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파괴를 진심으로 염려하며 환경보호를 추구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이미 환경단체를 후원하고 있다. 다만 물질적 후원만 할까? 그렇지 않다. 환경단체가 홍보하는 정보들을 충실히 수집하여 학습할 뿐 아니라, 환경단체가 권장하는 환경보호 실천사항들을 자신의 일상에서 관철하고자 노력한다.

시간을 들여 쓰레기를 재질 별로 엄격히 분리수거하고, 플라스틱을 덜 사용하기 위해 텀블러를 지참하거나, 종이 또는 스테인리스로 제작된 빨대를 사용하는 등 의식적으로 애를 쓴다.
 
그들은 달걀이나 육류를 선택할 때는 동물복지 인증마크를 선호한다. 또 채소와 과일을 구매할 때는 탄소발자국 표시를 확인한다. 멸종 직전 바다 생물들의 보전에 대해 환경단체로부터 교육을 받아 심각성을 인지하게 된 사람들은 '돌고래 배려(Dolphin Safe)' 인증마크 같은 것을 붙인 수산 식재료에 각별히 관심을 기울인다.

가격이 더 비싸더라도 인증받은 식재료를 구입한다. 그런데 그렇게 환경운동에 관심이 깊은 사람들의 뒤통수를 '탁' 치는 다큐멘터리가 있으니, 제목은 <씨스피라시>다. 이 작품은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으며 상영시간은 90분이다.
 
영화 포스터   <씨스피라시>

▲ 영화 포스터 <씨스피라시> ⓒ 넷플릭스

  
<씨스피라시>는 환경을 걱정하는 소비자들이 신뢰해 마지않는 바다 생태계 보호 인증마크 몇몇 개가 실제로는 바다 환경의 유해/무해 여부와 무관하다는 사실을 폭로한다. 아울러 국제 해양포유류 프로젝트(IMMP)를 주관하는 <해양관리협의회>, <지구섬협회>, 그리고 <플라스틱오염연대>와 <지속가능한 어업 협회/MSC(Marine Stewardship Council)> 등 대규모 환경단체들이 실제로는 바다 환경을 보호하기는커녕 매순간 자기들의 잇속을 챙겨왔음을 과감히 보여준다.
 
폭로성 면에서 너무 과감했던 탓일까, <씨스피라시>가 넷플릭스에 공개되어 인기를 끌자 대번에 '왜곡 편집 논란'이 일었다. 인터뷰 내용이 토막토막 편집되었다는 불만, 통계수치에 오류가 보인다는 문제제기, 학자들의 연구내용이 불확실하게 인용되었다는 지적들이 나오는 중이다.

예를 들어 <씨스피라시>는, 인간이 지금과 같은 '해양생물 대량살상'을 중단 없이 지속할 경우 2048년엔 바다가 텅텅 비게 된다고 강조했지만, 학자들이 실제로 추산한 시기는 2079년이라는 것이다(약 30년의 오차가 발생했다).
 
해양관리협의회 <씨스피라시>가 비판하는 환경단체 중 한 곳.

▲ 해양관리협의회 <씨스피라시>가 비판하는 환경단체 중 한 곳. ⓒ 넷플릭스

  
그러나 < MSC >라는 바다 환경 보호 관련 단체가 뚜렷한 이유 없이 다큐멘터리 감독의 인터뷰를 계속해서 거절한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그리고 '돌고래 보호' 인증마크의 신뢰도를 유지하기 위해 활동하는 옵저버(어선에 탑승하여 어획현황을 조사하는 사람)들이 살해되거나 살해위협을 받았다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또 '지속가능한(sustainable) 어업'이라는 표어의 모호한 의미에 대해서 학자들마다 다른 의견을 내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실제 현실이다.
 
다큐멘터리 감독 알리(Ali Tabrizi)는 전세계적으로 금지된 고래잡이 어업을 자행하는 일본에 들어가 몰래 취재를 하면서 일본인들이 고래와 돌고래를 불필요하게 도살하는 것을 확인했다. 고래와 돌고래는, 인간이 먹어야 할 물고기들을 먼저 잡아먹어버리는 바람에 일명 '괘씸죄'에 걸려들어 목숨을 부지할 수 없었다. 그리고 상어는 인간에게 지느러미를 헌정(?)하기 위하여 죽어나가거나, 참치의 대량포획 과정에서 '부수어획(bycatch)' 되었다 버려지면서 죽어나갔다. 수많은 고래, 돌고래, 상어들이 사실상 부수어획되었다가 '살해'되고 있다는 사실을, 다큐멘터리 감독은 홍콩, 프랑스, 태국 등의 실제 사례들을 통해 직접 확인했다.
 
