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 오리온의 외국인 선수 데빈 윌리엄스는 2020-21시즌 6강 플레이오프의 뜨거운 감자다. 우선 기량이 많이 떨어진다. 윌리엄스는 1-3차전까지 총 6득점 14리바운드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1차전에서는 약 5분간 2점 2리바운드, 2차전에서는 16여분간 뛰면서도 득점없이 리바운드만 8개를 기록했다. 3차전에서는 11분을 뛰며 4점 4리바운드를 올렸다. 프로농구 외국인 선수로서는 지극히 실망스러운 기록이다.

하지만 단순히 못하는 게 문제의 전부였다면 이 정도로 주목받을 일은 없었을 것이다. 윌리엄스가 논란의 중심에 선 가장 큰 이유는, 바로 팀플레이를 해치는 이기적인 행동들로 인하여 소속팀 사령탑 강을준 감독과 노골적인 갈등을 빚고 있고 있기 때문이다.

윌리엄스는 지난 1월말 제프 위디의 대체 선수로 오리온에 합류했다. 골밑 장악력이 부족한 위디로는 상위권팀들과의 경쟁이 어렵다고 판단한 오리온이 플레이오프까지 염두에 두고 던진 승부수였다.

하지만 정작 윌리엄스는 오리온이 기대했던 선수와는 거리가 멀었다. 206cm의 장신에도 불구하고 골밑보다는 외곽플레이에 치중하는가하면, 벤치의 지시를 제대로 따르지 않거나 팀 동료들과의 호흡에서 엇박자를 드러내며 문제를 일으켰다. 윌리엄스는 정규리그 19경기에서 평균 10.8득점 7.9리바운드에 그쳤고 이는 오리온이 기대한 활약에는 한참 못 미쳤다.

오리온은 한때 윌리엄스의 재교체까지 검토했으나 대체선수로 거론된 애런 헤인즈의 영입이 구단 내부적인 이유로 무산되며 결국 윌리엄스를 잔류시켰다. 헤인즈는 선두팀 전주 KCC의 유니폼을 입었다.

오리온은 윌리엄스와 시즌 끝까지 동행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이미 팀과 궁합이 맞지 않는 것으로 드러난 선수를 억지로 잔류시킨 건 좋지 않은 선택이었다. 

오리온은 결국 당초 백업으로 예상되었던 디드릭 로슨이 메인 1옵션 역할을 해야하는 상황에 놓였다. 로슨은 성실하고 꾸준하지만 숀 롱(울산 현대모비스)이나 제러드 설린저(안양 KGC)처럼 개인능력으로 팀을 승리로 이끌 수 있는 게임체인저 유형의 선수는 아니다. 여기에 시즌 막바지 주전 파워포워드 이승현의 부상은 오리온에게는 설상가상이었다. 리바운드와 수비에서 외국인 선수들의 역할까지 커버해주던 이승현의 공백은 오리온의 골밑 부담을 더 가중시키는 결과로 이어졌다.

오리온은 6강플레이오프에서 만난 5위 전자랜드에 비하여 정규리그 순위와 상대전적(4승 2패)에서 모두 우위를 점했지만, 플레이오프에서는 오히려 열세로 예상됐다. 이승현의 공백과 외국인 선수간의 전력차가 가장 큰 이유였다. 우려한 대로 오리온은 홈에서 열린 첫 2연전에서 연패를 당하며 스윕 위기까지 몰렸다. 하지만 14일 열린 원정 3차전에서 모처럼 국내 선수들의 외곽포가 시원하게 터지며 89-67 대승으로 벼랑끝에서 일단 한숨을 돌리는 데는 성공했다.

하지만 팀이 기사회생한 3차전에서도 윌리엄스만큼은 각성하지 못했다. 후반에는 승부가 기울어진 경기 후반 단 1분을 뛰는데 그쳤다. 심지어 작전타임 때 강을준 감독과 언쟁을 벌이거나, 동료들과 떨어져서 작전 지시를 귀담아 듣지 않고 태업을 하는 듯한 모습도 나왔다. 프로의 자세로서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강을준 감독도 경기 후 인터뷰에서 팀 승리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윌리엄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강 감독은 "전자랜드가 아니라 윌리엄스와 싸운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며 "윌리엄스가 백코트도 제대로 하지 않고 슛도 성의 없이 쐈다. 작전을 지시하면 제대로 따르지않고 교체하면 왜 뺐냐고 따지더라. 계약 위반이다. 뛰기 싫으면 나가라고 했다"고 밝혔다.

국내 감독과 외국인 선수의 갈등은 이전에도 종종 있었다. 프로농구 초창기에는 외국인 선수가 국내 감독에게 대들어 멱살을 잡거나 심지어 서로 주먹다짐까지 오고간 적도 있었다. 하지만 KBL이 자리를 잡고 외국인 선수에 대한 스카우트와 검증 체계도 강화된 최근에는 이렇게 항명이나 태업에 가까운 행동으로 문제를 일으키는 사례는 드물었다. 강을준 감독의 대표 유행어인 '니갱망(니가 경기를 망치고 있어)'을 탄생시킨 원조 악동인 아이반 존슨은 최소한 농구실력만큼은 출중했고, 강 감독에게 노골적으로 대든 일은 없었다.

강 감독의 언행도 다소 아쉽다. 그가 공식석상에서 윌리엄스를 지속적으로 거론하며 비난하는 수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서로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것을 넘어 누가 봐도 감정의 골이 깊어졌다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다.

물론 팀을 이끌어야하는 감독 입장에서 오죽 답답했으면 저럴까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감독이 팀내 불협화음을 관리하기는커녕 감정적인 문제를 계속해서 외부로 드러내는 것은 팀 분위기는 물론 팬들이 보기에도 좋지 않다. 일각에서는 강 감독이 공개적으로 계속 윌리엄스를 비판하는 것이, 사실은 선수보다도 오히려 윌리엄스의 교체를 무산시킨 구단의 결정에 대한 불만 토로가 아니냐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현재로서 윌리엄스가 더 이상 갱생할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했을 때 오리온이 남은 플레이오프에서 좋은 성적을 올릴 희망도 희박해진다. 만일 오리온이 플레이오프에서 탈락한다면 그 핑계는 모두 윌리엄스 탓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분위기다.

함께 화합해도 모자랄 감독과 외국인 선수는 수많은 팬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으르렁거리고 있다. 2년 만의 플레이오프 진출이라는 업적도 윌리엄스 사태에 휩쓸려 용두사미로 전락해버릴 수도 있는 분위기다. 과연 오리온 내부에서 누가 무슨 근거로 윌리엄스 영입을 추진했고, 왜 끝까지 교체하지 않았는지, 그 결정에 영향에 미친 이들은 플레이오프가 끝나더라도 명확한 입장을 밝히고 책임을 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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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빈윌리엄스 강을준 니갱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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