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극장'에선 처음 또는 다시 볼 만한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세월의 흔적이 묻은 작품부터 아직 국내에 정식으로 소개되지 않은 작품까지 다양하게 다루려고 합니다.[편집자말]
지난 3월 25일 <고질라 VS. 콩>이 개봉하며 '몬스터버스'가 대장정을 마쳤다. 2014년 개봉한 <고질라>가 대성공을 거두자 워너 브라더스와 레전더리 픽쳐스는 일본의 도호 영화사로부터 킹기도라, 라돈, 모스라, 할리우드의 유니버셜 스튜디오로부터 킹콩의 사용 권리를 얻어낸 다음 후속작을 만든다고 발표하며 괴수(Monster)와 세계관(Universe)을 합한 '몬스터버스'란 이름을 붙였다.

이후 시리즈는 <콩: 스컬 아일랜드>(2017), <고질라: 킹 오브 몬스터>(2019), <고질라 VS. 콩>까지 이어졌다. <고질라 VS. 콩>의 리뷰에 앞서 <고질라>, <콩: 스컬 아일랜드>, <고질라: 킹 오브 몬스터>의 특징을 간단하게나마 살펴보고자 한다.
 
<고질라> 영화 포스터

▲ <고질라> 영화 포스터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몬스터버스의 첫 번째 작품인 <고질라>는 21세기에 어울리는 현대적인, 그리고 작가적인 업데이트가 돋보인다. 과거 일본이 만들었던 <고질라>(1954)는 단순히 거대 괴수만을 소재로 삼은 영화가 아니었다. 거듭되는 핵실험으로 인해 해저 동굴에서 지내던 종이 인간 세상에 나온다는 설정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원자폭탄을 맞았던 일본의 트라우마를 자극했다. 한편으로는 핵실험이 계속되면 고질라가 다시 세상에 나타날 것이라 강조하며 과학의 악용을 경고했다.

할리우드에서 만들어진 첫 번째 <고질라>(1998)는 괴수의 크기만을 강조하는 단순한 재난 영화에 불과했다. 그러나 가렛 에드워즈가 연출한 <고질라>는 달랐다. 고질라를 늦게 보여주며 심지어 많이 보여주지 않는다. 마치 J.J 에이브럼스가 제작한 <클로버필드>(2008)를 연상케 하는 연출이다. 카메라는 인간의 시점에서 고질라를 보여주는 식으로 잡아 가대 괴수를 보는 두려움을 극대화했다.

흔히들 J.J.에이브럼스가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향을 받았다고들 말한다. J.J.에이브럼스를 떠올리게 하는 가렛 에드워즈는 당연히 스티븐 스필버그의 자장 아래 있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대표작 <죠스>(1975), <미지와의 조우>(1977), <쥬라기 공원>(1993), <우주 전쟁>(2005)는 <고질라>에 다양하게 녹아 있다. 

상어를 최대한 늦게 보여주는 <죠스>의 문법을 <고질라>는 충실히 따른다. <미지와의 조우>는 다른 존재를 받아들이는 법을 이야기했다. 가렛 에드워즈는 전작 <몬스터즈>(2010)를 비롯해 <고질라>에서 다른 존재를 타자로 바라보는 인간의 편견과 폭력을 조명한 바 있다. 거대한 존재의 두려움을 조명한 <쥬라기 공원>과 알 수 없는 존재의 공격으로 혼란에 빠진 세상을 헤쳐 나가는 가족의 이야기인 <우주 전쟁>은 <고질라>에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다. 이렇게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를 보며 성장한 '스필버그 키드'들은 할리우드에 뿌리 내리고 있다.
 
<콩: 스컬 아일랜드> 영화 포스터

▲ <콩: 스컬 아일랜드> 영화 포스터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콩: 스컬 아일랜드>는 <고질라>의 앞선 시간대인 1973년을 배경으로 한다. 1933년, 1976년, 2005년에 만들어진 <킹콩>이 엄청난 볼거리를 중심으로 다른 세계의 충돌을 그렸지만, <콩: 스컬 아일랜드>는 일부 설정이나 오마주는 있을지언정 서사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썼다. 베트남전을 다룬 <지옥의 묵시록>(1979)을 거대 괴수 서사에 가져온 것이다.

영화는 베트남전이 끝난 직후에서 시작한다. 대다수 군인은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하나 패커드 중령(사무엘 L. 잭슨 분)은 다르다. 그는 "우린 안 졌어요. 포기한 거죠"라 주장하며 전쟁을 계속하고 싶은 욕망을 숨기지 않는다. 그리고 콩이 살고 있는 스컬 아일랜드에서 괴수들을 상대로 또 다른 전쟁을 벌인다.

