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나 사와야마의 첫 정규 앨범 < SAWAYAMA >(2020)

리나 사와야마의 첫 정규 앨범 < SAWAYAMA >(2020) ⓒ 유니버설뮤직코리아


장르의 경계를 무력하게 만드는 뮤지션들은 언제나 있었다. 케이트 부쉬(Kate Bush), 뷔요크(Bjork), 라디오헤드(Radiohead)가 있었고, '기행'으로 유명한 칸예 웨스트(Kanye West)가 2010년대를 수놓았다. FKA Twigs, 세인트 빈센트(St Vincent), 그라임스(Grimes) 등의 활약은 빌리 아일리시라는 슈퍼스타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대안'이라는 뜻의 '얼터너티브(Alternative)'는 어떤 경우에도 쓸 수 있는 만능 수식어가 되었다.
 
리나 사와야마(Rina Sawayama, リナ サワヤマ) 역시 얼터너티브라는 수식어가 어울리는 뮤지션이다. 그는 일본에서 태어나 영국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싱어송라이터다. 리나 사와야마는 영국 브릿 어워즈 '라이징 스타' 후보에 선정되는 등, 음악팬들의 기대를 크게 받고 있다.

1990년 일본 니가타현에서 태어난 리나 사와야마는 어린 시절 런던으로 이주했다. 그의 성장기는 다사다난했다. 어린 시절 부모의 이혼을 경험했고, 일상화된 인종 차별로 고통받았다.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심리학과 정치학, 사회학을 공부한 이후 음악과 모델을 겸업하기로 한 그는 2013년에 발표한 싱글 'Sleep In Walking'으로 음악인의 길을 열게 된다.
 
리나 사와야마가 지난해 발표한 첫 정규 앨범 < SAWAYAMA >는 그의 성장기에 자리했던 음악들을 무작위로 배치해놓은 듯하다. 에반에센스(Evanescence)의 불온한 록과 팝이 만난 'Dynasty'는 이 앨범의 문을 여는 트랙인데, 리나 사와야마의 음악적 성격을 축약해서 보여주는 자기소개로 충분하다.

그는 '큐트 알앤비'라는 독특한 신조어로 자신의 음악을 설명한다. 알앤비를 뼈대로 삼고 있지만 리나 사와야마의 음악적 스펙트럼은 장르 구분을 무색하게 할만큼 넓다. 2000년대 엔싱크(N-Sync), 브리트니 스피어스 팝, 자넥 잭슨 풍의 뉴잭스윙, 하우스, 뉴메탈, 펑크, 신스팝, 뉴웨이브 등 한 앨범에 이토록 다양한 음악의 요소가 혼재되어 있다. 이 중 상당수는 리나 사와야마가 성장기에 들었던 음악이다. 실제로 리나 사와야마는 한 인터뷰에서 우타다 히카루, 시이나 링고로 상징되는 제이팝은 물론, 미국의 데스티니스 차일드(Destiny's Child), 존 메이어(John Mayer) 등으로부터 영감을 받았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경계 없는 음악, 자신의 이야기
 
 리나 사와야마와 엘튼 존이 듀엣으로 부른 싱글 'Chosen Family'

리나 사와야마와 엘튼 존이 듀엣으로 부른 싱글 'Chosen Family' ⓒ 유니버설뮤직코리아

  
과감한 장르 구성만큼이나 이야기를 펼치는 방식도 인상적이다. 리나 사와야마는 개인적인 에피소드를 사회적 메시지로 연결하고자 고민하는 작사가다. 'Dynasty'에서는 이혼 가정의 고통을 '피에서 피로 이어지는 왕조'에 비유한다. 그러나 자신은 그 고통을 되풀이하지 않고 스스로 '왕조'가 되겠다며 굳건한 내면의 의지를 드러낸다.
 
'STFU!'는 그가 아시아인 혐오에 대해 통렬한 메시지를 날린 순간이다. 이 곡의 메시지는 뮤직비디오에 더욱 잘 드러나 있다. 뮤직비디오 초반, 리나 사와야마와 한 백인 남성이 테이블에서 서로를 마주 보고 식사를 하고 있다. 이 남성은 영국에서 자란 사와야마에게 '영어로 노래하는 것에 놀랐다'고 말하고, '동양인들이 가득한 일본 식당은 대접을 받는 느낌이다'라는 말도 서슴지 않는다. 그는 아시아인을 타자화하면서도 오리엔탈리즘을 신봉한다.

무례한 발언이 이어지더니, 리나 사와야마는 콘(Korn)을 연상시키는 강력한 기타 리프와 함께 분노를 표출한다. 브릿지 염색을 한 리나 사와야마의 외적인 스타일 역시 서양에서 받아들여지는 '동양인스러움'을 비꼰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가수 림킴(Lim Kim)이 서구의 편견과 오리엔탈리즘을 비꼬는 작품 활동을 보여주었던 바 있다.
 
"Have you ever thought about taping your big fat mouth shut?
'cause I have many times"
(너의 큰 입이 테이프로 묶이는 생각을 해본 적 있어? 나는 많이 당했거든)
- 'STFU!' 중

 
'XS'에서는 소비주의의 소모성을 비판하고, 'Cherry'에서는 범성애자로서의 섹슈얼리티를 표현했다. 신스팝 넘버 'Tokyo Love Hotel'에서는 고향인 일본에 대한 복잡한 마음을 노래한다. 이 노래에서 그는 일본을 이국처럼 낯설게 느끼지만, 동시에 작은 소속감을 느끼는 복잡한 존재다.
 
리나 사와야마는 자신의 음악에서 경계인으로서의 자아를 전시하는데, 이러한 시도는 다양한 장르 구성에도 불구하고 노래들 사이에 응집력을 부여한다. 훌륭한 노래 솜씨도 집중력을 높인다. 놀라운 창조성을 펼치는 한편, 리나 사와야마는 보컬리스트로서의 기량도 충분히 과시한다. 특히 'Who's Gonna Save U Now?'나 'Chosen Family'에서는 크리스티나 아길레라(Christina Aguilera), 레이디 가가(Lady Gaga)처럼 탁월한 가창력을 가진 디바들이 떠오르기도 한다.
 
얼마 전 리나 사와야마와 함께 'Chosen Family'(듀엣 버전)를 부른 엘튼 존(Elton John)은 < SAWAYAMA >를 '올해의 앨범'이라며 격찬했다. 리나 사와야마는 익숙한 재료를 가지고 음악을 하지만, 그 진행을 쉽게 예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앨범에는 90년대와 2000년대, 2020년대가 공존한다. 그리고 한 사람을 구성하고 있는 수많은 층위의 목소리 역시 존재한다. 리나 사와야마는 자신이 새로운 팝의 얼굴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대중 음악과 공연,영화, 책을 좋아하는 사람, 스물 아홉.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