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피마르소의 머리 위로 헤드폰이 내려앉은 순간, 사랑은 시작됐습니다. 소녀의 눈앞에 완전히 다른 세상이 펼쳐졌지요. 아등바등 사느라 자주 놓치게 되는 당신의 낭만을 위하여, 잠시 헤드폰을 써보면 어떨까요. 어쩌면 현실보단 노래 속의 꿈들이 진실일지도 모르니까요. Dreams are my reality.[기자말]
 SG워너비 'Timeless' 재킷 이미지

SG워너비 'Timeless' 재킷 이미지 ⓒ 스톤뮤직엔터테인먼트


생각 없이 음원차트를 보는데 한순간 과거로 회귀한 듯한 착각에 빠져들었다. 놀란 마음에 2021년 4월의 차트가 맞는지 확인까지 했다. 'Timeless', '라라라', '내 사람', '살다가', '죄와벌'. 2000년대 발라드 가수를 대표하는 SG워너비의 곡들이 수두룩하게 현재 차트를 점령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게 어떻게 된 건가 싶어 검색해보니 지난 17일 방영한 MBC 예능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에 SG워너비가 출연해서 히트곡들을 불렀던 게 반향을 일으킨 것이었다. 김용준, 김진호, 이석훈 세 멤버는 아주 오랜만에 완전채로 방송에 출연해, SG워너비하면 딱 떠오르는 애절한 창법과 목소리로 자신의 노래들을 들려줬다. 그 멜로디를 타고 2000년대가 한 순간에 소환됐고, 이는 코로나로 지친 시청자들에게 무엇보다 큰 위로가 되어준 듯했다.

<놀면 뭐하니?>에서 열창한 SG워너비 노래 중, 차트를 점령한 위의 다섯 곡 중에서도 'Timeless'란 곡이 가장 가파른 역주행 행보를 보였다. 이 곡은 2004년 1월에 발표된 노래로 강은경 작사, 박근태 작곡, 조영수 편곡으로 만들어졌다. '믿고 듣는' 이름들이 아닐 수 없다. 이 곡은 발표 당시에도 큰 인기를 얻으며 SG워너비의 대표곡으로 자리매김했다.

"어쩜 살아가다 보면 한 번은/ 날 찾을지 몰라/ 난 그 기대 하나로/ 오늘도 힘겹게 버틴 걸/ 난 참 기억력도 좋지 않은데/ 왜 너에 관한 건/ 그 사소한 추억들까지도/ 생각이 나는지 

너를 잊을 순 없지만/ 붙잡고 싶지만/ 이별 앞에서 할 수 있는 건/ 좋은 기억이라도 남도록/ 편히 보내주는 일"


가사에는 힘든 이별 중인 화자의 심정이 잘 드러난다. 아직도 상대를 많이 좋아하여 이별을 원하지 않는 화자는, 그럼에도 이별해야 하는 상황 앞에서 '좋은 기억이라도 남도록' 상대방을 보내주기로 마음먹는다. 다음 가사를 보면 더욱 애잔하다. 

"혼자 남아도 괜찮아/ 가도 괜찮아/ 세상에 제일 자신 있는 건/ 내가 언제나 그래왔듯이/ 너를 기다리는 일"

서로 사랑할 때도 화자가 더 많이 상대를 좋아했다는 걸 가사를 통해 짐작할 수 있다. '언제나 그래왔듯이' 너를 기다리는 건 내가 가장 자신 있는 일이라는 몹시 안쓰러운 가사가, 이런 처지에 놓인 리스너들의 마음을 후벼 판다. 더 많이 사랑하는 쪽이 언제나 더 많이 아프다는 진리를 이 노래는 잘 설명해주고 있다. 

2004년 당시 노래방에 가면 누군가는 꼭 이 노래를 불렀던 기억이 있다. 김진호 표 소몰이 창법을 흉내 내며, 거의 울다시피 하면서 말이다. 가사는 갈수록 더 짠해진다. 짝사랑을 경험한 이들이라면 이 짠함을 더욱 뼈저리게 느낄 것이다. 부디 하루 빨리 좋은 사람과 행복하길 바란다고, 그래야만 내 마음 속에서 널 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노랫말이 이어지는데, 이렇듯 노래 후반부로 갈수록 화자의 마음을 지켜보는 게 더욱 아프게 느껴진다.  

"이젠 멀어져 가지만/ 잠시였지만/ 태어나 처음 잘한 듯한 건/ 내겐 아무리 생각해봐도/ 너를 사랑했던 일"

1990년대와 2000년대의 발라드가 지금보다 더 진지하고 순애보적이라고 느껴지는 이유는 위와 같은 가사에 있다고 본다. 그 시절 노래 속의 사랑은 인생 전부를 건 사랑이었다. 태어나서 처음 잘한 일은 너를 사랑했던 일이라고 말하는 위의 가사처럼,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삶의 모든 시간을 통틀어 그 사랑이 얼마나 자신에게 큰 의미인지 이야기하는 곡들이 그땐 참 많았다. 이어지는 가사를 보면 더욱 그렇다.   

"서로가 하나씩/ 이별의 선물을 나눠간 거잖아/ 난 마음을 준 대신/ 넌 내게 추억을 준거야

다시 또 나를 살아가게 할 거야/ 날 아프게 했지만 울게 했지만/ 이것 하나만큼은 고마워/ 눈 감는 그 날/ 내가 가져갈 추억 만들어줘서"


죽는 날까지 잊지 않고 너를 추억하겠다는 노랫말에서 자신의 평생을 걸고 하는 지고지순한 사랑의 감동이 전해진다. 2021년의 리스너들이 이렇듯 2004년의 'Timeless'에 열광하는 건 본인의 삶을 오롯이 바치는 낭만적인 사랑에 대한 향수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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