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신촌 클럽 '롤링 스톤즈'로 출발한 홍대 앞 롤링홀은 대한민국 라이브 클럽의 현재진행형 역사다. 26년의 긴 시간 동안 셀 수 없이 많은 아티스트들이 롤링홀 무대에 오르며 음악 팬들과 함께 소중한 추억을 만들었다. 하지만 지난해 코로나 19 사태는 365일 시끌벅적하던 공연장들을 죽음의 진공 상태로 몰아넣었다. 중점관리시설 지정 아래 기약 없이 영업을 중지한 상황에서 고정 지출이 쌓여갔고 동료 공연장들이 문을 닫았다. 

"지난 1년 간 술은 입에 댈 생각도 안 했어요. 계속 안 좋은 생각만 하게 되니까."

지난 10일 서울 마포구 롤링컬쳐원(공연기획사) 사무실에서 만난 김천성 대표의 얼굴은 수척했다. 하지만 전대미문의 코로나 19 사태 속에서도 꾸준히 생존 전략을 구상하며 새로운 현실을 대비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구체적인 데이터와 장기 계획, 패러다임 전환. 김천성 대표는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두운 터널 속 한 줄기 빛을 찾고자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코로나 상황 속 온라인 콘서트 개최
 
 2021년 4월 10일 서울 마포구 롤링컬쳐원 사무실에서 만난 김천성 대표는 '내년까지도 기획을 하고 있다'며 코로나 19 속 라이브 클럽의 미래를 그려나가고 있었다.

2021년 4월 10일 서울 마포구 롤링컬쳐원 사무실에서 만난 김천성 대표는 '내년까지도 기획을 하고 있다'며 코로나 19 속 라이브 클럽의 미래를 그려나가고 있었다. ⓒ IZM

 
코로나 19 상황 속에도 롤링홀은 꾸준히 공연을 이어왔다. 2020년 5월 초 네이버 브이 라이브 플러스와 함께한 '오픈 더 롤링홀' 온라인 공연이 출발이었다. RBW 엔터테인먼트 소속 밴드 원위, W24, 디코이 등 글로벌 팬덤이 있는 밴드들을 모아 시작한 최초의 온라인 클럽 콘서트였다.

같은 해 9월에는 밴드 체리필더가 롤링홀 25주년 기념 온라인 단독 공연을 펼치며 1만 5천 명 가까이 시청자를 모았다. 한국콘텐츠진흥원으로부터 아티스트 개런티도 지원받았다. 김천성 대표는 "데이터를 쌓아나가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부터 코로나 19 확산세가 거세지며 정말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시기가 왔다. 힙합 레이블 하이라이트 레코즈에서 제안한 '세이브 더 모먼트' 공연이 도움이 됐다. 허클베리피, 팔로알토, 창모, 딥플로우 등 인기 힙합 가수들이 무료 공연을 펼치고 모든 수익을 롤링홀에 기부했다. 하지만 당시 기획을 거절할 정도로 김천성 대표의 마음은 지쳐 있었다. 

"'이걸 하면 내가 끝까지 공연을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에 거절을 많이 했지요.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으면 그걸 잊어서는 안 되는 거잖아요. 계속 거절했지만 고심 끝에 수락했어요."

3월 5일 하이라이트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무료 생중계된 '세이브 더 모먼트'는 상당한 반응을 이끌어냈다. '세이브 더 모먼트'를 시작으로 3월 8일부터 일주일간은 '세이브 아워 스테이지스(#우리의무대를지켜주세요)' 페스티벌이 개최됐다. 사단법인 코드와 밴드 '해리빅버튼'의 이성수가 주도한 이 공연에 롤링홀도 기꺼이 공간을 제공했다.

"코로나 19 유행 이후 관심 자체가 부족한 상황이 쉽지 않았어요. 그러던 중 올해 1월 어느 날 두 사람의 연락이 왔습니다. 한 명은 음악하는 후배였어요. '음악을 할지 말지 고민하고 있다. 한 달에 백만 원만 벌 수 있으면 평생 음악 하며 살 텐데….'라는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정말 슬펐죠.

또 다른 한 명은 1월 4일 문을 닫은 공연장 '에반스라운지' 대표님이셨어요. 대표님께 제가 할 수 있는 말은 '고생하셨습니다' 하나뿐이었죠. 그때 대표님께서 '누군가 조금만 관심을 가져줬더라면 더 하려고 했는데'라고 하시더라고요. 이래서는 안 되겠다. 가만히 있으면 우리를 알아줄 리 없겠다는 위기감이 느껴졌어요. 힘을 합쳐 도왔죠."

 
코로나 19 사태로 인해 퀸 라이브홀, 브이홀, 무브홀 등 홍대 앞 유수의 공연장들이 문을 닫았다. 

음악가와 팬들의 분노
 
 롤링홀 김천성 대표는 한국공연장협회 및 다양한 활동으로 코로나 19 사태 속 다양한 갈등 상황에 대처하며 돌파구를 찾고 있다.

롤링홀 김천성 대표는 한국공연장협회 및 다양한 활동으로 코로나 19 사태 속 다양한 갈등 상황에 대처하며 돌파구를 찾고 있다. ⓒ IZM

 
코로나19 사태 속 라이브 클럽들은 공연 여부와 더불어 방역 정책과도 접점을 찾아야 했다. 지난 2월 27일부터 불거진 '마포구청 발언'이 대표적인 갈등 사례다.

