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월드가 재오픈을 앞두고 있습니다. 그 안에 담긴 180억 장의 추억(데이터)도 조만간 다시 소환될 예정입니다. 여기서 잠깐, 싸이월드 하면 빠질 수 없는 게 또 있으니 바로 BGM 아닐까요. 누군가는 '대체 싸이월드가 뭐냐'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그 시절, 청춘을 함께 했던 싸이월드 오픈 소식에 설레하는 이들도 적지 않을 텐데요.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싸이월드를 기다리며 그 시절 나만의 BGM 추억 속으로 시간 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요.[편집자말]
지금은 손으로 일일이 꼽기 힘들 정도로 많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가 있다. 하지만 세계인들에게 가장 널리 알려진 '3대 SNS'는 2006년에 창립된 트위터와 2004년 마이크 저커버그를 비롯한 하버드생들이 개발한 페이스북, 그리고 이미지 중심의 소셜 미디어 인스타그램이다. 이 3대 SNS는 국내에서도 널리 쓰이고 있는데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활발하게 사용하는 2049세대 중에는 이 세 가지 중 하나 정도는 사용했거나 쓰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글로벌 미디어그룹의 SNS 서비스가 한국 네티즌들의 정서를 지배(?)하는 세상이 됐지만 2000년대까지만 해도 국내 젊은 네티즌들은 국내에서 직접 개발한 네트워크 서비스에 열광했다. 미니홈피 서비스를 통해 많은 네티즌들의 감성을 건드렸던 국내의 마이크로 블로그 서비스 싸이월드다. 2010년대 본격화된 스마트폰 시대를 따라가지 못하고 빠르게 몰락했던 싸이월드는 '싸이월드Z'라는 이름으로 부활을 앞두고 있다.

과거 싸이월드는 '미니홈피 파도타기'로 지인들과 교류하며 친분을 쌓고 사진첩을 통해 추억을 저장하고 게시판과 다이어리로 솔직한 감정을 표현하던 공간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 싸이월드 미니홈피의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기능 중 하나가 바로 배경음악이었다. 사진이나 글로는 다 할 수 없는 감정들을 표현하는 것과 다름없었던 미니홈피 BGM은 그 시절 싸이월드 유저들에게는 잊을 수 없는 추억이다.

미니홈피에도 티를 냈던 커플들
 
 2000년대 미니홈피를 수놓았던 이적의 <다행이다>는 2010년대에도 결혼식 축가로 많이 쓰였다.

2000년대 미니홈피를 수놓았던 이적의 <다행이다>는 2010년대에도 결혼식 축가로 많이 쓰였다. ⓒ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그 시절, 연애를 하던 이들은 미니홈피에 온갖 감미롭고 달달한 배경음악을 넣어 자신이 연애 중이라는 사실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주변의 외로운 모쏠, 솔로들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했다.

당시 '러브홈피'를 표현하던 가장 대표적인 배경음악은 바로 박효신의 <눈의 꽃>과 SG워너비의 <내 사람>이었다. 물론 박효신과 SG워너비는 평소 슬픈 이별노래를 주로 부르는 가수들로 유명하지만 <눈의 꽃>과 <내 사람>에서는 누구보다 부드럽고 감미롭게 사랑을 속삭인다. <눈의 꽃>과 <내 사람>은 지난 6일 싸이월드Z가 발표한 '역대 가장 많이 팔린 음원'의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패닉 시절 온갖 사회비판적인 노래를 만들고 불렀던 이적은 <다행이다> 한 곡으로 '미니홈피 달달 BGM의 끝판왕'으로 등극했다. 사실 제3자 입장에서 보면 대체 '그대를 만나고 그대의 머리결을 만질 수가 있는 게' 뭐가 그리 감동할 일인가 싶다. 하지만 그 시절 사랑에 빠진 커플들에게 이적의 목소리에 실린 <다행이다>의 가사 한 소절, 한 소절은 그렇게 감동적으로 다가왔던 모양이다. 

