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라면 또다시 '빈손'으로 시즌을 끝내게 될 가능성이 높다. 토트넘 홋스퍼가 또다시 승리를 따내는 데 실패했다. 

토트넘은 4월 17일(이하 한국시간) 영국 리버풀 구디슨 파크에서 열린 에버턴과의 '2020-2021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32라운드 경기에서 2-2로 비겼다. 승점 50점(14승8무10패) 고지에 오른 토트넘은 한 경기를 덜 치른 4위 웨스트햄(승점 55)과의 격차가 5점이다.

토트넘은 올 시즌 리그와 FA컵에서 한번도 이기지 못했던 에버턴을 상대로 전반 27분만에 해리 케인이 선제골을 터뜨리며 기선을 제압하는 듯 했다. 하지만 3분만에 토트넘이 레길론이 페널티박스에서 에버턴 하메스 로드리게스에게 파울을 범하며 페널티 킥을 내줬다. 시구르드손이 침착하게 마무리하면서 동점골을 성공했다. 설상가상 후반 17분에는 시구르드손에게 추가골까지 내주며 1-2로 역전까지 당했다.  2골 모두 토트넘의 고질적인 측면 수비 불안에서 비롯된 실점이라는 것도 뼈아팠다.

위기에 몰린 토트넘도 케인을 내세워 반격에 나섰다. 후반 23분 에버튼의 클리어링 실수를 틈타 케인이 정확한 오른발 슈팅으로 에버튼 골망을 흔들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양팀은 치열한 공방을 거듭했지만 더 이상의 추가골이 터지지 않고 경기는 무승부로 마무리됐다.

토트넘은 또다시 먼저 리드를 잡은 경기에서 승리를 따내는데 실패했다. 이날 에버턴전까지 토트넘이 올 시즌 리그에서만 리드했던 경기에서 비기거나 패하여 놓친 승점은 무려 20점에 이른다.

지난해 9월 뉴캐슬과 홈경기에서 상대에게 후반 추가시간 7분 통한의 동점골을 내주며 1대1로 비겼고, 10월 웨스트햄과 홈경기에서는 후반 막판 10여분간 내리 3골을 내주며 3대3으로 비겼다. 지난 4일 뉴캐슬과의 리턴매치에서도 후반 40분까지 2-1로 앞서다가 뼈아픈 동점골을 허용했다. 바로 지난 경기였던 12일 맨유전에서는 손흥민의 선제골에도 불구하고 내리 3골을 내주며 역전패했다. 만일 토트넘이 리드를 지키지 못한 경기에서 잃은 승점만 합산해도 승점 70점으로 맨유(현 승점 63)를 가뿐하게 제치고 최소한 리그 2위까지 오를 수도 있었다.

프리미어리그가 아닌 다른 대회로 범위를 넓혀도 상황은 비슷하다. 에버턴과의 FA컵 8강전에서 선제골을 넣고도 난타전 끝에 4-5로 역전패했다. 유로파리그 8강전에서는 디나모 자그레브에게 1차전을 2-0으로 승리하고도 2차전에서 내리 3골을 허용하며 충격적인 탈락을 맛봤다. 실리축구에 강하다는 무리뉴 감독의 팀답지 않은 결과다.

에버턴전 막판 케인의 부상도 토트넘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리그 득점 선두인 케인은 이날 20-21호골을 잇달아 터뜨리며 5년 연속 리그 20골 돌파라는 기록을 세웠다. EPL 역사상 앨런 시어러(7시즌 연속, 은퇴)-세르히오 아구에로(6시즌, 맨시티)-티에리 앙리(5시즌, 은퇴)만이 보유한 대기록이다. 또한 케인은 프리미어리그 통산 164호 골을 터뜨려 프리미어리그 통산 득점 단독 7위로 올라섰다.

하지만 케인은 에버턴전 경기 후반 추가시간에 발목 통증을 호소하며 델레 알리와 교체됐다. 무리뉴 감독은 케인의 부상 상태에 대하여 말을 아꼈지만 영국 현지에선 케인의 부상이 가볍지 않아 보인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케인이 토트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도 하지만, 하필 웸블리에서 펼쳐질 맨시티와의 EFL컵(리그컵) 결승전이 불과 9일(4월 26일) 앞으로 다가온 시점이다. EFL컵은 올 시즌 토트넘이 13년만의 무관을 탈출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로 꼽힌다. 만일 케인의 결장이 길어지게 된다면 가뜩이나 객관적인 전력에서 열세인 토트넘으로서는 치명타를 맞이하게 된다.

손흥민의 부진도 아쉽다. 현재 리그 14골 9도움을 기록중인 손흥민은 자신의 단일시즌 리그 최다골 신기록과 토트넘 역사상 최초의 10골-10도움 기록을 앞두고 있었다. 손흥민은 이날 해리 케인의 파트너로 투톱 공격수 역할을 맡으며 수비부담에서 벗어났지만 90분 동안 슈팅 3회에 그치며 공격포인트를 추가하는 데 실패했다.

영국 '런던 이브닝 스탠다드' 등 현지 언론들은 손흥민의 활약상에 대하여 전반에는 고립되어 눈을 띄지 않았고, 후반에는 조금 나아졌지만 여전히 최고의 컨디션과는 거리가 있었다는 냉정한 평가를 내놓았다.

토트넘은 현재 위기에 놓여있다. 거듭된 부진으로 EFL컵을 제외한 모든 대회에서 이미 우승트로피와 멀어졌다. 리그에서는 다음 시즌 유럽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이 주어지는 4위 진입도 장담하기 어려운 입장이다.

무리뉴 감독의 리더십도 하루가 멀다하고 도마에 오르고 있다. 가뜩이나 단조로운 전술과 선수 장악력 문제로 비판받으며 궁지에 몰려있는 무리뉴 감독은 이날 에버턴전에서 모처럼 새로운 스리백 전술로 변화를 모색했지만 기대에 못 미친 경기력, 케인의 부상이라는 악재까지 겹치며 여론을 반전시키는 데 실패했다. 어느 때보다 반전이 절실한 토트넘이지만 여전히 돌파구가 마땅치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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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케인 토트넘홋스퍼 손흥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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