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월드가 재오픈을 앞두고 있습니다. 그 안에 담긴 180억 장의 추억(데이터)도 조만간 다시 소환될 예정입니다. 여기서 잠깐, 싸이월드 하면 빠질 수 없는 게 또 있으니 바로 BGM 아닐까요. 누군가는 '대체 싸이월드가 뭐냐'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그 시절, 청춘을 함께 했던 싸이월드 오픈 소식에 설레하는 이들도 적지 않을 텐데요.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싸이월드를 기다리며 그 시절 나만의 BGM 추억 속으로 시간 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요.[편집자말]
지난 5월 첫째 주, 생방송 SBS <인기가요>의 1위 후보(뉴이스트, 브레이브 걸스, SG 워너비) 중 최근 신곡을 발표한 팀은 보이그룹 뉴이스트뿐이었다. 브레이브 걸스의 '롤린'은 4년 전 발매된 노래, 특히 1위 후보에 오른 SG 워너비의 데뷔곡 'Timeless'는 17년 전의 노래다. '내 사람(2006)' 역시 함께 상위권에 올랐다.

누구도 상상하기 어려운 풍경이다. SG 워너비는 2000년대 중반부터 후반까지 가요계를 지배했던 발라드 그룹이었지만, 이들이 '핫한' 가수였던 것은 오래 전의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얼마 전 MBC <놀면 뭐하니?>에 출연한 SG 워너비의 모습은 많은 사람의 추억을 자극했다.
 
SG 워너비의 시대, 싸이월드의 시대
 
 최근 '놀면 뭐하니?"를 계기로 SG워너비 예전 노래들이 다시 인기를 얻고 있다.

최근 '놀면 뭐하니?"를 계기로 SG워너비 예전 노래들이 다시 인기를 얻고 있다. ⓒ MBC

 
이처럼 문화적 유효 기간이 끝났다고 생각되었던 것, 과거의 것이 자명한 콘텐츠가 현재의 타임라인으로 돌아오고 있다. 유튜브 채널 '피식 대학'의 '05학번 이즈 백' 역시 X세대의 과거를 충실히 소비하면서 웃음을 자아냈다. 동시에 소셜 서비스 싸이월드의 추억도 소환되었다. 2000년대의 싸이월드는 지금의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을 합친 것과 같은 위상을 누리고 있었던 플랫폼이었다. 서로 친해지기 위해 일촌을 맺었고, 사이버머니 도토리를 충전해서 미니홈피를 꾸미는 데에 열을 올리기도 했다.

가입자 수가 3500만 명을 넘어서기도 했지만, 싸이월드의 영광은 결코 길지 못 했다. 2010년대 스마트폰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면서 내리막길을 걸었고, 끝내 서비스를 종료했다. 그러나 싸이월드의 추억마저 사라지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빈사 상태에 빠진 싸이월드를 싸이월드 Z라는 신설 법인이 인수하게 되었고, 재오픈을 앞두고 있다. 충전되어 있던 38억원 상당의 도토리를 반환해준다는 소식도 함께 전해졌다.
 
2000년대에 학창 시절을 보냈던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싸이월드의 추억 하나 쯤은 있을 것이다. 같은 반 친구들과 공유 다이어리를 만들기도 했고 일촌평의 개수로 인맥(?)을 과시하기도 했다. 짝사랑했던 친구의 미니홈피 배경음악만 듣고도 설렜던 기억도 난다.

이렇다 할 수입이 없던 시절, 부모님으로부터 용돈을 받거나 문화상품권이 생기면, 도토리를 충전한 다음 정성스럽게 미니홈피를 꾸몄다. 미니홈피의 가장 큰 의의는 온라인상에서 자신의 공간을 꾸밀 수 있다는 것이다. 나의 공간을 꾸미는 데에 있어 청각적 요소(배경음악)는 중요했다.
 