당시에는 커플들이 미니홈피에 같은 배경음악을 까는 '커플BGM'도 유행했다. 당시 커플BGM으로 가장 많이 쓰인 듀엣곡은 바로 브라운 아이드 걸스의 가인과 2AM의 조권이 함께 부른 <우리 사랑하게 됐어요>였다. 이 밖에 김동률과 이소은이 부른 <기적>, <욕심쟁이>도 많이 쓰였고 사랑하는 사람의 눈에 빠져 버릴 거 같아 두려워서 수영을 배운다는 낯간지러운 가사가 돋보이는 허밍 어반 스테레오의 <하와이안 커플>도 솔로들의 아픈 마음을 긁었다.

이별에 대처하는 미니홈피 유저들의 자세
 
 프리스타일의 감성 힙합곡들은 헤어진 연인을 그리워하는 이들의 미니홈피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BGM이었다.

프리스타일의 감성 힙합곡들은 헤어진 연인을 그리워하는 이들의 미니홈피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BGM이었다. ⓒ 노트뮤직

 
미니홈피 배경음악을 통해 사랑을 생색내던 커플들이 전부 결혼이라는 결실을 맺어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이들 중 상당수는 많은 이유들로 인해 이별의 아픔을 겪게 된다. 그리고 2000년대 싸이월드 전성기에는 이별을 경험한 사람들이 대거 미니홈피 배경음악에 슬픈 발라드 곡들을 넣으며 당장이라도 세상을 포기하고 싶은 자신의 슬픈 감정을 드러내곤 했다.

한창 사랑을 나눌 때 <내 사람>을 배경음악으로 깔았던 사람들은 이번에도 SG워너비의 노래를 배경음악으로 선택한다. 하지만 이번엔 떠난 사람을 그리워하는 < Timeless >와 <죄와 벌> <살다가> <광> 등으로 노래가 바뀐다. 물론 SG워너비의 노래들은 미니홈피 BGM에 넣는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자칫 노래방에서 함부로 SG워너비의 노래를 선곡한 사람들은 애인도 잃고 지인도 잃게 되는 비극을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2000년대 중반 유독 미니홈피 배경음악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가수가 있었다. 바로 형제로 구성된 힙합듀오 프리스타일이다. 특히 프리스타일의 3집 타이틀곡 < Y >는 옛 사랑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의 미니홈피 배경음악으로 많이 쓰였다. 그 시절 많은 젊은이들의 미니홈피에는 "MyBaby I Love You So Much"로 시작되는 < Y >의 도입부 가사가 나오곤 했다. 프리스타일은 < Y >외에도 <수취인불명> <그리고 그 후> 등이 싸이월드에서 큰 사랑을 받았다. 

남자들이 SG워너비의 노래들로 이별의 아픔을 달랬다면 그 시절 여성들의 마음을 위로해준 가수는 역시 '발라드 여왕' 백지영이었다. 백지영은 <사랑 안 해>와 <잊지 말아요> <총 맞은 것처럼>으로 이어지는 이별노래 3연타를 통해 여성들의 미니홈피 BGM을 지배했다. 물론 이별을 의연하게 받아 들이는 여성들은 2NE1의 < I Don't  Care >를 미니홈피 BGM으로 깔며 이별 따위 쿨하게 넘길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민경훈도 짝사랑한다'며 스스로 위로하던 시절
 
 김형중은 2000년대 짝사랑을 상징하는 3곡 중 2곡을 직접 부른 가수였다.

김형중은 2000년대 짝사랑을 상징하는 3곡 중 2곡을 직접 부른 가수였다. ⓒ 주식회사 블렌딩

 
한창 사랑을 하고 있는 사람들은 이별의 아픔에 허덕이거나 옛 사랑을 그리워하는 주위 사람을 측은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어떤 이들은 옛 사랑의 추억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괴로워하는 사람을 부러워하기도 한다. 바로 좋아하는 사람에게 고백도 제대로 해보지 못하고 그렇다고 그 사람을 포기하지도 못하고 짝사랑의 굴레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사람들이었다.

