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농구 국가대표팀 차기 사령탑은 누가 될까. 계약 만료로 사퇴한 김상식 전 감독의 후임으로 태극군단의 지휘봉을 잡을 농구대표팀 차기 감독 후보가 김진 전 창원 LG 감독, 추일승 전 고양 오리온 감독, 조상현 전 국가대표 코치의 3인 경쟁으로 압축된 사실이 알려지며 관심을 모으고 있다. 대한민국농구협회가 밝힌 바에 따르면 남자 국가대표팀을 이끌 지도자를 공개 모집한 결과 최종적으로 세 사람이 지원하여 지난 15일 면접 평가까지 마쳤고 조만간 감독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남자 국가대표 사령탑 공개 모집은 감독과 코치 1명씩 팀을 이뤄 지원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김진 전 감독은 김영만 전 LG 코치, 추일승 전 감독은 김도수 SPOTV 해설위원. 조상현 전 코치는 김동우 SPOTV 해설위원과 각각 팀을 이뤄 감독 공모에 지원했다. 이번에 선임되는 감독의 계약 기간은 2023년 국제농구연맹(FIBA) 월드컵 대회 종료일까지다. 올해는 FIBA 아시아컵 예선과 본선, 도쿄올림픽 예선 등이 예정되어 있다.

경험이 풍부한 두 베테랑 감독에게 '젊은 피'인 조상현 코치가  도전하는 형국이다. 김진 감독과 추일승 감독은 모두 KBL에서 다년간 감독 경험을 통하여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조상현 코치는 2013년부터 약 5년간 오리온에서 코치 역할을 맡았고 이제는 대표팀 경쟁자가 된 추일승 감독과 한솥밥을 먹기도 했으며, 2015-16시즌 오리온의 우승을 함께 견인하기도 했다. 2018년부터는 김상식 전 감독을 보좌하여 최근까지 대표팀 코치로 활약해왔다. 전임자에 이어 대표팀의 연속성을 안정적으로 이어간다는 측면과 후보 3인 중 가장 젊은 나이(76년생, 45세)로 선수들과의 소통에 유리하다는 게 강점이다.

다만 아무래도 정식 감독 경력이 없다는 것은 가장 큰 약점이다. 여자농구의 경우 최근 감독 경험이 전무한 전주원 아산 우리은행 코치를 최초의 여성 대표팀 감독으로 파격 발탁하는 사례도 나왔지만, 보수적인 남자농구는 지금까지 유재학-허재-김동광 등 모두 성인농구에서 검증된 실적을 올린 베테랑 지도자들 위주로 선임했다. 김상식 전 감독도 성공 여부와는 별개로 프로 감독 경험이 두번이나 있었다. 최부영(2005-07) 김남기(2007-08) 전 감독처럼 프로무대 경험이 없는 사례도 있었지만 이들도 대학농구에서 오랜 시간 감독 경험을 쌓은 지도자들이다.

'코트의 신사' 김진 감독은 후보 3인중 최고령이자 유일하게 국가대표 감독을 이미 역임해본 인물이다. 한국농구 최고의 순간 중 하나로 회자되는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에서 중국을 꺾고 20년 만에 금메달을 목에 걸었을 당시의 사령탑이 바로 김 감독이었다.  당시에는 대표팀 전임감독제가 아닌 전 시즌 프로 우승팀 감독이 돌아가면서 대표팀을 맡는 구조였기에, 2002년 금메달에도 불구하고 김 감독이 다시 대표팀 지휘봉을 잡을 기회는 없었다.

김 감독은 대구 오리온(현 고양), 서울 SK, 창원 LG 등 여러 프로팀의 감독을 역임하며 3회의 정규리그 우승과 1회의 챔프전 우승 등 프로무대에서도 굵직한 족적을 남겼다. 함께 코치로 응모한 김영만 감독 역시 원주 DB에서 장기간 코치와 감독 역할을 수행하며 챔프전 진출까지 이끄는 등, 코칭스태프의 커리어가 주는 무게감은 세 후보진 중 가장 높다.  

