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2개월 아기가 뇌출혈 및 심정지 상태로 모텔에서 발견됐다. 지난달 13일, 경찰에게 체포된 아이 아빠는 화가 나서 아이를 던졌다고 학대 행위를 자백했다. 그리고 아이 아빠는 체포됐다. 또 하나의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아이 부모를 지켜본 모텔 주인들의 이야기는 조금 달랐다. 아기 아빠가 체포되기 일주일 전, 아기 엄마가 체포되면서 이런 일이 발생하게 됐다는 것이다. 그동안 부부가 아이들을 잘 돌봐왔으며 이들 부부에게 도움을 주지 못해 안타깝다는 것이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MBC < PD수첩 >은 지난 4일 '인천 모텔 아기 – 위기의 청소년부모'편을 통해 이 사건을 심층 취재했다. 이날 방송은 인천 모텔 아기의 가족이 투숙했던 모텔 주인들의 이야기를 통해 이 사건이 왜 일어났는지, 그리고 그 이면에 가려진 청소년부모에 대한 제도적 허점을 짚었다.

취재 뒷이야기 궁금해 지난 5일 '인천 모텔 아기- 위기의 청소년부모'편을 취재한 김영원 PD를 전화로 인터뷰했다. 

다음은 김 PD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PD수첩>의 한장면

의 한장면 ⓒ MBC

 
- 지난 4일 방송된 < PD수첩 > '인천 모텔 아기-위기의 청소년부모'편을 취재하셨잖아요. 방송 끝난 소회가 어떠세요.
"아무래도 우리 사회에서 청소년부모에 대한 시선이 굉장히 곱지 않잖아요. 많이 고민하고 걱정하면서 준비를 했는데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그래도 풀어낼 수 있었던 거 같아서 후련합니다."

- 청소년부모에 대한 취재는 어떻게 하게 됐나요?
"사실 저희 방송이 가정의 달 첫 번째 주에 했잖아요. 방송 준비를 시작하면서 소외되어 있고 우리가 시선을 돌려봐야 할 가정이 있는지, 그 궁금증에서부터 시작했어요. 저희 방송 중 몇 주 전에 미혼부 문제를 다룬 회차가 있었어요. 그때 취재에 응해 주셨던 허민숙 입법조사처 조사관님이 '청소년부모의 문제도 굉장히 중요하다, 한번 해 볼 필요가 있다'라고 말씀하셔서 관심을 갖고 들여다보게 됐습니다.

- 취재는 어디부터 하셨어요?
"일단 청소년부모들을 많이 만나봤어요. 만나서 어떻게 지내는지 그리고 가장 절실히 느끼는 문제점이 무엇인지 물어봤어요. 그런데 취재 도중에 인천 모텔의 생후 2개월 영아 사건이 터진 거예요. 이 사건은 청소년부모들이 겪는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드러난 사건이었어요. 어린 나이에 임신과 출산을 한 부모였고 일정한 일자리를 가지기 힘들다 보니 안정적인 주거지를 가지지 못해서 모텔을 전전했던 거 같았고요. 결국 모텔에서 육아하다가 (아기가) 안타까운 사고를 당하게 된 상황이라서 그때부터 인천 사건과 청소년부모 사례들 병행 취재하게 됐습니다.

- 처음 보도나왔을 때랑 취재하면서 사건의 양상이 달라졌나요?
"보도 나온 게 제가 청소년부모 취재 시작하고 일주일이 좀 지났을 때였는데 그냥 '아동학대 사건이 터졌구나, 근데 청소년부모네'였어요. 근데 당시 주변에서 지켜봤던 모텔 주인 분들의 진술이 나오면서 뭔가 다르다는 걸 알았죠. '그 친구들은 굉장히 열심히 육아하고 있었고 학대의 정황이 보이지 않았다, 이 상황에 놓인 게 굉장히 안타깝다' 이런 말이 나오는 거예요. 이 부부가 단순 학대범이 아니구나, 뭔가 더 사연이 있는 사람들이고 이런 상황이 된 데는 분명 다른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 그 근처 모텔 주인들이 아기 부모를 잘 아나봐요?
"아무래도 모텔에 아기를 데리고 오는 사람이 잘 없잖아요. 그리고 최근에는 이 부부가 주변 모텔에 한달씩 투숙하기도 해서 관심을 갖고 지켜봤던 거 같아요. 또 이 부부가 들어오고 나가고 할 때마다 깍듯이 인사도 잘하고 되게 공손해서 좀 더 마음을 쓰셨던 거 같아요."

- 아기 엄마가 사기죄로 구속되면서 비극이 시작됐잖아요. 수배자이기 때문에 체포했다는 게 경찰 입장인데. 엄마가 구속되더라도 어떤 조치를 빨리 취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드네요. 
"맞습니다. 날짜로 따지면 본다면 엄마가 4월 6일에 구속되고 일주일 뒤에 아이가 사고를 당한 건데 그 사이 일주일이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죠. 그 사이 구청에서는 나름대로 할 수 있는 지원은 찾아봤던 걸로 저희도 알고 있고요. 다만 아이들이 모텔에서 지내고 있는 상황이니까 전문가나 돌봄을 잘 하는 사람이 가서 아이들이 적절한 케어를 받고 있는지 계속 체크를 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쉬운 부분이죠."

