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세상에 알려진 방배동 모자 사건은 많은 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지병으로 숨진 60살 엄마의 죽음을 반년이나 알리지 못한 30대 지적장애 아들이 이수역 근처에서 노숙하다 우연히 민간사회복지사의 도움을 받으며 알려진 사건이었다. 4개월 여가 지난 지금 30대 지적장애 아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지난 25일 KBS 1TV <시사기획 창>은 '홀로서기: 방배동 모자 사건 그 후' 편을 통해 올해 1월 1일 세상에 나온 지적장애 아들 최용준씨가 100일간 어떻게 자립해갔는지를 조명했다. 또한 부양의무제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짚고 복지국가로 잘 알려진 스웨덴으로부터 배울 점도 살펴봤다.

취재 이야기가 궁금해 지난 26일 이 편을 취재한 홍혜림 기자를 전화로 인터뷰했다.

다음은 홍 기자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시사기획 창>의 한 장면

<시사기획 창>의 한 장면 ⓒ KBS

 
- 지난 25일 방송된 KBS 1TV <시사기획 창> '홀로서기: 방배동 모자 사건 그 후' 편을 취재하셨잖아요. 방송 마쳤는데 소회가 어때요?
"우선 100일간의 대장정이 잘 끝나서 기쁩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아직도 마음이 무거워요. 100일간 용준씨의 삶이 어느 정도 달라졌지만 1년 뒤에 살 곳은 못 구했거든요. 그래서 조금 걱정이 됩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복지 사각지대에 놓이는 사람들이 안 생기도록 보도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 '방배동 모자 사건 그 후'는 어떻게 취재하게 되신 건가요?
"지난해 방배동 모자사건 소식을 뉴스로 접하고 대한민국에서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떤 사연이 있나 들여다보려고 취재를 시작했고요. 이렇게 충격적인 사건 이후 개인의 삶이 제도에 잘 스며드는지 보고 싶기도 했어요."

- 처음에 사건을 접하고 어떠셨어요?
"사건이 단편적으로 보도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예를 들어서 부양의무제 때문에 지원을 받지 못했다고만 나왔죠. 그러나 전 그 구조 이상의 뭔가 이야기가 있을 것 같았어요. 이와 연계된 문제들이 있었을 텐데, (보도되지 않아) 아쉬움이 남는다고 생각했어요.."

- 혹시 복지 문제에 관심이 있었나요?
"기자 초년시절부터 복지문제에 관심이 많았어요. 특히 노인 문제에 관심이 많아서 <창>에서 코로나19 요양병원 문제를 다뤘었고요. 그게 반향이 굉장히 컸어요. 그리고 코로나 이슈로 어려움을 겪는 취약계층이 많을 거라 생각하던 찰나에 방배동 모자 사건이 터진 거죠."

- 취재는 어디서부터 시작하셨나요.
"그 사건이 처음 보도된 게 지난해 12월 3일인데 12월 중하순부터 (아들분을) 접촉했어요. 최용준씨를 만나고 설득해서 1월 1일 첫 촬영에 들어갔습니다."

- 관련된 법규 등 살펴봐야 할 자료도 많았을 것 같아요. 
"12월 중순부터 관련 자료들을 모으기 시작했고요. 발달장애인법이 포괄하고 있는 내용은 무엇이고, 장애인 등록을 하기 위해서는 어떤 절차를 거쳐야 하는지, 또 등록을 하면 어떤 지원을 받는지 등을 조사했어요. 동시에 우리나라의 경우만으로는 해법이 나오지 않아 스웨덴 사례를 같이 들여다봤습니다. 스웨덴과 우리나라를 동등 비교하는 건 어렵지만 그래도 복지선진국이니 사례를 찾을 수 있잖아요. 저희 취재 과정이 100일 넘게 걸렸는데 공부하는 데 절반 이상이 투입됐습니다."

- 코로나로 인해 해외 취재 등이 수월하지 않았을 것 같은데, 스웨덴 사례는 어떻게 취재했나요. 
"현재 코로나 때문에 출장을 가기가 어려워요. 하지만 현지에서 프로덕션을 섭외해서 원하는 사례자를 컨텍했습니다. 1984년생으로 최용준씨와 같은 나이고, 지적장애가 있고 한부모 가정에서 지내는 분을 찾고 있었거든요. 프로덕션를 통해 만나고 사전에 줌으로 인터뷰를 하고 궁금한 것은 이메일로 질문을 주고받았습니다. 또 필요한 부분이 생기면 관련 인터뷰를 현지 프로덕션에서 촬영해서 저희에게 보내주고, 틀린 사실이 없는지 다시 데스킹하면서 방송본을 완성했습니다."

- 현재 용준씨는 동작구청 김재영 주무관과 함께 생활하고 있는데요. 
"김재영 주무관께서는 동작구청 계약직 주무관으로 계시는데요. 원래 본업은 전도사로 노숙인분들을 도와주는 봉사활동을 해오셨어요. 용준씨가 장애등급을 받기 전까지 갈 곳이 없다는 걸 듣고 자립 공간이 생길 때까지 돕기로 하신거죠."

- 김재영 주무관과 생활하는 건 어때 보였어요?
"영상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용준씨를 처음 만났을 때와 마지막 헤어질 때 얼굴 표정이 다릅니다. 김재영 주무관과 함께 집에서 생활하면서 안정감을 찾은 듯 보였습니다."

- 용준씨는 그동안 왜 장애등급을 받지 않았나요?
"장애판정을 못 받았다는 말이 맞습니다. 왜냐하면 어머니 혼자 돌봤거든요. 장애판정을 받기 위해서는 6개월 이상의 치료기록 등이 있어야 되는데 어머니가 혼자 벌어서 아들을 키워야 하니 병원에 가서 정기적인 치료를 할 여유가 없었죠. 또 돌봄을 대신해 줄 가족도 없었습니다."

