변신을 꾀한다.

지난 10일 발표된 새 음반 < Dear OHMYGIRL >에선 아예 전곡을 프로듀싱하면서 라이언 전 사단의 능력치를 마음껏 뽐낸다. 1980년대 풍 디스코 또는 시티팝 분위기의 댄스로 타이틀 곡 'Dun Dun Dance'에 짙은 색깔을 뿌리는가 하면  수록곡에선 드림팝, 트랩 등 감상 위주의 장르를 과감히 오마이걸에게 장착시킨다. 

​불과 이틀 간격으로 공개된 우주소녀 더 블랙의 타이틀곡 'Easy'(12일 발매)에선 유닛 그룹만의 장점을 극대화시키는 방향으로 곡 작업이 이뤄진다. 출렁이는 베이스 연주를 밑 바탕에 둔 반복적 리듬 전개는 화려한 군무 중심의 기존 소속팀의 이미지에서 탈피함과 동시에 "이런 콘셉트도 가능하네"라는 의외성을 부여한다. 래퍼로만 각인되어온 그룹의 리더 엑시에겐 랩뿐만 아니라 상당한 비중의 보컬 임무를 부여하며 또 다른 능력치 발굴의 기회도 마련해준다.

"그냥 하는 노력 아닌 죽기 살기의 노력"
 
 우주소녀 더 블랙의  신곡 'Easy'는 라이언 전의 손길을 거쳐 완성되었다.

우주소녀 더 블랙의 신곡 'Easy'는 라이언 전의 손길을 거쳐 완성되었다. ⓒ 스타쉽엔터테인먼트


지금이야 특급 작곡가로 명성을 떨치는 라이언 전에게도 쉽지 않은 고생담이 존재한다. 개인 유튜브 채널 영상물, 여러 언론과의 인터뷰, 라디오 프로그램 출연 등을 통해 직접 언급했던 것처럼 "경상도 사투리 심하게 쓰는 재미교포"가 만든 데모곡 한번 제대로 귀 기울여주던 사람, 회사는 전혀 없었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국내외 음반사 A&R 담당자 한번 만나기 위해 여러 시간 건물 앞에서 기다려도 퇴짜 맞는게 다반사였다고 한다. 그런 그에게 유일하게 기회를 준 곳은 SM이었고 그 이후의 이야기는 많은 케이팝 팬들도 다 잘 아는 내용이기도 하다.

"별것 아닌 나도 이렇게 노력을 하는데... 그냥 하는 노력이 아니라 죽기 살기의 노력을 말하고 싶다"(개인 유튜브 채널 영상 중에서) 

<프로듀스 101> 작곡가 자격으로 처음 TV 화면에 얼굴을 비치면서 조금씩 친숙해진 일명 "사자형"은 작곡가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이런 조언을 수시로 남긴다.

​특정 작곡가 또는 프로듀싱팀이 주요 곡을 독식하는 인기 쏠림의 시기는 이미 과거의 일이 된 지 오래다. 불과 몇년전만 해도 각종 순위를 점령했던 작곡가들 상당수의 이름을 현재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케이팝 시장은 전쟁터와 다름 없는 환경으로 변모했다. 공동작업이 대세를 이루면서 다인원 중심 창작은 조금만 한눈을 팔게 되면 새 인물들들이 빈 자리를 속속 채우게 되는 빌미를 허용하곤 한다.

​라이언 전 및 그의 협력자들이 케이팝 대세로 여전히 맹활약하고 있는 건 배고픔을 겪었던 무명 시절의 기억을 자양분 삼아 스스로를 채찍질 해 온 결과일지도 모른다. 수능 금지곡 '루시퍼' 부터 '셀러브리티', '돌핀' 등으로 이어진 명곡들의 대향연은 허투루 생겨난 것이 결코 아니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상화 시민기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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