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피마르소의 머리 위로 헤드폰이 내려앉은 순간, 사랑은 시작됐습니다. 소녀의 눈앞에 완전히 다른 세상이 펼쳐졌지요. 아등바등 사느라 자주 놓치게 되는 당신의 낭만을 위하여, 잠시 헤드폰을 써보면 어떨까요. 어쩌면 현실보단 노래 속의 꿈들이 진실일지도 모르니까요. Dreams are my reality.[기자말]
 박원의 신곡 'You're Free' 재킷 이미지

박원의 신곡 'You're Free' 재킷 이미지 ⓒ 어비스컴퍼니


가수 박원이 지난 21일 자신의 절친한 친구를 위해 쓴 노래를 발표했다. 지난해 11월 우리 곁을 떠난 희극인 고 박지선을 그리워하며 만든 곡 'You're Free'다. 

긴 애도의 시간을 갖고 돌아온 박원은 앨범 소개글을 통해 이렇게 말한다. 아무런 보상 없이 청춘을 주었던 제 친구를 조금은 더 기억해 달라고, 무대에서 노래하는 첫 순간부터 지금까지 언제나 모든 것을 공유한 유일한 나의 친구에게 들려주지 못한 첫 번째 노래라고.

포근하고 맑은 피아노 선율로 시작하는 'You're Free'는 박원이 박지선에게 말하듯이, 편지를 쓰듯이 진행된다.

"우리를 아프게 할 생각은/ 없었을 거야/ 예상보다 좀 더 빠른 답을/ 찾아낸 거뿐이잖아/ 내가 아는 그 누구보다 넌/ 영민한 아이니까/ 그곳에선 아픔 따위 없다는 걸/ 알아챈 거야/ 더는 올라갈 수 없는 이 땅의 노래/ 이미 천사의 날개를 달았을 테지"

첫 구절은 친구의 선택에 박원이 얼마나 아팠을지 짐작되는 지점이다. 네가 가고 나는 많이 아팠지만, 그러나 네가 우리를 아프게 할 생각은 아니었을 거라고 친구를 이해하려 노력하는 마음이 엿보인다. 생전에 지병인 피부 질환 때문에 일상활동에 제약이 많았던 박지선이 그 고통에서 자유로워지려고 내린 선택을 박원은 나무라기보다 이해하려고 한다. 누구보다 똑똑한 아이니까 답을 빨리 찾은 것이라고 친구 편을 들어준다.     

"거기에선 당당히/ 해를 따라다니며 놀아/ 먹고 싶었던 케이크의 섬/ 도넛 튜브를 타고 건너가/ 즐겨 읽던 책 속에도/ 들어갈 수 있는 마법도 있대/ 여기에선 겁이 나서/ 또 아파서 못 했던 것들/ 그곳에선 You're Free"

이 곡을 작사, 작곡한 박원은 생전 박지선이 좋아했던 것들을 가사로 담았다. 청자는 박지선이 케이크와 도넛과 책을 좋아했단 걸 그를 통해 알 수 있어서, 비록 늦었지만 박지선에게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가는 듯한 기분이 든다. 피부가 약해 태양 아래서 다니는 것도, 실내의 조명 아래에서 책 읽는 것도 힘들어했던 박지선에게 친구 박원은 거기에선 당당히 해를 따라다니며 자유롭게 놀라고 말한다.   

음원과 함께 공개된 뮤직비디오는 이런 노랫말을 아름답게 영상으로 표현하고 있다. 따뜻한 일러스트 속에는 박지선을 꼭 닮은 한 소녀가 자유롭게 들판을 누비고 수영도 하고 책도 읽으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해에게 달려가 해를 껴안기도 한다. 따스한 행복 그 자체다.

지난 21일 오후 박원은 브이라이브를 통해 "이 노래를 듣고 눈물이 나지만 그래도 웃을 수 있는 음악을 만들고 싶었다"며 "기분이 좋아질 수 있는, 안심이 되는, '그 친구가 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드는 음악을 만드는 게 목표였다"고 밝혔다. 그녀가 그곳에서 잘 지내고 있는 그림을 머릿속에 그릴 수 있어서, 이 곡은 박지선을 사랑했던 팬들에게 큰 선물이 됐다. 
 