- 용준씨가 살던 집에 가보셨는데, 어떠셨어요?
"가슴이 많이 아팠습니다. 빌라를 찾아가 봤는데 문을 연 순간 빈곤의 벽을 마주했습니다. 엄마가 가스료·전기료·수도료 등 각종 공과금 액수와 납부 일자를 적었던 손글씨 기록들이 벽면에 빼곡히 있었는데요. 엄마가 아들을 키우기 위해 혼자 고군분투 했구나 느낄 수 있었어요."

- 부양의무제에 대한 내용이 나오던데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부양의무제는 쉽게 말해서 가족 안에서 어려움을 해소하라는 겁니다. 이 제도는 대가족제 안에서 유효했던 거죠. 이제는 핵가족제를 넘어 1인 가구가 대세이기 때문에 부양의무제는 시대에 역행한다는 비판을 받아왔습니다. 이 사건 이후로 부양의무제가 많이 완화돼서 조건부 폐지됐어요. 생계급여 부분이요. 하지만 의료급여에서의 폐지계획은 구체화 된 것이 없습니다. 한 사람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생계와 의료급여는 분리될 수 없다고 하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생계 급여를 포함해서 의료급여 모두 부양의무제가 폐지되는 방향으로 가는 게 맞다는 전문가들 의견이 있었습니다(편집자말: '부양의무제'는 빈곤에 시달리는데도 부양할 가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기초생활보장 대상에서 제외되는 기준이다. 한편, 서울시는 전국 최초로 오는 5월 1일부터 기초생활보장제도 부양의무제를 전면폐지한다고 밝혔다)."

- 용준씨 아버지 상황은 어떤가요?
"방송에도 나왔지만 아버지도 기초생활수급자로 오래 병치레를 하셨고 현재는 아파트 경비 일을 하면서 어렵게 살고 계시더라고요. 아버지께서도 용준씨랑 살 형편이 되지 못했습니다."
 
 지난 25일 KBS 1TV <시사기획 창>에서는 '홀로서기: 방배동 모자 사건 그 후' 편이 방송됐다.

지난 25일 KBS 1TV <시사기획 창>에서는 '홀로서기: 방배동 모자 사건 그 후' 편이 방송됐다. ⓒ KBS

 
- 가난한 사람을 위한 복지는 정체돼 있다고 했는데, 이유가 뭘까요?
"현재 우리나라 복지예산이 199조 원으로 전체 국가 예산 중 차지하는 비율이 1위입니다. 그 중 취약계층과 관련된 예산은 10% 정도 되고요. 이 예산으로 커버 가능한 저소득층을 추산하면 약 200만 명 정도 입니다. 그런데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빈곤통계에 따르면, 빈곤층이 최소한 500만 명 될 것으로 추산됩니다. 그럼 300만 명 정도가 복지의 사각지대에 있는거죠. 빈곤층을 위한 예산의 분배가 제대로 안 이루어졌다고 생각할 수 있고요. 199조 원의 예산에서 누수되는 것은 없는지 살펴서 정말 필요한 곳으로 예산이 흘러갈 수 있게 재분배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었습니다."

- 엔딩에서 용준씨가 바다에 종이배를 띄우고 "잘 가"라고 하잖아요. 스스로 독립해서 잘 살자란 다짐이었을까요?
"용준씨가 미술 심리 치료를 할 때도 그리던 게 배인데, 미술심리 상징학적으로 배는 엄마를 상징한다고 합니다. 본인이 엄마가 보고 싶으면 엄마를 얘기하면 되는데 엄마가 급작스럽게 떠났기 때문에 트라우마가 되어서 엄마라는 단어를 직접 말하지 못하는 거예요. 하지만 마음 속에는 있는거죠. 배가 결국 엄마를 상징한다고 볼 수 있고 엄마에게 잘가라고 말함으로써 이제 마음 속에 상처를 털어내고 잘 독립해서 살겠다는 의지를 표명하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 용준씨가 지난 12일 발달 장애인 자립 주택에 입소했는데요. 이도 잠시뿐, 1년 뒤에는 다시 거주할 곳을 찾아야 한다던데.
"발달 장애인 자립 주택에선 1년만 생활할 수 있어요. 그래서 앞으로 살 곳도 열심히 알아봐야 하는 단계예요. 지금 공공임대주택 등 신청을 했는데 만약 안 될 경우에는 전세 임대주택 같은 곳도 용준씨 형편에 맞는 곳을 찾아봐야 하는 상황입니다."

- 발달 장애인 자립 주택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주세요.
"서울시에서 발달장애인을 위해 커뮤니티 케어를 하자고 했어요. 커뮤니티 케어는 장애인 집단시설을 없애고 개별 집에서 살도록 하자는 거예요. 1년 동안 거기서 살면서 정말 독립해서 살 수 있게끔 배우는 겁니다. 말 그대로 체험하는 거예요. 청소하는 것도 배우고 또 계획 짜는 것도 배우고 은행가는 것도 배우고 그러면서 자활 교육도 하는 거죠. 직업도 갖고요. 커뮤니티 케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발달 장애인 자립 주택이 이어졌습니다."

- 취재하며 느낀 점이 있을까요?
"한 사람의 비극이 제도 안에서 얼마나 잘 스며드는지 100일의 취재기록에 담아보려고 노력했어요. 복지예산이 큰 만큼 거기에 걸맞게 한 사람, 한 사람의 불행을 제도적으로 보완해 일상의 삶을 살 수 있게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요. 앞으로도 그렇게 하기 위해 취재를 열심히 해야겠다고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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