상어 부수어획 문제를 홍보하는 활동을 펼치는 한 남자가 "SHARK DYVER"라는 글자가 인쇄된 티셔츠를 입고 다큐멘터리에 출연했다. 그는 군복무 시절 상어에게 오른 팔과 오른 다리를 잃은 사람이지만, 상어에게 앙갚음할 생각이 하나도 없다. 오히려 그는 한 팔과 한 다리로 누구보다 열심히 상어보호운동에 참여한다. 상어가 바다 생태계의 건강성에 크나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상어 보호 운동가 부수어획되는 상어를 보호하는 운동을 펼치는 운동가. 오른팔과 오른다리를 상어에게 잃은 사람.

▲ 상어 보호 운동가 부수어획되는 상어를 보호하는 운동을 펼치는 운동가. 오른팔과 오른다리를 상어에게 잃은 사람. ⓒ 넷플릭스

  
한편 바다에 거대한 플라스틱 섬을 만드는 주범을 우리는 플라스틱 빨대로 이해하기에 그걸 어떻게 줄일까 전전긍긍 고민을 하곤 하지만, 양으로 따지면 플라스틱 쓰레기의 반 정도는 어업장비(fishing gear)들이라고 한다. 어느 쪽이 더 치명적 위험인지는 차치하고 빨대든 어업장비든 바다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치는 게 사실이다. <씨스피라시>는 우리가 플라스틱 빨대의 위험성에 대해서만 교육받고 있다는 점을 문제삼는다.   

상영시간 초반을 지나자마자 다큐멘터리는, 환경단체들이 자본주의적 구조 안에서 존속하기 위하여 단체 자신의 수익을 창출하는 방향으로 운동을 전개한다는 점을 통렬히 꼬집는다. 환경단체들이 어업장비의 해양오염에 대해선 좀 느슨하게 홍보하고, 불법어업에 대해서도 덜 열심히 감시하며, 지속가능한 어업의 현실적 불가능성에 대해서 살짝 외면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훨씬 막중한 환경이슈임에도 불구하고!
 
결론적으로 <씨스피라시>는 바다 환경을 돌보기 위한 하나의 유력한 방법으로 인간이 생선을 덜 먹는 방법을 제안한다. 생선을 덜 먹으면 오히려 인간에게 유익한 일이 생긴다고 짚어준다. 바다 물고기들의 몸 속에 축적되어 있다가 인체로 들어오게 되는 수은 같은 산업화학 오염물질을 덜 섭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혹시 영양소 오메가3가 아쉽다면 생선보다 바다 식물에 더 풍부하게 들어 있으니 그쪽으로 방향전환을 할 수도 있다.  
 
결국 <씨스피라시>가 전하려는 핵심 메시지는 현재 인류가 바다 생태계를 향하여 몹시 유해한 행동들을 저지르는 중이니 그 상황을 있는 그대로 파악하자는 것이다. 게다가 바다 생태계가 훼손될 대로 훼손되어 '지속가능한 어업'이란 이미 불가능한 상태이니, 달콤하기만 한 구호에 이젠 속아넘어가지 말자고도 경고한다.

불법조업 어선들을 직접 적발하러 다니는 해양환경 보전단체 <씨 쉐퍼드(Sea Shepherd)>를 설립한 사람 중 한 명이면서 <씨스피라시>에 출연한 폴 왓슨(Paul Watson)은, 지속가능한 어업이란 건 허구이며, 그저 투자자(환경운동 후원자?)들을 기분 좋게 하는 마케팅 문구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이와 같은 <씨스피라시>의 폭로와 주장은 환경단체들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도 있겠다. 기존하는 환경운동들이 통째로 무익한 것으로 치부될 우려가 있으며, 그 모든 의미있는 활동들이 한낱 자본주의적 사업쯤으로 깎아내려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실 이 다큐멘터리를 보다 보면 <씨스피라시>의 진정성 및 환경단체들의 운동성 자체를 의심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든다. 바다 생태계 파괴사태를 그냥 이대로 두어서는 안 된다는 경각심을 공통적으로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참에 우리 일반인들도 그 같은 경각심을 제대로 공유하며 다질 필요가 있다고 본다. 우리 자신에게 아래와 같은 '혹독한(?)' 물음을 던지면서 말이다.  
 
"환경운동단체가 정작 제대로 환경을 보호하는 활동으로 제시한 내용이 '나의 이익에 반(反)하는 것'일 때, 나는 내 후원금을 끊지 않고 유지할 것이며, 제시된 그 활동을 실천해보겠다는 결정을 할 것인가? 예를 들어, 내가 생선섭취를 중단해야만 바다 생태계가 건강성을 유지할 수 있다면 나는 과연 생선섭취를 중단할 수 있는가?"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씨스피라시 DONTEATFI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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