영화 속에서 어떤 군인은 "때론 진짜 적이 누군지는 닥쳐봐야 알아요"라고 말한다. 전쟁의 목적은 사라진 채로 누구를 위한, 무엇을 얻고자 하는 전쟁이 모르겠다는 소리다. 이것은 단순히 베트남전을 의미하는 말이 아니다. 미국의 개입주의를 포함한 강대국들의 침략, 지배 등 제국주의적 욕망을 스컬 아일랜드에 간 인간에 투영한 것이다. 그리고 묻는다. "콩이 괴물인가, 패커드(인간)가 괴물인가?"

거대 괴수를 보여주는 방식은 앞선 몬스터버스 작품 <고질라>와 상반된다. <고질라>는 괴수의 모습을 중반부까지 최대한 감추며 부분적으로 조금씩 드러냈다. 반면에 <콩: 스컬 아일랜드>는 괴수의 모습을 숨지지 않는다. 초반부에 섬에 떨어진 미군과 일본군 앞에 콩의 얼굴을 보여준 다음 러닝 타임이 30분 정도 흐른 뒤, 섬에 군인, 과학자, 기자 등이 헬기를 타고 오는 장면에서 콩의 전체 모습을 마음껏 과시한다. 

폭력성도 상당하다. 아마도 베트남전 등 전쟁의 폭력성을 보여주고자 한 의도가 아닌가 싶다. <프레데터>(1987)가 베트남전을 SF 장르로 수렴한 20세기의 걸작이라면 괴수물의 형태로 베트남전을 바라본 <콩: 스컬 아일랜드>는 21세기의 걸작이다.
 
<고질라: 킹 오브 몬스터> 영화 포스터

▲ <고질라: 킹 오브 몬스터> 영화 포스터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고질라: 킹 오브 몬스터>는 일본 도호영화사가 1964년에 제작한 <삼대 괴수 지구 최대의 결전>을 바탕으로 삼았다. <삼대 괴수 지구 최대의 결전>부터 고질라 시리즈는 '인간 대 괴수'에서 '괴수 대 괴수'로 방향을 바꾸었다. <고질라: 킹 오브 몬스터>는 <삼대 괴수 지구 최대의 결전>가 정립한 거대 괴수가 맞붙는 구도를 최첨단 CGI를 활용하여 그야말로 실감나게 보여준다. 괴수대격돌이 만드는 파괴의 재미와 괴수를 구현한 기술적인 완성도만 놓고 본다면 <고질라>, <콩: 스컬 아일랜드>를 넘어선다.

그러나 각본은 엉망진창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뤄진다는 '괴수'를 보관한 연구소는 인원도 많지 않은 테러 조직에 너무 쉽게 털린다. 괴수를 조종할 수 있는 기계 장치를 10대 소녀에게 빼앗기고, 심지어 고장 났다가 기적적으로 고쳐지는 황당한 전개까지 일삼는다.

가장 이해가 안 되는 건 엠마(베라 파미가 분)의 행동이다. 자연을 회복시키기 위해 인류를 몰살시키겠다고 결심한 그녀가 정작 자신의 딸이 죽을 위기에 처하자 "아들에 이어 딸마저 잃을 순 없어"라며 내로남불을 시전한다. 그리곤 마지막에 마치 순교자인양 희생하며 치부를 덮으려 노력한다.

베라 파미가, 카일 챈들러, 브래드리 휘트포드, 밀리 바비 브라운, 토머스 미들디치, 장쯔이, 오셔 잭슨 주니어 등 다른 영화에서 훌륭한 연기를 보여준 배우들은 <고질라: 킹 오브 몬스터>의 형편없는 각본 속에서 허우적거린다.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르는 연기력을 지닌 샐리 호킨스도 병풍으로 전락하는 마당이니 어떤 명배우를 갖다 놓아도 답이 없다.

그나마 괜찮은 역할로 나온 건 세리자와 박사로 분한 와타나베 켄 정도다. 하지만, 기도라에 맞서기 위해 세리자와 박사가 고질라의 보금자리를 파괴한 전개는 너무했다. "집도 잃고, 쉬지도 못하고(이용철 평론가의 씨네21 20자평)"에 덧붙여 "여자 친구도 잃은" 고질라가 무척이나 불쌍할 따름이다. 인간들에게 최소한의 양심이 있다면 파괴한 고질라의 집을 지어줘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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