다만 대표팀을 맡는 것이나 현장 공백기 자체가 너무 길었다는 점은 불안요소가 될 수 있다. 2010년대 중반 김동광 전 감독이 서울 삼성과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짧게 복귀했지만 큰 성공을 거두지 못 한 것을 마지막으로, 프로무대나 대표팀에서 60대 이상의 노장급 감독들이 중용된 사례는 드물다.

김 감독은 2017년 창원 LG 사령탑을 마지막으로 KBL 재정위원과 대한민국 농구협회 이사 등 행정가로 활약해왔고 무려 4년간 지도자 경험이 전무하다. 40대 지도자였던 젊은 시절에는 NBA식 존디펜스와 공격농구를 한국스타일에 맞게 도입하려하는 등 진보적인 모습을 보였지만, 오히려 베테랑이 된 이후에는 단조로운 전술과 주전 혹사, 외국인 선수 의존도 등에서 많은 문제점을 노출하며 현대농구의 흐름에 뒤처지는 듯한 아쉬운 모습도 보였다. 가장 최근에 지휘봉을 잡았던 창원 LG에서의 마무리도 그리 좋지는 못했다.  

'농구박사' 추일승 감독은 공부하는 지도자로 명성이 높다.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현대농구의 흐름을 이해하기 위하여 해외농구까지 섭렵하며 농구이론과 전술을 연구하는 학구열은 농구팬들 사이에서 이미 유명하다. 불과 1년 전인 2020년까지 프로농구 고양 오리온의 사령탑을 지내며 지도자 경력과 현장감각에서도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추일승 감독은 비록 대표팀 지도자 경험은 없지만 리빌딩과 세대교체에 능하고, 선수들의 출전시간 배분과 로테이션에 남다른 일가견이  있는 인물이다. 특히 현대농구의 흐름에 맞게 활동량과 멀티플레이 소화능력을 갖춘 장신포워드들을 국내에서 잘 발굴-활용하는 전술가로도 꼽힌다. 이런 장점 때문에 농구팬들 사이에서는 오래전부터 프로보다 차라리 대표팀 감독에 더 잘 어울릴 만한 인물로 자주 거론되어왔다. 그동안 유명 스타플레이어 출신이나 학연과 엘리트주의의 입김이 강했던 대표팀 감독 자리를 농구계 대표적인 비주류 인사로 꼽히는 추일승 감독이 맡게된다는 것도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다만 대표팀 감독으로서 필수적인 단기전 운용 능력에는 다소 물음표가 있다. 오리온에서의 말년처럼 자신의 전술적 철학에 대한 고집이 심하여 계획된 플랜에서 벗어났을 때의 임기응변이나 유연성이 부족하다는 것은 약점으로 꼽힌다. 또한 추 감독은 최근까지 농구협회 경기력향상위원장을 맡았는데, 올해 초 FIBA 아시아컵 예선을 앞두고 벌어진 대표팀 선수 차출 문제를 둘러싼 프로와 협회의 갈등 당시 논란에 책임을 진다는 명목으로 김상식 감독과 함께 위원장 자리에서 돌연 사퇴한 바 있다. 그랬던 추 감독이 불과 몇 달도 안 되어 차기 감독 후보로 덜컥 응모했다는 것이 뭔가 모양새가 좀 이상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대표팀 감독은 스포츠인으로서 최고의 영예라고 할 수 있지만, 그동안 농구대표팀에서는 그렇지 못한 경우가 더 많았다. 역대 대표팀 전임 감독이었던 김남기, 허재, 김상식 전 감독 등은 모두 성적보다도 경기 외적으로 불미스러운 논란에 휩쓸리며 제대로 된 작별인사도 없이 초라하게 대표팀을 떠나야했다.

성적으로 좋은 결과를 올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대표팀 감독에 어울리는 언행과 품위, 명예, 소통능력 등도 오늘날에는 중요한 덕목으로 요구받고 있다. 또한 대표팀 감독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감독이 주변의 입김에 휘둘리지 않고 마음 놓고 제대로 된 활약을 펼칠 수 있도록 농구계의 체계적인 지원과 보호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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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일승 김진 조상현 농구대표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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