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아길라르 인천이 제주와의 K리그1 10라운드에서 0-3으로 패하며, 강등권인 최하위로 추락했다.

▲ 인천 아길라르 인천이 제주와의 K리그1 10라운드에서 0-3으로 패하며, 강등권인 최하위로 추락했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하위권에서 강등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되었던 인천 유나이티드(인천)와 제주 유나이티드(제주)가 상반된 행보를 보이고 있다. 갈 길 바쁜 '잔류왕' 인천은 제주에게 덜미를 잡히며 최하위로 추락했고 제주는 올 시즌 K리그1 돌풍의 핵으로 떠올랐다.
 
제주는 17일 오후 4시 30분 인천 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1' 10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인천을 3-0으로 제압했다.
 
이로써 제주는 3승 6무 1패(승점 15)를 기록하며 3위로 올라섰다. 반면 인천은 2승 1무 7패(승점 7)으로 최하위로 내려앉았다.
 
제주, 강한 압박과 골 결정력으로 인천에 대승
 
이날 제주는 3-4-3 포메이션으로 나섰다. 오승훈이 골문을 지킨 가운데 스리백은 정운-권한진-김오규가 포진했다. 허리는 정우재-이창민-김보수-안현범, 스리톱은 이규혁-주민규-제르소가 출격했다.
 
인천도 3-4-3이었다. 이태희가 골키퍼 장갑을 끼고, 오반석-김광석-델브리지가 스리백을 이뤘다. 미드필드는 정동윤-김도혁-구본철-김준엽, 전방은 네게바-김현-아길라르로 구성됐다.
 
초반에만 활발한 공격을 펼친 인천은 전반 6분 김도혁의 왼발 슈팅이 제주 골키퍼 품에 안기며 안타까움을 삼켜야만 했다. 반면 제주는 전반 21분 선제골로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 인천 진영 오른쪽에서 패스를 받은 안현범의 슈팅이 이태희 골키퍼에게 막혀 흘러나왔지만, 주민규가 밀어 넣었다.
 
인천의 조성환 감독은 곧바로 구본철 대신 문지환을 투입해 변화를 꾀했다. 하지만 경기 주도권은 제주가 쥐고 있었다. 제주의 강한 전방 압박으로 인해 인천은 제대로 된 빌드업을 전개하지 못했다. 활동량에서도 제주가 우위를 점했다.
 
제주는 볼 점유율 확보에 치중하기보단 좀 더 효율적인 공격으로 인천을 위협했다. 전반 27분 정운의 강력한 왼발슛은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전반 42분에는 왼쪽 크로스에 이은 안현범의 슈팅이 득점으로 연결되지 않았다.
 
후반 시작과 동시에 제주의 남기일 감독은 김봉수를 불러들이고, 김영욱을 투입했다. 인천도 후반 초반 '시우 타임' 송시우를 조커로 넣으며 공격을 강화했다.
 
후반 초반에는 대등한 흐름이었다. 제주는 권한진의 슈팅, 인천은 아길라르의 슈팅으로 골 사냥에 나섰다. 제주도 다시 교체 카드를 꺼냈는데, 후반 17분 제르소 대신 류승우를 투입한 남기일 감독의 전략이 주효했다. 1분 뒤 오른쪽에서 조성준의 크로스를 류승우가 헤더로 마무리지었다.
 
곧바로 인천도 아길라르의 강력한 중거리 슈팅으로 반격에 나섰다. 제주가 또 다시 변화를 줬다. 후반 17분 제르소가 빠지고 류승우가 투입됐다. 후반 18분 우측면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류승우가 헤더로 넣으면서 제주는 추가 골을 기록했다. 
 
인천은 지언학, 김현을 활용한 공격으로 득점을 노렸지만 제주 골문을 여는데 실패했다. 오히려 후반 44분 류승우의 패스를 이태희 골키퍼가 제대로 잡지 못하면서 주민규의 쐐기골이 터졌다.
 
'생존왕' 인천의 끝없는 추락, 제주는 3위 돌풍
 
인천은 '생존왕'으로 불린다. 2013년 K리그1 승강제 도입 이후 단 한 차례도 2부리그로 강등되지 않았다. 이는 K리그 11개 시·도민구단 가운데 유일하다.

인천은 매 시즌 강등권에서 허덕였다. 강등당할 뻔한 위기를 수차례 맞았지만 가까스로 잔류하는 투지와 저력을 선보였다. 하지만 해피 엔딩이라고 하기엔 뭔가 뒷맛이 개운하지 않았다. 이러한 패턴이 반복되면 언젠가 강등될 것이란 걱정의 목소리가 높았다. 지칠대로 지친 인천팬들은 올 시즌 강등이 아닌 그 이상의 성적을 원했다.
 
인천은 올 겨울 이적시장에서 지난해 임대로 데려온 아길라르, 오반석을 완전 영입했으며, K리그 경험이 풍부한 네게바, 장신 공격수 김현, 전 한국 A대표팀 풀백 출신 오재석, 포항 레전드 수비수 김광석 등을 데려오며 기대감을 높였다.
 
시즌 초반만 하더라도 인천은 한층 달라진 모습을 보여줬다. 2라운드 대구전, 5라운드 수원FC전 승리를 거두면서 나쁘지 않은 출발을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까지였다. 이후 공식 대회 6경기에서 1무 5패를 당했다. 이 가운데 지난 14일 안양FC와의 FA컵에서는 0-3으로 대패하며 자존심을 구겼다. 인천은 이 기간동안 1득점에 머물만큼 빈공에 시달리고 있다. 
 
이는 골잡이 무고사의 복귀가 지연되면서 전방의 무게감이 낮아진 결과다. 공격도 문제지만 수비 조직력 붕괴가 더욱 큰 문제점으로 노출되고 있다. 오재석, 김광석, 델브리지 등 이름값 있는 수비진을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실점률은 12개팀 가운데 가장 높다. 2부에서 승격한 제주에 세 골 차 패배를 당하면서 본래의 위치인 강등권으로 회귀한 게 인천의 안타까운 현 주소다.
 
반면 제주는 조용하게 승격팀 반란을 일으키고 있다. 소리 소문 없이 3위까지 올라섰음에도 무승부가 매우 많았던 탓에 그리 주목받지 못했다. 그러나 제주는 남기일 감독 특유의 탄탄한 수비 조직력과 실리를 챙기는 경기 운영으로 단 1패만 당한 채 매 경기 승점을 차곡차곡 적립했다.
 
제주의 최전방 고민을 털어낸 해결사는 주민규다. 그는 이날 멀티골을 터뜨려 4경기 연속골 행진을 이어나갔다. 또 올 시즌 8경기에 출전해 무려 5골(득점 순위 2위)로 제주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인천보다 차순위에 있던 수원FC, 대구FC가 모두 승리를 거두면서 인천을 제치고 순위를 한 단계씩 끌어올렸다. 인천의 험난한 잔류 경쟁은 올 시즌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하나원큐 K리그1 2021 10라운드 (2021년 4월 17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
인천 0
제주 3 - 주민규 21' 88' 류승우 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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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제주 생존왕 K리그 주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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