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틀 조> 포스터

영화 <리틀 조> 포스터 ⓒ 왓챠

 
행복을 부르는 호르몬 '옥시토신'은 아이와 엄마 사이에서 특히 극대화된다고 알려져 있다. 이러한 옥시토신은 스킨십이나 출산, 모유 수유, 육아, 반려견과의 눈 맞춤 등으로 일어나며 감정 전이로 유대감이 커지는 기능을 한다.

반면 옥시토신이 제대로 분비되지 않거나 과다 분비되면 정서적으로 매우 불안정해진다. 모든 자연계는 적당한 조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너무 넘쳐도, 너무 부족해도 좋지 않다.
 
금지된 영역, 다가가지 말 것
  
 영화 <리틀 조> 스틸컷

영화 <리틀 조> 스틸컷 ⓒ 왓챠

 
싱글맘이자 육종 전문가 앨리스(에밀리 비첨)는 새 품종 프로젝트의 하나로 진한 향기를 내뿜는 식물을 개발했다. 가깝게는 다가오는 꽃박람회에 내보낼 요량이었지만 일도 육아도 완벽히 해내고 싶은 마음에 무리하게 결과를 도출해 낸 것이다.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테라피 기능을 가진 식물을 앨리스는 자랑스럽게 여겼다. 그래서 사랑하는 아들의 이름을 따 '리틀 조'라고 붙이고 몰래 하나를 집으로 가져왔다. 정식 승인도 나지 않은 육종이지만 아들 조(키트 코너)가 혼자 있는 시간동안 친구가 돼 줄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앨리스는 리틀 조를 세심한 돌봄이 필요한 식물로 설정했다. 말도 자주 걸어주고 따뜻한 온도를 유지하면 꽃을 피워 더욱 진한 향기를 내뿜도록 말이다. 사랑과 정성의 산물인 옥시토신을 분비해주면 인간에게 행복을 선사하는 식물이 리틀 조다.

그러나 그 뒤에는 잔혹한 진실이 숨어 있었다. 앨리스는 식물의 향기를 극대화하기 위해 식물의 생식 기능을 제거했는데, 생존 본능을 조작하는 인위적인 행동은 어떤 계기로든 동·식물에 영향을 끼치게 마련이다. 리틀 조는 향기와 함께 꽃가루를 뿜으며 진화했고 결국 인간에게 위협이 된다.
 
오로지 인간을 위해 만들어진 리틀 조는 복수라도 하듯 번식에 인간을 이용하기 시작한다. 급기야 다른 일은 제쳐두고 오로지 자신만을 돌보도록 조정하기에 이른다.  인간은 리틀 조의 번식에 참여하기 위해 폭력적으로 변하거나 평소에 안 하던 말과 행동으로 상대방을 당황스럽게 만들기도 한다.
  
 영화 <리틀 조> 스틸컷

영화 <리틀 조> 스틸컷 ⓒ 왓챠

 
무서운 점은 겉으로 봐서는 감염 사실 여부를 전혀 알 수 없다는 데 있다. 오로지 가까운 사이만이 미세한 변화를 감지할 뿐이다. 그 변화가 가장 먼저 감지된 곳은 연구소였다. 연구원 벨라(케리 폭스)의 자식 같은 개 벨로가 갑자기 이상행동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평소 우울증을 앓고 있던 벨라는 공격적인 성향을 보이는 벨로를 도무지 감당할 수 없었고 결국 안락사하게 된다. 그 이후로도 무언가가 잘못됨을 감지한 벨라는 리틀 조의 위험성을 앨리스에게 알리지만, 흔한 시기와 질투라고 생각해 무시해 버린다. 
 
하지만 겉으로 완벽한 엄마, 존경받는 연구원이었던 앨리스도 정기적으로 정신과 상담을 받고 있음이 밝혀진다. 주로 일상과 일에 대한 고민을 이야기했는데 리틀 조를 아들에게 선물한 이후, 아들이 달라져 걱정된다고도 털어 놓았다.

행복의 껍데기만 쫓는 인간의 어리석음
  
 영화 <리틀 조> 스틸컷

영화 <리틀 조> 스틸컷 ⓒ 왓챠

 
인간은 본디 행복을 추구하지만 평생 행복한 기분만 느낀다면 진정한 행복을 맛보고 있다고 할 수 있을까. 롤러코스터 같은 희로애락이 끊임없이 교차하는 게 인생이지 않을까. 

영화 속에서 자신을 잃어버리고 오로지 리틀 조 보호에만 애를 쏟는 감염자들은 흡사 좀비와도 같다. 리틀 조는 번식을 위해 인간을 착취하고 지배하며 행복이란 껍데기로 보상한다.

영화 <리틀 조>는 인간의 욕심과 자연 파괴가 어떤 결과로 되돌아오는가를 보여주는 식물 호러다. 이 영화로 앨리스를 연기한 '에밀리 비첨'은 제72회 칸 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지나친 미적 추구가 오히려 기괴한 공포를 만드는 것처럼, 영상과 대비되는 언밸런스한 음악 쓰임새가 돋보인다. 질서와 무질서, 독특한 보색 대비가 묘한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답답한 공간의 공기가 머금은 심리적 공포는 영화가 끝나도 오랫동안 잔상으로 남아 괴롭게 한다.
리틀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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