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하버드 대학의 공부벌레들>, 이 작품을 운운하면 어쩔 수 없이 연식이 나온다. 그도 그럴 것이 1973년에 만들어진 영화이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3년 후인 1976년 개봉한 영화 <소머즈>로 우리 나라에서 인기를 끌었던 '린지 와그너'가 여주인공을 맡았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1978년 무려 58부작으로 만들어졌던 TV 시리즈로서의 <하버드 대학의 공부 벌레들>이 인기를 끌었다. 
 
'하트군, 1936년  "하트군, 1936년 피터 와그너 법을 제정하여 노동3권을 인정하고,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를 규정한 노동법 제정의 의미를 설명해보게"

드라마 속 킹스필드 교수(존 하우스만 분)는 수업에 가까스로 들어간 주인공에게 대뜸 이런 식으로 질문을 던진다. 이른바 소크라틱 메소드(문답법을 활용한 교수법)이다. 이런 대뜸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에 대답을 하고, 대답이 시원치 않은면 다시 논박을 받고, 이런 식의 문답법식 수업에 대처하기 위해 학생들은 밤을 세워 스터디를 하고 법학서를 줄줄 욀 정도로 공부를 한다. 

2021년에 1970년대에 만들어진 <하버드 대학의 공부벌레들>을 소환하는 이유는 JTBC에서 지난 14일 방송을 시작한 <로스쿨> 속 수업 장면이 이 작품을 떠올리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하버드 대학의 공부 벌레들>이 방영되던 당시만 해도 우리나라에서 '법관'이 되는 유일한 방법은 '사법고시'를 통해서였다. 하지만 드라마 <로스쿨>에서 보여지는 것 처럼 우리나라에 로스쿨 제도가 도입된 이후 전직 의사도, 사회 복지학과 출신도, 의상학과 출신도 법관이 될 수 있다. 그리고 높은 등록금으로 '가진 자'들의 '사다리'가 되지 않도록 차상위 계층 특별 전형도 마련됐다. 

소크라틱 메소드 수업으로 문을 연 <로스쿨>
 
 로스쿨

로스쿨 ⓒ jtbc

 
<하버드 대학의 공부벌레들> 속 중후하면서도 엄격했던 킹스필드 교수님 대신, 한때 '강마에'로 카리스마를 날렸던 배우 김명민(양종훈 역)이 패셔너블하지만 한 치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양크라테스'로 돌아왔다. 

<하버드 대학의 공부 벌레들> 속 가난한 집안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법학 대학원의 밤을 불태웠던 주인공의 모습은 <로스쿨 > 속 양크라테스의 쉴 틈 없는 질문에 결국 구역질을 해대며 강의실을 뛰쳐나가는 차상위특별 전형 출신의 강솔A(류혜영 분)의 모습과 비슷하다.

<하버드 대학의 공부벌레들>의 서사를 닮은 듯 보였던 이 드라마는 겸임 교수였던 서병주(안내상 분)의 죽음 이후 국면을 달리한다. 서병주는 전직 검사장 출신으로 불명예스럽게 검사장 옷을 벗게 한 '땅값 56억 원'을 로스쿨에 기부하고 속죄하듯 교수가 된 인물이다. 그런 그가 죽은 채 발견된다. 

서병주는 누가 죽였을까? 
 
 로스쿨

로스쿨 ⓒ jtbc

 
그런데 서병주와의 악연으로 법복을 벗은 사람이 또 한 사람 있다. 바로 <로스쿨>의 킹스필드 교수, 양크라테스 양종훈이다. 서병주가 법을 이용해 법망을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자, 양종훈도 검사복을 벗어 던진다. 제 아무리 법이 정의로워도 법조인이 정의롭지 못하면 서병주 같은 인물이 판치게 될 거란 깨달음이 양종훈을 한국대 로스쿨 기피 1호 '양크라테스'로 만들었다. 

양종훈의 법복을 벗도록 만들었던 서병주였기에 그의 죽음에서 양종훈도 자유로울 수 없다. 가장 유력한 살해 용의자로 떠오른 것. 1회 엔딩에서 형사들은 양종훈의 손에 수갑을 채운다. 

하지만 사건은 그리 간단치 않아 보인다. 드라마는 서병주가 머물렀던 방에 등장한 여러 사람들의 족적을 보여준다. 알고보니 서병주의 조카인 한준휘(김범 분)에서부터 부원장 강주만(오만석 분), 서지호 (이다윗 분), 그리고 죽은 서병주를 발견한 전예슬(고윤정 분)까지 많은 사람들이 그의 방에 드나들었다. 용의자로 체포된 건 양종훈이지만, 나머지 사람들 모두가 의심스럽다.  

이렇게 드라마는 서병주의 죽음을 둘러싼 스릴러 장르로 넘어간다. 출소 후 판사 출신 민법 교수 김은숙(이정은 분)의 강의실에 들이닥쳐 협박을 하던 파렴치한 성폭행범 이만호(조재룡 분)는 뺑소니 사건으로 양종훈과 얽혀있는 인물이다. 과연 뺑소니범은 누구일까? 게다가 서병주에게 땅을 준 죽마고우 고형수(정원종 분)는 차기 대권 주자이다. 범죄 스릴러인 줄 알았는데, 정치적 배경도 만만치 않다.  

<로스쿨>은 명불허전 김명민의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를 앞세우며, 동시에 긴장감 넘치는 등장인물간의 관계로 기대감을 키웠다. 그래서일까. 전작 < 시지프스 : the myth >의 시청률 4.4%(닐슨코리아 기준 4월 8일 마지막 방송 기준)을 넘어 5.1%(닐슨코리아 4월 14일 기준)로 순조롭게 출발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5252-jh.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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