그 시절 미니홈피 배경음악에는 짝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3대 호구송'이 있었다. 토이의 <좋은 사람>과 김형중의 <그녀가 웃잖아>, 그리고 더 너츠의 <사랑의 바보>였다. 특히 토이5집의 객원가수였던 김형중은 3대 호구송 중 두 곡을 부르는 영광(?)의 주인공이 됐다(사실 김형중 1집 타이틀곡 <그랬나봐> 역시 어디에 내놔도 빠지지 않는 '호구송'이다). 미니홈피에 이런 노래들을 배경으로 깔아 놨으니 애인이 쉽게 생길 리 없었다.

2003년과 2005년에는 수려하고 훤칠한 외모를 자랑하는 두 미남 가수가 짝사랑에 허우적대는 노래를 부르며 미니홈피 BGM 시장에 일약 큰 바람을 불러 왔다. 바로 지난 2018년 <슈가맨>에서 '떼창'이 나왔던 팀의 <사랑합니다>와 천하의 꽃미남 민경훈을 짝사랑남으로 만들었던 버즈의 <겁쟁이>였다. 당시 짝사랑에 빠져 허우적대던 사람들은 "팀이나 민경훈도 짝사랑을 하잖아"라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이 노래들을 미니홈피 배경음악으로 넣었다.

지금은 연예대상을 수상하는 예능인으로 더 유명한 김종국은 지난 2005년 3집 앨범을 크게 히트시키며 지상파 3사의 가요대상을 휩쓸었다. 하지만 오늘날 가수 김종국의 대표곡이자 그 시절 싸이월드 미니홈피 배경음악으로 가장 많이 쓰였던 노래는 단연 2집의 <한 남자>였다. 김종국이 출연했던 < X맨 >에서 윤은혜와의 러브라인에 테마곡으로 쓰인 <한 남자>는 그 시절 짝사랑하는 사람들이 감정이입을 하기에 더 없이 좋은 노래였다.

우리의 인생엔 사랑과 연애가 전부는 아니었다
 
 미니홈피를 쓰는 힙합마니아들에게 아웃사이더의 등장은 충격,그 자체였다.

미니홈피를 쓰는 힙합마니아들에게 아웃사이더의 등장은 충격,그 자체였다. ⓒ 스나이퍼사운드

 
젊은 시절에는 사랑과 연애가 인생의 전부일 것 같지만 사실 살다 보면 사랑과 연애는 삶의 한 부분에 불과하다(물론 결코 작은 부분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따라서 연애에 큰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나 (또는 연애를 포기한 사람), 이미 결혼 등으로 사랑을 완성한 사람들은 사랑이나 연애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인생을 이야기하는 노래들로 미니홈피 배경음악을 채우곤 했다(이런 사람들의 특징은 한 번 정한 배경음악이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는 점이다).

록음악을 좋아하는 남자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었던 노래는 바로 버즈의 <나에게로 떠나는 여행>이었다. 록발라드 위주로 부르던 버즈의 흔치 않은 강렬한 록 넘버 <나에게로 떠나는 여행>은 희망적인 가사와 경쾌한 사운드, 그리고 민경훈의 시원한 목소리가 더해지며 미니홈피 배경음악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비슷한 이유로 김경호의 < ROCK&LIGHT >를 배경음악으로 넣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힙합과 랩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2009년 혜성처럼 나타난 아웃사이더의 등장을 잊지 못한다. 마치 입에 모터가 달린 것처럼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엄청난 속사포 랩을 구사하던 아웃사이더의 <외톨이>는 싸이월드의 마지막 전성기였던 2000년대 후반 많은 이들의 미니홈피 배경음악을 장식했다. 물론 일부는 <외톨이>보다 더 빠르다는 <스피드 레이서>를 미니홈피에 깔고 회심의 미소를 짓기도 했다. 

브리트니 스피어스와 크리스티나 아길레라가 팝 시장을 양분하던 2000년대 중·후반 아시아권을 중심으로, 특히 국내 미니홈피 BGM 시장에서 독보적인 인기를 끌던 팝 가수가 있었다. 국내에도 여러 차례 내한했던 스위트박스였다. 특히 스위트박스의 대표곡 < Life Is Cool >은 흔한 사랑이야기가 아닌 '세상을 다른 관점에서 보면 즐겁다'는 내용을 담은 가사로 미니홈피 시장에서 그야말로 폭발적인 사랑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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