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드라마 <괴물> 배우 최대훈 인터뷰 이미지

ⓒ 에이스팩토리


지난 10일 종영한 JTBC 드라마 <괴물>은 예상치 못한 반전의 연속이었다. 순박한 이웃처럼 보였던 강진묵(이규회 분)은 끔찍한 연쇄살인마였고, 이 외에도 평범한 여러 사람들이 자신의 안위를 위해 진실을 알고도 침묵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중에서도 최대훈이 연기한 박정제는 드라마 속 최대 반전의 주인공이었다. 20년 전 동생을 잃은 이동식(신하균 분)의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동창였던 박정제는 선량한 얼굴의 이면에 말 못할 비밀을 숨기고 있었다. 15일 화상 인터뷰로 배우 최대훈을 만났다.

문주시 시의원의 아들이자, 문주경찰서 수사지원팀 경찰인 박정제는 만양 사람들과 잘 어울려 지내는 듯 보이지만 어딘지 의뭉스러운 구석이 있는 인물이었다. 하지만 최대훈은 너무 의심 가게끔 연기하지 않으려고 신경 썼다고 털어놨다.

"드라마에선 박정제뿐만 아니라 모든 인물들이 약간씩 의심스럽게 그려지지 않나. 저까지 뭔가 의혹을 남기거나 너무 의뭉스럽게 (보이지) 말자고 (감독님과) 얘기했다. 그렇게 신경써서 연기했는데 방송을 보니까 처음부터 너무 의심스럽더라. 유약하고 연약한 인물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떤 질감으로 얼마나 안배를 해서 연기를 해야 할지 그 부분을 특히 많이 고민했다. 감독님과도 여기서는 이만큼 (보여주고), 저기서 저렇게 (보여주자는) 플랜에 대한 대화를 많이 나눴다."

극 후반부에는 그가 이동식의 동생 '이유연(문주연 분) 살인사건'에 가담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반전을 선사했다. 사건 당시의 충격으로 해리성 기억상실증을 앓고 있었던 박정제는 뒤늦게 떠오른 기억을 이동식에게 털어놓으며 오열했다. 최대훈은 처음에는 이러한 반전을 알지 못하고 연기에 임했다고. 

"작품을 설명할 때 감독님, 작가님도 박정제가 이유연을 (차로) 쳤을 수도 있고 안 쳤을 수도 있다고 표현하셨다(웃음). '그게 무슨 소리냐'고 했더니 '이런 일이 있었는데 기억이 없다. 이런 역할을 할 예정'이라고만 설명해주셨다. 그 뒤에 정제에게 벌어진 사건들, 그리고 여러 가지 비밀들은 모르고 연기했다. 감독님이 그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고 하셨는데 끝나고 나니까 무슨 뜻인지 알겠더라. 아는데 모르는척 하는 게 진짜 힘들지 않나. 딱 그 정도의 정보만 주셨던 게 도움이 됐던 것 같다."

이번 <괴물>은 앞서 2019년 방송된 JTBC 드라마 <열여덟의 순간>에 이어, 최대훈이 다시 한번 심나연 PD와 손을 맞잡은 작품이다. 그는 처음 박정제 역할을 제안 받았을 때 대본에 묘사된 인물과 자신이 많이 달라서 걱정했었단다. 그러나 심나연 PD가 그를 믿어줬다고. 

최대훈은 "작가님이 묘사하셨던 정제는 하얗고 키 크고 여리여리하고 미소도 달콤한 인물이었다. 그리고 잘생겼다고 대본에 쓰여 있었다. '욕심같아선 하고 싶은데 저는 까맣고 (체격이) 크다. 대본 설정에 부합하지 않는데 어떡하죠?' 하고 걱정을 했다. 그런데 감독님이 제게 베팅을 해주셨던 것 같다. 그 믿음에 보답하기 위해서 신경을 많이 썼다"고 말했다. 이어 "이렇게 큰 몸으로 어떻게 약하고 비실비실해 보일 수 있을까에 대한 고찰을 많이 했다. 가장 신경쓴 건 시선 처리였다. 시선이 가는 위치들을 많이 생각하려고 했다. 말하는 템포나 습관같은 건 제가 가지고 있는 것들을 많이 차용했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드라마 <괴물>에는 여러 가지 형태의 '괴물'들이 등장했다. 자신의 영달을 위해 교통사고를 덮은 경찰청장 한기환(최진호 분)이나, 아들을 위해 사건을 무마하려 20년 동안 뒷돈을 바쳐 온 시의원 도해원(길해연 분)도 괴물이었지만 이들을 잡기 위해 애썼던 이동식이나 한주원 역시 어떤 면에서는 괴물처럼 그려지기도 했다. 최대훈은 "그중에서도 이동식이 가장 대단한 괴물 같다"고 표현했다.