- 아이 엄마를 꼭 구속해야 했나 싶기도 한데요.  
"경찰의 입장이기도 합니다만 원칙으로는 엄마가 법정에 출석을 하지 않아서 수배가 떨어진 상황이었기 때문에 현장에서 체포해야만 했다는 거죠. 또 하나는 거주지가 딱 정해져 있지 않은 사람이기 때문에 도주의 우려가 있다고 보고 바로 구속으로 이어졌던 것 같아요. 물론 바로 구속된 상황이 안타깝기는 한데 그걸 원칙적으로 탓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닌 것 같고요. 다만 엄마의 구속이 불가피했다면 아이들에 대해서 더 밀착 관리가 이루어졌여야 하지 않았나 생각이 듭니다."

- 아기 엄마는 남편에 대한 원망 같은 건 없나요? 결과적으로는 남편이 아이를 다치게 한 건데.
"그렇진 않았어요. 저희가 접견했을 때 어머니도 텔레비전 등을 통해서 이 사안을 알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어쨌든 남편이 굉장히 아이들을 사랑하고 잘 챙겨줬다고 해요. 아기의 상태가 걱정되긴 하지만 남편에 대한 원망은 하지 않았어요(한편, 현재 아기의 상태는 호전돼 자발적 호흡을 하고 있다)."

- 청소년부모의 경우 평균 몇 세에 아이를 낳는 걸로 나오나요?
"말씀드렸다시피 국가에서 진행한 정확한 실태조사나 통계는 없는 상황이고요. 사단법인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에서 본인들이 연락이 닿는 청소년부모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어요. 325명의 청소년부모를 대상으로 했고 그 부모들 집단으로 평균을 냈을 때 만 18세 나왔습니다. 18세에 임신을 하고 출산은 만 19세에 한 경우가 가장 많았어요."

- 청소년부모에게 가장 필요한 건 뭘까요?
"청소년부모에게 가장 필요한 건 일단 의식주인 거 같아요. 그중에서도 주거죠. 아무래도 정말 자기 집에서 안정되게 출산과 양육을 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인 청소년부모가 많아요. 아기를 건강하게 키울 수 있는 조건이 되는 그런 안정된 주거지가 필요하거든요. 일단 주거지 마련이 급선무이고 그 이후에 아기를 잘 키우면서 본인도 사회구성원으로 잘 성장해 나갈 수 있는 적절한 자립 지원이 필요하겠죠."
 
 MBC < PD수첩 >?'인천 모텔 아기 ? 위기의 청소년부모'편.

MBC < PD수첩 >?'인천 모텔 아기 ? 위기의 청소년부모'편. ⓒ MBC

 
- 학업을 계속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한 것 같아요.
"우리 사회에서는 (청소년부모가) 아기를 키우면서 학업을 계속할 수 있는 상황들이 아니죠. 사실 제도적으로는 마련이 되어 있어요. 예를 들면 학생들도 출산휴가를 쓸 수 있고요. 혹은 위탁 교육기관과 연계해서 임신과 출산 중에도 다른 대안학교 같은 곳에 가서 학업을 마치는 방법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것들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학생들이 많고 또 학교에서도 적절한 안내를 해주지 않다 보니까 자퇴를 하거나 아니면 퇴학을 당하는 부모들이 많은 거죠.

출산 후에 검정고시를 통해서 학력 취득하려고 하는데 아이를 키우면서 공부를 병행하는 게 일반적인 가정에서도 엄마로서 쉽지 않은 일이잖아요. 어린 나이에 부모가 된 이 친구들에겐 더 어려운 일인 거죠. 저희가 취재한 결과, 청소년부모지원킹메이커 같은 단체에서 (청소년부모가) 공부를 할 수 있도록 돌봄 선생님이 집에 가서 아이를 봐준다거나, 시험 당일날 아이를 봐주는 시스템을 제공하고 있더라고요."

- 청소년부모에 대한 인식 개선도 필요할 것 같아요.
"단순히 어린 나이에 사고를 쳐서 아이를 가진 그 사실에 집중하지 마시고 어쨌든 아이를 낳아서 책임지고 길러보려고 한 노력을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사실 나이를 제외하면 그냥 이들도 부모잖아요. 근데 청소년 시기에 임신과 출산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이들을 문제시하고 '그런 애들을 굳이 도와줘야 돼?'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은 게 사실이죠. 우리 사회가 어떤 도움을 줘야 할까, 어떻게 같이 키워나갈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더 많이 하셨으면 좋겠어요."

- 취재하며 느낀 점이 있다면.
"사실 청소년부모의 문제가 너무 복합적인 문제여서 '이게 문제다'라고 한 문장으로 표현할 수 없었어요. 이 사안을 어떻게 봐야 하는 걸까에 대한 고민을 계속하면서 취재를 했었는데 청소년부모킹메이커 단체 배보은 대표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대단한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 어떤 도움을 주려고 하는 게 아니라 단순히 내가 좀 더 먼저 아이를 낳아 봤고 이 친구들도 내 자녀들의 나이와 비슷하니까 부모된 마음으로 지원해주는 것'이라고요.

그렇게 도움을 줬을 때 청소년부모들이 눈부시게 성장하고 그 아기들도 잘 자란다고 해요. 그리고 저 또한 청소년부모들을 많이 만나면서 저도 모르게 가지고 있었던 편견에 대해 반성을 하게 됐고요. 우리 지금 사회에서 제공하고 있는 복지제도에 미세한 빈틈이 있는데 그 부분을 찾고 취재해서 알릴 수 있어 뿌듯한 마음도 있습니다."
김영원 PD수첩 청소년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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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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