서울시 및 마포구청 소속 공무원들은 클럽 네스트나다 공연을 30분 전 일방적으로 중단시켰다. 라이브 클럽에서의 공연을 방역지침 위반으로 본 것이다(클럽의 경우 대부분 일반음식점으로 등록되어 있다).

"상당히 복잡한 문제입니다. 방역과, 식품위생과, 문화정책과 등 다양한 부서가 얽힌 터라 의견을 조율하고 전달하는 과정도 쉽지 않았어요. 그래도 일주일 만에 공연장의 입장을 전달해 마포구에 보냈는데, 구청은 이 주장을 이해하지 못하고 의견을 반려해 버렸습니다."

문제의 '칠순잔치' 발언이 나온 것도 같은 시기다. 마포구청의 모 관계자가 타 매체와의 인터뷰 중 "세종문화회관 같은 곳이 공연장이고 일반음식점에서 하는 칠순잔치 같은 건 코로나19 전에야 그냥 넘어갔던 거지, 코로나19 이후에는 당연히 안 되는 것 아니겠냐"고 발언한 것이 가수 호란의 SNS에 거론되며 논란이 됐다. 이에 음악가와 팬들이 분노했다(마포구청 측은 해당 발언이 맥락상 잘못 알려진 것이라며 오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 시각에도 김천성 대표는 관계자들과 만나 방역 지침 개선을 요구했다. 그 결과 3월 29일 한국공연장협회의 공지를 통해 앞으로 관내 일반음식점으로 등록된 공연장은 음식점 방역 지침을 준수하면 공연을 할 수 있게 됐다. 각고의 노력이 맺은 결실이었다.

4월 12일 기준 코로나19 신규확진자는 587명으로 600명대에서는 떨어졌지만 4차 유행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확산세가 커지는 상황이다. 김천성 대표는 과연 코로나 19 상황에서 어떤 해법을 찾고 있을까. 그는 온라인 공연과 오프라인 공연을 동시 병행하는 투 트랙을 제안하며, 오프라인 공연이 '에디션'화 될 것이라 미래를 내다봤다. 

"오프라인 공연의 경쟁률은 점점 높아질 겁니다. 온라인 공연과 오프라인 공연을 병행한다면 온라인은 아티스트 소개 및 쇼케이스, 오프라인 공연에 대한 관심을 유발하는 콘텐츠가 될 거예요. 이렇게 끌어모은 팬들이 오프라인 공연에도 와주시는 거죠. 오프라인 공연은 티켓값을 올리고 확실한 수익을 추구해야 해요. 무대에 설 수 있는 아티스트들의 경우 확실한 티켓 파워를 갖춘 이들이 될 거고요. 그 힘을 길러주는 공간이 온라인입니다.

저희 같은 사람들이 뮤지션들도 많이 만나고 공연도 많이 보러 다녀야 합니다. 음악가가 마음을 열어야 라이브클럽에서 공연을 하지 않겠어요? 예전처럼 '공연장 열어뒀으니 와서 공연하세요' 이런 마인드로는 안 됩니다. 중요한 것은 결국 아티스트의 마음이에요."

올해 롤링홀이 준비한 오프라인 공연은 모두 매진됐다. 안예은, 너드 커넥션, JTBC <싱어게인>에 출연했던 한승윤 단독 콘서트까지 방역 수칙을 준수해 안전하게 공연을 마쳤다. 미뤄졌던 공연을 다시 재개하니 오는 6월까지 스케줄도 꽉 찼다.

지난 4월 4일에는 이승환, 해리빅버튼, 로큰롤라디오, ABTB와 함께 '이승환과 아우들' 공연도 진행했다. 일주일에 3일밖에 공연을 하지 못하는 한계에도 분명히 돌파구를 찾고 있는 모습이다. 
 
 롤링홀 김천성 대표가 4월 10일 싱어송라이터 '예빛'의 롤링홀 공연 리허설을 지켜보고 있다.

롤링홀 김천성 대표가 4월 10일 싱어송라이터 '예빛'의 롤링홀 공연 리허설을 지켜보고 있다. ⓒ IZM

 
인터뷰를 마친 후 김천성 대표와 함께 모처럼 롤링홀 스테이지를 방문했다. 유튜브에 노래 커버 영상을 올리며 화제가 된 싱어송라이터 예빛의 리허설이 한창이었다. 매진된 공연을 준비하는 스태프들의 분주한 움직임, 공연장 입구 포스터를 촬영하는 사람들. 화사한 봄날의 햇빛 아래 음악의 힘이 우울한 확진자 수를 잠시 잊게 만들었다.

"인디 음악은 현재 완전히 상승세입니다. 온라인·오프라인 시장 모두 규모가 커질 거예요. 투 트랙을 병행해야 하는 이유죠. 온라인 공연으로 소구력을 높이고 대중의 관심을 환기한 뒤, 오프라인 무대에서 완성도 높은 공연을 펼치는 겁니다. 저는 벌써부터 내년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힘든 시기 속 지치지 않는 김천성 대표의 말에는 확실한 믿음이 있었다. '코로나 19 속 라이브 클럽 생존기'를 써 내려가는 모든 관계자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죽음의 침묵을 돌파하기 위해, 끊임없는 잔향을 위해, 다시금 소리를 높이고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대중음악웹진 이즘(www.izm.co.kr)에도 실렸습니다.
롤링홀 음악 인터뷰 김천성 코로나19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대중음악평론가 - 대중음악웹진 이즘(IZM) 에디터 (2013-2021) - 대중음악웹진 이즘(IZM) 편집장 (2019-2021) 메일 : zener1218@gmail.com 더 많은 글 : brunch.co.kr/@zenerkrepresent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