"여러 모습의 괴물들이 있었지만 (이동식은) 그 끈기와 인내, 미련하다는 표현도 부족할 만큼의 오랜 시간을 견뎌냈던 게 진짜 괴물 같다. 저는 그렇게 못할 것 같다. 내 동생을 죽인 살인마를 만났을 때 나라면 (증거를 찾을 때까지) 참을 수 있을까. 억울한 누명을 쓰고도 참고 살 수 있을까. 너무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이동식이 가장 독한 괴물같다. 안쓰러운 괴물이기도 하지." 
 
 JTBC 드라마 <괴물> 배우 최대훈 인터뷰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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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그는 이동식 같은 인물을 연기해보고 싶다고도 했다. 촬영이 모두 끝난 요즘 <괴물>을 다시 정주행 중이라는 최대훈은 "동식의 집 지하실에서 이유연의 시체가 나온 장면을 봤는데 '그 감정을 어떻게 연기할 수 있을까. 나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찾아다녔던 동생이 매일 지나다니던 벽 속에서 나온 마음은 어땠을까. 너무 가엾고 너무 딱해서, 연기자로서 표현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더라"고 말했다.
 
중앙대학교에서 연극을 전공하고 2007년 KBS 2TV 드라마 <얼렁뚱땅 흥신소>로 데뷔한 최대훈은 이번 작품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믿고 보는 배우'라는 눈도장을 찍었다. 특히 잊고 있었던 20년 전 사건의 진실에 다가가는 인물의 복잡한 심리를 깊이 있게 표현하며 마지막까지 극을 안정적으로 이끌었다. 그는 "시청자분들과 주변 지인들의 좋은 평가도 감사하지만 특히 감격했던 반응이 있었다"고 입을 열었다.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첫 발을 내디뎠을 때, 지금 자리에 서 있기까지 제게 큰 영향을 미친 연출님이 계시다. 학교 선배이자 연극 연출이신데, 그 분이 2~3일 전에 전화를 주셨더라. <괴물>을 재밌게 봤다고 하시는데 그 말이 너무 기뻤다. 사실 새해에도 연락 드렸었는데 제 연락을 안 받으셨거든(웃음). 그런데 드라마가 끝나니까 전화를 주시더라."

최대훈은 오는 5월 13일 열리는 '제 51회 백상예술대상'에서 TV 남자 조연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노미네이트 소식을 듣고 그는 "내가 알고 있는 그 백상이 맞냐고 되물었다"며 "사실 아직도 안 믿긴다. 시상식 현장에 가봐야 체감이 될 것 같다. 감사하고 행복하고 깨고 싶지 않은 꿈을 꾸고 있는 기분"이라는 소감을 밝혔다. 요즘 뜻밖의 선물을 받은 것 같은 나날을 보내고 있다는 최대훈은 들뜨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고.

"너무 좋고 감사한 일이지. '너 힘들었지? 기운 빠졌지? 힘내'라는 의미로 누가 보내준 선물을 받은 것 같은 기분이다. 그런데 꾸준히 잘해내지 못하면 한여름밤의 꿈으로 끝날 수도 있지 않나. 언제든 사라질 수 있는 해프닝이니까. 이걸 이어나가는 게 더 어렵다는 걸 알고 있다. 제 생활에서 변한 건 아무것도 없고 피부로 느껴지는 것도 사실 없다. 인터뷰를 할 때면 관심을 받고 있는건가 하는 생각도 들지만, 앞으로 더 어려운 숙제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들뜨지 말자, 너 뭐 잘한 거 없어'라고 그렇게 스스로에게 계속 말하고 있다."
괴물 최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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