노래로 구별되고 싶었던 시절
 
 재오픈을 앞두고 있는 '싸이월드' 홈페이지

재오픈을 앞두고 있는 '싸이월드' 홈페이지 ⓒ 싸이월드

 
학창 시절, 친구들 사이에서 나는 음악을 좋아하는 아이로 통했다. 수학여행 때마다 장기자랑에 나가 휘성의 노래를 불렀고, 독특한 헤드폰을 끼고, 고등학교 야자 시간에는 팝 전문 라디오 프로그램을 들었다. 그런 나에게 있어 싸이월드 미니홈피는 구별짓기의 욕구를 해소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사실 엠투엠의 '세글자', SG 워너비의 '내 사람' 같은 인기 발라드도 남몰래(?) 즐겨 들었지만, 배경음악으로 선택하지 않았다. 남들과 다른 예술을 향유하는 모습을 구축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이것을 두고 '중2병', '힙스터 흉내'라 말할 수 있겠지만, 당시 내가 한정된 도토리를 가지고 배경음악을 고르는 태도는 사뭇 진지했다.
 
그 욕망을 채우기 위해 선택한 키워드는 '록'이었다. 케이팝에 익숙한 친구들이 '시끄럽다'고 말하는 음악을 당당히 배경음악으로 내걸고 싶었다. 2008년 8집으로 컴백한 서태지를 롤모델로 설정했다. 'Knock The Wall, Break The Wall, Rock'n Roll'이라는 가사를 대문에 걸어 놓고, BGM은 '시대유감'으로 골랐다(아직도 그때의 내가 어떤 벽을 그토록 부수고 싶어 했는지는 알 수 없다!).

처음 접한 미국 록밴드 도트리(Daughtry)의 'Over You', 오아시스(Oasis)의 'Live Forever' 역시 나의 취향을 만천하에 과시하기 위한 선곡이었다. 일렉 기타 사운드가 친구들의 배경음악과 다르게 들릴 수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했다. 물론 당시의 내가 이 노래들을 사랑했던 것도 부정할 수 없다. 10대 소년의 귀에 먼저 들린 것은 사랑을 속삭이는 가사가 아니라 꿈과 긍정의 메시지였다.
 
 '알고 보니'가 수록된 에픽하이 4집 < Remapping The Human Soul > 재킷

'알고 보니'가 수록된 에픽하이 4집 < Remapping The Human Soul > 재킷 ⓒ (주)지니뮤직

 
당시 어린 시절의 우상 중에는 힙합 그룹 에픽하이도 있었다. 록밴드는 아니었지만, 시적인 가사와 '펀치라인'을 선보이는 타블로는 경외의 대상이었다. 특히 삶에 대한 고뇌를 그렸던 에픽하이의 '알고보니'(2007)를 BGM으로 설정해놓기도 했다. 이 노래의 문을 여는 현악 사운드는 오랫동안 내 미니홈피를 지키는 파수꾼이었다.

싸이월드의 부활 소식을 듣고 오랜만에 '알고보니'를 꺼내 들었다. 도입부를 듣자마자 묘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학교 수업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싸이월드 미니홈피의 방명록을 확인하던 어린 시절, 그리고 서른을 앞두고 있지만 여전히 만사에 서툰 지금의 내 모습이 한 시공간에 존재하는 체험을 했다. 
 
"내가 설 자린 없지 한없이 모자란 걸 무지개 끝에서 귀갓길을 못찾는걸
왜 난 아직 아이들의 꿈을 꾸는데 갈수록 두렵지 아침에 눈을 뜨는 게"
- '알고보니' 중

 
싸이월드의 귀환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첫 번째로 든 느낌은 반가움이었다. 그리고 두 번째는 이것이 추억 여행 이상의 의미를 가질 수 있냐는 의문이었다. 그만큼 많은 시간이 지났다. 그것은 세상을 향해 중지 손가락을 올려 세우던 청년 타블로가 중년의 아버지가 될만큼 긴 시간이다. 당대의 인기 가수였던 SG 워너비가 추억의 가수로 여겨질만큼 긴 시간이다. 세상 무엇보다 귀해 보였던 풋사랑은 '당장 제거해야 할 중2병 흑역사'로 치부될 만큼 긴 시간이기도 하다.

이제 우리는 싸이월드 BGM이 아니어도 인스타그램이나 메신저 프로필로 음악을 공유할 수 있고, 감정을 표현할 수 있다. 그 사이 나의 미니홈피는 오랜 시간 동안 누구도 찾지 않은 채 멈춰 있었다. 그러나 긴 시간과 무관하게, 음악은 여전히 오늘의 삶을 대변하는 BGM으로 기능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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