 박원

박원 ⓒ 어비스컴퍼니

 
"넌 웃음을 만들고/ 난 노래로 말을 하잖아/ 그거에 지칠 땐 서로 욕도/ 헛소리도 다 받아주잖아/ 우린 비밀도 하나 없이/ 매일을 그리 놀려대다가도/ 누가 괴롭히면 진심으로/ 나보다 더욱 미워해주잖아"

박원과 박지선이 얼마나 가까운 사이였는지 짐작이 돼서 뭉클해지는 대목이다. 평소에는 서로 놀려대다가도 누군가 친구를 욕하거나 못살게 굴면 본인보다 더 분노하고 미워해주는, 절친만이 할 수 있는 그런 일들을 서로에게 해주었기에 두 사람의 헤어짐이 더욱 사무치게 느껴진다. 아픈 몸으로 연예계 생활을 하면서 힘든 점이 얼마나 많았을까. 무대 위의 뜨거운 조명도, 화장하지 않은 민낯을 좋지 않게 바라보는 시선도, 모두 그녀는 견뎌야했을 것이다.

사실 박원은 이 곡의 작업을 많이 망설였다고 털어놓았다. 자신이 이런 노래를 만들어도 되는지, 자격이 있는 것도 아닌데 이런 걸 시작해도 되는지 고민을 많이 했다고. 덧붙여 "그런데 주변에서 '정말로 네가 아니면 누가 하겠느냐'고 응원을 해줬다"며 용기내어 준비할 수 있었던 배경을 밝혔다.

박원은 박지선의 유족들과의 상의를 거쳐 음원 발표를 결정했고, 음원 수익금을 유족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그는 "이 곡을 발표할 수 있도록 허락해주신 유족들과 희극인분들께도 감사드린다"고 전하기도 했다.  

"거기에선 당당히/ 해를 바라보며 뛰어가/ 보고 싶었던 바닷속에/ 헤엄도 막 치며 들어가/ 그럼 네모나고 노오란/ 그 친구를 꼭 만날 거야/ 여기에서 상상했던/ 우리들이 이야기한 것들/ 그곳에선 다 하고 다 먹고 다 보고/ 이제는 다 잊고 You're Free"

보고 싶었던 바닷속이란 가사에서 박지선이 생전 뜨거운 태양 아래에 빛나는 바다도 마음 놓고 구경하지 못했다는 걸 짐작할 수 있다. 짠 바닷물에 몸을 담그고 헤엄치는 것도 그녀에겐 쉽지 않은 일이었을 테다. 네모나고 노오란 그 친구가 과연 무엇일까. 박원과 함께 이야기했다는, 박지선이 상상했다는 것들이 무엇인지 다 알 순 없지만 노랫말처럼 그곳에선 그 상상들을 다 이루며 자유롭게 지내길, 그를 좋아했던 한 사람의 팬으로서 마음 다해 바란다.
    
이 곡에 달린 음원사이트의 댓글도 인상적이다. "각자의 천사를 추억할 수 있는 노래를 만들어주셔서 고맙다"고 적은 누군가의 글처럼, 세상을 먼저 떠난 가족과 친구를 떠올렸다는 댓글들이 눈에 띄었다. 

"신곡이라 들었는데 돌아가신 할머니 생각에 살면서 처음 노래를 듣다 울었어요. 요즘 너무 힘들어서 할머니가 더욱 보고 싶었는데... 이유는 모르겠지만 이 노래를 들으니 할머니가 소녀의 모습으로 구름 위에서 뛰어놀고 있을 것만 같아서 그리움과 위로를 느끼며 힘을 내봅니다." 

소중한 이를 떠나보낸 상실감을 박원은 이 곡으로 어루만져준다. 너무도 따스한 노랫말과 멜로디로. 하늘로 떠난 나의 가까운 사람이 그곳에서 편안하고 자유롭고 행복하게 지낸다는 생각, 꼭 그럴 거라는 믿음만큼 남은 이들에게 위안이 되는 게 어디 있을까. 이 곡은 떠난 이들에게 보내는 편지이기도 하지만, 남은 이들을 안아주는 위로이기도 하다. 

"부디 이 노래가 지선님에게 닿기를..."
"앨범 커버 캐릭터가 지선님을 꼭 닮았네요. 부디 그 곳에선 아프지 마시고 편안하길..."


이런 댓글들처럼 많은 이들이 박지선을 한 번 더 기억하고 위해줬으면 좋겠다. 박원은 "음악을 만들어서 내야겠다고 생각한 것도 조금만 더 그 친구를 기억하는 일이 많아졌으면 하는 마음 그것 하나였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녀가 보고 싶어질 때면 이 노래를 듣고 그 선한 미소를 떠올릴 수 있을 것 같아,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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