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극장'에선 처음 또는 다시 볼 만한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세월의 흔적이 묻은 작품부터 아직 국내에 정식으로 소개되지 않은 작품까지 다양하게 다루려고 합니다.[편집자말]
 
<사운드 오브 메탈> 영화 포스터

▲ <사운드 오브 메탈> 영화 포스터 ⓒ 소니픽쳐스엔터테인먼트코리아주식회사

 
연인 사이인 드러머 루벤(리즈 아메드 분)와 보컬 루(올리비아 쿡 분)는 헤비메탈 그룹 블랙하몬에서 함께 활동하며 캠핑카를 집삼아 하루하루를 보낸다. 어느 날, 루벤이 청력 이상을 느끼기 시작하면서 두 사람의 생활은 한순간에 무너진다. 수술을 받을 여유가 없는 루벤은 루와 상의한 끝에 조(폴 라시 분)가 운영하는 청각장애인들의 공동체에서 지내기로 결심한다.

<노매드랜드>, <더 파더>,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 <맹크>, <미나리>, <프라미싱 영 우먼>,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과 더불어 2021년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후보에 오른 <사운드 오브 메탈>은 헤비메탈 드러머가 갑작스럽게 찾아온 청력 손실로 인해 갈등하고 고뇌하며 성장해나가는 과정을 다룬다.

제목 <사운드 오브 메탈>의 첫 번째 의미는 '헤비메탈의 소리', 달리 표현하면 루벤의 삶의 목적이자 정체성인 음악을 뜻한다. 연출은 <플레이스 비욘드 더 파인즈>(2013)의 각본을 쓰고 <걸 모델 에이전트>(2011) 등 여러 다큐멘터리 영화의 편집을 담당했던 다리어스 마더 감독이 맡았다.

<사운드 오브 메탈>은 <블루 발렌타인>(2010), <플레이스 비욘드 더 파인즈>, <파도가 지나간 자리>(2016)를 연출한 데릭 시엔프랜스 감독에서 시작했다. 2007년 데릭 시엔프랜스는 다리어스 마더와 같이 2인조 헤비메탈 밴드 '주시퍼'의 이야기를 <메탈 헤드>란 제목의 영화로 만들 생각으로 작업에 들어갔다. 촬영까지 들어갔던 <메탈 헤드>는 결국 완성되지 못했지만, <사운드 오브 메탈>에 영감을 주었다고 다리어스 마더는 밝힌다. <사운드 오브 메탈>은 <메탈 헤드>의 트레일러에서 생활하는 밴드 커플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청각장애 문제를 덧붙인 진화된 결과물이다.
 
<사운드 오브 메탈> 영화의 한 장면

▲ <사운드 오브 메탈> 영화의 한 장면 ⓒ 소니픽쳐스엔터테인먼트코리아주식회사

 
<사운드 오브 메탈>은 두 가지 방식으로 관객에게 청각장애 문제를 전달한다. 먼저, 일반적인 영화와 마찬가지로 '서사 체험'을 활용한다. 영화는 루벤이 청각장애 문제로 인해 삶의 방향감각을 상실하는 1막, 루벤이 청각장애인들의 공동체에서 생활하며 안정을 되찾아가는 2막, 수술 이후를 다룬 3막 구조를 지닌다. 보통 장애를 다룬 영화라면 그것을 극복하는 과정이 일반적이나 <사운드 오브 메탈>은 다른 길을 선택한다. 수술을 빨리해서 예전에 속했던 소리로 가득한 세상으로 돌아가고 싶은 루벤의 욕망과 장애를 고치거나 극복해야 할 대상이 아닌, 다른 가능성과 새로운 정체성으로 받아들이라는 조의 조언은 충돌한다. 영화는 둘의 대립을 통해 '더 나은 삶'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다른 하나는 '소리의 체험'이다. <사운드 오브 메탈>은 아무런 문제없이 소리를 듣던 일상에서 출발하여 조금씩 청력 문제를 겪는 과정을 거쳐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는 상태를 지나 인공와우 수술 후까지 서사 과정에 맞춰서 사운드 왜곡, 부족, 상실 등 다양한 사운드 디자인으로 루벤의 청각 상황을 관객에게 전달한다. 관객은 루벤과 똑같은 청각 상황을 체험함으로써 어느 순간 청력을 잃어버린 사람이 느끼는 슬픔, 좌절, 불안, 분노 등의 감정을 함께 느끼게 된다. 치매환자의 정신세계를 탐구한 <더 파더>를 연상케 하는 놀라운 영화 실험이다.
 
<사운드 오브 메탈> 영화의 한 장면

▲ <사운드 오브 메탈> 영화의 한 장면 ⓒ 소니픽쳐스엔터테인먼트코리아주식회사

 
<사운드 오브 메탈>이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바는 '이해'다. 장애를 정상과 비정상의 범주로 나누지 말고, 극복의 대상으로 생각하지 말고 그 자체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루벤의 청각장애는 다양한 인종, 언어, 문화를 의미한다. 파키스탄계 영국인 가정에서 태어난 무슬림 리즈 아메드가 주연을 맡은 점은 영화가 이야기하는 '이해'에 한층 깊이를 실어주었다. 물론, 상실과 상처의 치유와 극복으로 읽어도 좋다.

서로 다름을 고쳐야 할 대상으로 여기던 루벤의 인공와우(금속) 수술 선택은 어느 정체성에도 속하지 못하는, 자신을 잃어버리는 결과를 낳고 만다. 온전한 종(금속)소리조차 듣지 못한 채로 만들어진, 영화 제목의 두 번째 의미에 해당하는 '인공와우(금속)의 소리'에 시달리던 루벤이 장치를 빼고서 정적 속에서 비로소 옅은 미소를 짓는 마지막 장면은 단순히 '듣는 것'을 넘어선, 제대로 '듣는 (보는, 이해하는 ,받아들이는) 방법'을 깨닫는 결말이다. 그리고 가끔 마주하게 되는 '영화적 순간'이기도 하다. 미국영화연구소(AFI) 올해의 영화 수상.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 음향상, 편집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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