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솔루션이 끝나는 날이 찾아왔다.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모든 구성원들에게 가장 떨리는 순간이 아닐까. 촬영이 진행되는 동안 여러모로 마음 고생이 심했을 사장님들은 피나는 노력의 결과를 검증받아야 하니 얼마나 살떨리겠는가. 좋은 끝맺음(이자 또 다른 시작)을 하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다. 백종원과 제작진 역시 제대로 도움이 됐길 바라며 마지막까지 긴장의 끊을 놓치 못했다. 

그런데 길동 파스타집 사장님은 제때 출근을 하지 못했다. 무슨 일이 있는 걸까. 전날 밤, 아이가 열이 40도까지 올라 병원에 갔는데, 우선 코로나 검사부터 받아야 했던 터라 접촉자인 사장님도 결과가 나오기까지 집에서 대기해야만 했다. 안전을 위한 필수적 조치였다. 어쩔 수 없이 파스타집을 제외하고 코다리찜집과 닭갈빗집부터 영업을 개시했다. 모두 성공적이었다. 

남은 건 파스타집뿐이었다. 다행히 아이가 코로나 음성 판정을 받아 사장님은 뒤늦게나마 출근할 수 있었다. 사장님은 지난 촬영이 끝난 후에도 셰프 파브리를 개인적으로 찾아가 보충수업을 받고, 비대면 수업을 통해 실력을 꾸준히 업그레이드했다. 그만큼 열심히 노력했던 터라 제대로 마무리를 못할 수도 있던 상황이 더욱 답답했으리라. 솔루션을 끝맺을 수 있게 된 사장님은 힘을 내 심기일전했다. 

기본으로 돌아간 파스타집 사장님

백종원은 아픈 아이를 두고 온 사장님을 응원하기 위해 식당으로 찾았다. 사장님은 기존의 49가지 메뉴를 몽땅 정리하고, 알리오 올리오, 포모도로, 차돌그림파스타까지 딱 세 개로 줄여 놓았다. 파스타계의 삼총사라고 할 수 있는 오일 파스타, 토마토 파스타, 크림 파스타만 남겨둔 화끈한 결정이었다. 좀더 기본으로 돌아간 느낌이랄까. 남은 건 백종원의 시식이었다. 

"비빔밥에 된장 넣고 비빈 느낌? 외국 사람 입장에선 된장 향이 강하니까 뭔가 한국향을 내려고 비빔밥에 고추장 말고 된장도 집어 넣은 거야."

먼저 알리오 올리오의 맛을 본 백종원은 일단 맛있다고 칭찬한 했지만, 바질 페스토에 대해 언급했다. 굳이 넣어야 하냐는 질문이었다. 사실 파브리도 이탈리아에서는 알리오 올리오에 바질을 넣지 않는다며 선택을 사장님에게 넘겼었다. 사장님은 자신의 입맛에 더 맞는다는 이유로 바질 페스토를 고집했다. 백종원이 그냥 넘어갈 리 없었다. 향이 너무 강한 바질은 빼기로 결정됐다. 

포모도로는 백종원의 감탄을 자아냈다. 소스와 재료의 밸런스가 좋았다. 더 이상 손 볼 필요가 없을 정도로 완벽했다. 문제는 처음부터 말썽을 일으켰던 차돌크림파스타였다. 오징어가 빠졌지만, 고기냄새가 확 올라왔다. 사장님은 '차돌 본연의 맛'을 추구했는데, 아마도 차돌을 구워서 먹을 때의 고소함을 생각했던 듯했다. 하지만 차돌박이가 기름진 파스타에 섞이니 맛이 느끼할 수밖에 없었다.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한 장면.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한 장면. ⓒ SBS

 
"차돌박이를 꼭 넣어야 돼요?"

게다가 질긴 식감 때문에 오래 씹어야 한다는 점도 단점이었다. 맛도 맛이지만, 원가도 상대적으로 비싸졌다. 알리오 올리오와 포모도로의 가격이 9900으로 책정된 반면, 차돌크림파스타는 1만3800원이었다. 기존에 팔았던 가격보다 1000원낮췄다지만, 여전히 골목상권에서는 부담스러운 가격이었다. 굳이 차돌을 넣어야 할까? 고기만 빼면 9900원에 맞출 수 있었다.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한 장면.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한 장면. ⓒ SBS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한 장면.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한 장면. ⓒ SBS

 
백종원은 차돌박이를 넣지 말고 차라리 햄이나 베이컨을 추천했다. 두 가지 버전을 테스트해 보기로 했다. 그 차이는 극명했다. 사장님은 베이컨 버전이 훨씬 맛있다며 감탄했다. 상황실의 김성주는 차돌이 들어간 버전을 먹어보더니 몇 번 씹기도 전에 시식을 포기했다. 정인선은 지금까지 오징어가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차돌박이가 크림과 어울리지 않았던 거라 깨달았다. 

"재료가 많이 들어가야 맛있는 게 아니고 밸런스에 맞는 재료가 들어가야 하고, 가장 좋은 건 어쩌면 가장 '대중적인 것'이 아닐까."
 
그제야 사장님은 깨달았다. 결국 '기본'이었다. 음식은 재료가 무작정 많이 들어간다고 해서 맛있어지는 게 아니지 않은가. 역시 재료 간의 밸런스가 중요하다. 또, 가장 '대중적인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그것부터 마스터할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존의 것과 과감한 단절을 해야 한다. 기본을 가렸던, 기본 이외의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뜻이다. 그만큼 기본이 중요하다.

사장님의 깨달음은 비슷한 처지에 놓인 동종업계의 수많은 사장님들에게 큰 도움이 됐을 것이다. 그동안 사장님은 기본에 충실하기보다 새로운 식재료를 넣고 (오징어와 차돌박이를 함께 넣은 크림파스타 같은) 색다른 메뉴를 개발하는 데 몰두했다. 그러다 보니 메뉴가 어느새 49개까지 늘어났지만, 손님을 매료시킬 만한 '맛'은 갖추지 못했다. 파스타집인데도 돈까스가 더 많이 팔릴 정도였다. 

누구나 저지를 수 있는 실수이다. 관건은 그걸 깨닫고 바로잡는 것이다. 사장님은 백종원의 도움을 받아 재정비에 성공했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을 시청한 우리들은 사장님을 반면교사 삼아 배웠다. 결국 '기본'이다. 기본이 무엇인지 치열하게 고민할 시간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그리고 '너의길을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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