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방영된 MBN '전국방방쿡쿡'의 한 장면

지난 10일 방영된 MBN '전국방방쿡쿡'의 한 장면 ⓒ MBN

 
예능 프로그램으로만 한정했을때 종편 채널의 양대강자는 JTBC와 TV조선이다.  전자가 엄청난 인적+물적 공세 속에 트렌디한 감성의 시청자들을 사로잡으며 확고한 틀을 잡았다면 후자는 트로트와 부부 관찰 예능을 내세우며 기존 지상파+케이블 예능과 경쟁에 뛰어들었다.  반면 또 다른 종편 채널 MBN은 채널A와 더불어 개국 10주년을 맞이한 올해까지 예능에선 확실한 성과를 거두진 못하고 있다. 

​<알토란>, <동치미>, <엄지의 제왕> 등 노년층 대상 가성비 높은 스튜디오 토크 프로그램에 치우치다보니 MBN 예능은 상대적으로 큰 화제몰이와는 거리가 먼 존재였다. 2019년부터 <보이스퀸>, <보이스트롯>, <로또싱어> 등 음악 경연 예능을 속속 선보이는가 하면 <자연스럽게>, <친한 예능> 등 야외 버라이어티 프로그램도 제작하면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화제몰이의 변방에  놓여 있는 MBN 프로그램들이다. 

이렇다보니 몇몇 시청자들에겐 "<나는 자연인이다> 방영하는 채널" 정도로만 인식되는게 냉정한 현실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지난 10일 첫 방영된 <전국방방쿡쿡>은 꽤 무거운 짐을 짊어진 신규 예능이다.  차태현, 안정환, 장혁, 이상엽 등 tvN, JTBC 등에서나 봐왔던 인기 연예인들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지금까지의 MBN표 예능과의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인기 배우 vs 운동선수들의 쿡방 예능 대결
 
 지난 10일 방영된 MBN '전국방방쿡쿡'의 한 장면

지난 10일 방영된 MBN '전국방방쿡쿡'의 한 장면 ⓒ MBN

 
KBS <1박2일 시즌3> 마지막 연출자였던 김성 PD가 선보이는 <전국방방쿡쿡>의 기본 구성은 '쿡방'이다. 연예계 절친 손님들에게 의뢰를 받은 출연진들이 각자 팀으로 나눠 전국 방방곡곡의 특산물을 활용해 야외에서 펼치는 요리대결이 기본 틀로 잡혀 있다. 여기서 최종 승자로 선택된 팀에겐 좋은 곳에 기부할 수 있는 황금수저를 수여받게 된다.  다년간 요리 프로그램을 진행했던 안정환, 각종 조리 기구를 총동원해온 이상엽이 있긴 하지만 전문 쉐프에 비교할 만한 실력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첫회에서 찾은 지역은 충청남도 공주다.  밤으로 유명한 고장 답게 두팀 모두 돼지고기와 소고기 요리에 밤을 곁들인 나름의 선택 속에 한정된 비용의 재료를 구입하고 조리 대결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두팀의 작품을 시식하게 된 초대손님은 배우이자 요리의 대가인 김수미, 그리고 후배 윤다훈이었다.  

​이날만큼은 조리 과정에 신경쓰지 않고 오로지 맛만 보러왔다고 말하지만 어설픈 칼질, 프라이팬 활용 등을 그냥 두고 지나칠 김수미가 아니었다.  짧은 호통으로 긴장감을 불러 일으키면서 양팀의 분발을 촉구하고 나선다.  첫번째 대결의 최종 승자는 쇠고기 스테이크 등을 준비한 선수팀이었다.  재료비 획득을 위한 사전 게임에서 패해 적은 비용만 얻은 이들은 점심 식사비까지 아껴가면서 모은 예산을 총동원해 가성비 좋은 요리 완성에 성공했다. 

토요 예능 강자 틈바구니 속...쉽지 않은 존재감 부각
 
 지난 10일 방영된 MBN '전국방방쿡쿡'의 한 장면

지난 10일 방영된 MBN '전국방방쿡쿡'의 한 장면 ⓒ MBN

 
​<전국방방쿡쿡>에선 검증된 예능 명인 차태현과 안정환을 중심으로 조금씩 예능의 맛을 보고 있는 박태환, 이상엽, 김태균 등의 인물 조합을 선보이며 기존 시청률 강자들이 즐비한 토요일 저녁 시간대에 과감히 도전장을 내밀었다.  잘 알다시피 오후 6~8시대는 MBC <놀면 뭐하니?> , KBS <불후의 명곡 2 - 전설을 노래하다> 등 확실한 지지층을 보유한 인기 프로그램의 터전이다.  

웬만해선 이 시간대에 신규 프로그램으로 정면 승부를 펼치는게 무모하다는 생각이 들만큼 두 예능의 아성은 쉽게 건드리기 어려운 존재다.  SBS, tvN 등도 재방송 프로를 배치하며 수세적 입장에 놓였음을 감안할때 MBN으로선 의외의 결단을 것이다. 무모하다는 생각이 들 수 있는 이 선택은 어떤 결과를 낳을 수 있을까?

​<전국방방쿡쿡> 공주편에선 야외 캠핑장을 배경삼아 진행되는 다채로운 조리의 향연은 나름의 볼거리를 선사한다. 입담 좋은 차태현, 안정환이 각자 속한 팀원들을 이끌면서 왁자지껄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등 출연진의 돈독한 케미도 목격할 수 있다.  하지만 70여분 남짓한 내용 중 조리 과정에만 20여분 가량 긴 시간을 할애하다보니 요즘 프로그램에서 필요로 하는 속도감 넘치는 진행과는 거리감을 두고 있다. 
 
 지난 10일 방영된 MBN '전국방방쿡쿡'의 한 장면

지난 10일 방영된 MBN '전국방방쿡쿡'의 한 장면 ⓒ MBN

 
사전 만남 부터 장소 도착, 게임, 재료 구매에 이르는 전반부 구성에선 큰 재미를 느끼기 힘들었고 초대손님과의 대화, 평가로 꾸며진 후반부 역시 김수미와 며느리 서효림과의 전화 통화를 제외하면 흥미로운 장면도 등장하지 않는다.  전문 쉐프급 요리를 기대하기 어려운 출연진들이라면 조리 뿐만 아니라 그 이외 영역에서도 예능적 요소가 나와줄만도 첫회에선 이를 딱히 발견하기 어려웠다.  

매주 화제거리를 양산하는 <놀면뭐하니?>, 꾸준함을 강점으로 내세운 <불후의 명곡> 등과의 경쟁에서 그저 야외에서 요리하고 초대손님 평가 받고 승자 결정하는 구성만으로 경쟁력 쌓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약점 보완을 위한 비장의 수단 마련이 뒤따라야 하지 않을까?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전국방방쿡쿡 MB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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