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피넛 버터 팔콘> 포스터

영화 <피넛 버터 팔콘> 포스터 ⓒ (주)팝엔터테인먼트

 
<허클베리 핀의 모험>의 작가 '마크 트웨인'이 소설이 아닌 영화를 만든다면 어떨까.

<피넛 버터 팔콘>은 술주정뱅이 아빠를 떠나 도망친 허크와 자유인을 꿈꾸는 노예 짐의 미시시피강 뗏목 여정을 떠올리게 한다. 작품은 마크 트웨인이 19세기가 아닌 21세기에 살았다면 아마 이런 영화를 만들지 않았을지 상상해봄 직한 로드무비이자 어른들을 위한 성장영화다.
 
연출과 시나리오를 맡은 타일러 닐슨과 마이클 슈워츠는 처음부터 잭 고츠아전을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를 썼다. 때문에 이 영화가 첫 작품이지만 몸에 꼭 맞는 옷을 입은 듯 잭 고츠아전의 자연스러움이 살아있다. 오히려 그를 돋보이게 만드는 샤이어 라보프와 다코다 존슨의 힘 뺀 연기가 진가를 발휘한다.
 
자유를 찾아 떠난 방랑자
  
 영화 <피넛 버터 팔콘> 스틸컷

영화 <피넛 버터 팔콘> 스틸컷 ⓒ (주)팝엔터테인먼트???

 
22살이지만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어 아이 같은 천진함을 간직한 잭(잭 고츠아전). 가족들에게 버려져 노인 요양 보호소에 2년째 살고 있는 그는 오늘도 어김없는 일상을 이어가고 있다. 10년도 더 된 레슬링 비디오테이프를 반복해서 보는 게 전부인 하루. 잭은 자신이 왜 그곳에 있는지 받아들이지 못한 채 여러 번 노인 요양 보호소를 탈출하려다 실패한 전력을 갖고 있다. 그러던 중 자신의 우상인 레슬러 '솔트 워터 레드넥'을 만나기 위해 한밤중 속옷 차림으로 탈출을 시도해 성공한다.
 
아무 대책 없이 무작정 달려가던 중 싸움에 휘말린 어부 타일러(샤이아 라보프)의 배에 숨어들게 되며 두 사람은 원치 않은 첫 만남을 한다. 타일러는 죽은 형의 어업 허가증을 빼앗아 간 동네 양아치와 주먹다짐을 벌이던 중 화를 참지 못하고 어장에 불을 지르고 도망치던 찰나였다. 남의 배에 타고 있는 잭이 달갑지 않았을 것. 하지만 옛말에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 했거늘. 그를 그냥 두고 갈 수 없었던 타일러는 잭과 동행한다.
 
잭은 비디오에서 봤던 솔트 워터 레드넥의 레슬링 학교에 가고 싶어 했다. 어차피 도망 중인 신세라 목적조차 없던 타일러는 잭을 데려다주기로 약속한다. 삶에서 뛰쳐나와 무일푼이던 둘은 차를 타고 이동하는 대신, 뗏목을 만들어 강을 건너기로 결심한다. 타일러는 아무 조건 없이 자신을 따르는 잭을 친동생처럼 돌봐주는 등 두 사람은 투닥거리면서도 끈끈한 형제애를 만들어 간다.
 
한편, 보호소 직원 엘레너(다코타 존슨)는 사방팔방을 헤매다 타일러와 노숙하는 잭을 찾아낸다. 하지만 타일러와 떠나겠다는 잭을 말릴 수 없게 되자, 얼떨결에 합류하게 된다. 최첨단 시대를 사는 21세기 미국에서 19세기 허크와 짐이 택했던 뗏목 여행이라니, 특별할 것 없는 로드 무비에 신선함 한 숟가락이 추가되며 동행길이 더욱 흥미로워진다. 세 사람은 뗏목에 의지해 숙식을 해결하고 자연과 하나 되며 우정을 쌓아간다. 너무 달랐던 그들은 서로를 믿고 유유자적 강을 따라 흐르며 서서히 가족이 되어간다.
 
선한 영향력으로 물들이는 영화
  
 영화 <피넛 버터 팔콘> 스틸컷

영화 <피넛 버터 팔콘> 스틸컷 ⓒ (주)팝엔터테인먼트

 
영화는 우연히 만난 인연으로 상처를 치유하는 힐링 로드 무비다. "친구는 우리가 선택하는 가족이야"라는 등의 진실한 마음과 약자들이 똘똘 뭉치는 법을 유려한 시선으로 담아냈다. 상실을 경험한 세 사람의 앙상블은 서로 다른 현실에도 좌절하지 않고 희망을 품는 긍정의 기운을 만들어낸다. 
 
처음에는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잭의 소원을 들어주는 이야기로 진행되는 듯했지만, 이내 자기 잘못으로 형을 잃고 고통스러워하는 타일러의 감정과 남편을 잃은 엘레너의 슬픔도 어루만져 준다. 장애와 나이, 사회적으로 선을 긋는 그 어떤 장애물도 뛰어넘는 세 사람의 조건 없는 우정은 쉽게 얻고 휘발되어 버리는 세상에서 찾아보기 힘든 매력이 아닐 수 없다. 더불어 미국 남부를 여행하듯 너른 들판, 해변, 강을 이동하는 세 사람의 여행이 지친 마음을 편안한 휴식으로 안내한다.
 
믿기 힘든 진실과 믿고 싶지 않은 사실이 씨줄과 날줄처럼 연결된 영화다. 파랑새는 간절히 원하는 자에게 날아온다는 믿음과 갈 곳 잃은 방향키를 잡아 각자의 이상향으로 이끈다. 이야기가 잭의 관점에서 진행되지만, 버거운 현실에서 무작정 도망친 타일러에게 마음이 쓰이는 이유를 영화가 끝나면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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