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10살이 된 서연이(가명)는 지난 2월 8일 하늘나라로 떠났다. 사망 당시 서연이는 온몸이 멍투성이었고 갈비뼈가 부러져 있었다. 서연이의 사망 원인은 무차별한 폭행과 물고문으로 인한 쇼크사 및 익사였다. 서연이를 죽음에 이르게 한 건 다름 아닌 친이모 안아무개씨다. 그는 왜 서연이를 죽음에 이르게 했을까. 

MBC < PD수첩 >은 '누가 10살 서연이를 죽였나'편을 통해 이 사건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지난 6일 방송에서 서연이가 어떻게 이모 집에서 학대를 당했는지, 이모는 조카를 왜 학대했는지 등을 조명했다. 지난 7일 이 사건을 취재한 박미소 MBC PD를 전화로 인터뷰했다. 
 
 MBC <PD수첩>의 한 장면

MBC 의 한 장면 ⓒ MBC

 
다음은 박 PD와 나눈 일문일답. 

- 지난 6일 방송된 MBC < PD수첩 > '누가 10살 서연이를 죽였나'편 취재와 연출을 맡으셨잖아요? 방송 후 소회가 궁금합니다. 
"다른 어떤 아동 학대 사례들보다 잔인하기도 하고 충격적이었어요. 서연이가 얼마나 고통스러웠지 느껴져서 제작하며 많이 힘들었어요."

- 결국 서연이 사건은 아동학대의 대물림 사건이잖아요. 어떻게 취재하게 되셨나요?
"2019년 <실화탐사대>에서 두 번에 걸쳐서 '군산 아내 살인사건'을 다뤘어요. 10시간 동안 재혼한 아내를 잔인하게 때려서 죽인 남편 안씨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당시 가해자 안씨의 친딸이 중요 제보자로 나와서 아버지를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을 했어요. 당시 딸은 아버지의 잔혹한 폭력성을 이야기하면서 '나도 아버지한테 폭행을 많이 당했다, 지금도 트라우마'라고 이야기 했었어요. 

그런데 알고 보니 서연이를 죽인 가해자 안씨가 당시 아버지를 처벌해야 한다며 장시간 인터뷰에 응했던 그 제보자였던 거죠. 굉장히 많이 놀랐어요. 그리고 이모 부부의 학대 외에도 서연이 엄마의 방임 혐의에 대한 이야기도 듣게 됐어요. 그 내용을 듣고 나니 서연이의 안타까운 죽음과 관련된 사람들을 다 밝혀내고 처벌받게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또 폭행의 피해자였던 서연이 이모가 가해자가 된 이른바 '아동학대 대물림'에 대해서도 생각해봐야 할 것 같아 취재하게 됐습니다."

- 처음에 어디부터 취재를 시작하셨나요?
"우선 전문가들을 만났어요. 학대의 대물림이라는 주제가 자칫하면 가해자의 서사구조로 이루어질 수 있어 자문을 먼저 받았어요. 이 사건을 어떻게 봐야 하는지, 저희가 보는 학대의 대물림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방향을 잡기 위해서요. 그리고 동시에 서연이 엄마를 계속 만나려고 시도를 해서 만났죠."

- 방송은 서연이가 이모로부터 혼나는 동영상으로 시작을 하는데 그렇게 구성한 이유가 있을까요?
"저희 주제가 아동 학대이고 저희가 확보한 유일한 영상이라 제일 처음에 그걸 보여 준 거예요. 그 영상 하나가 많은 것을 이야기하니까요."

- PD님은 영상을 접하고 어떻셨어요?
"너무나 끔찍했죠. 아이의 표정이 너무 겁에 질려있고 멍투성이고. 사실 너무 보기도 힘들고 지금도 그 장면 계속 떠올라서 힘들어요. 더욱이 저희는 모자이크가 하나도 안 된 영상들을 봤잖아요."

"치료 위해 무속행위 한 것 아니다"

- 이모가 < PD수첩 > 측에 자신의 입장을 적어 보내온 편지에 따르면, 서연이가 이상한 행동을 했고, 무속인이었던 자신이 무속치료 행위를 한 것이라고 주장해요. 
"저희는 이모가 보내온 편지, 그리고 이모와 서연이 엄마가 주고받은 3개월 치 카톡 메시지 등을 중심으로 전문가들과 분석했어요. 많은 부분 이모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는 결론을 냈습니다. 먼저 서연이가 이상행동을 했다는 것은 명확하지 않아요. 심리분석가에 의하면 서연이 이모는 어떤 내용을 전달할 때 상대방이 이해하도록 꼼꼼하게 이야기하는 경향이 있다고 보여져요. 그런데 서연이가 이상한 행동을 했다고 하는 편지 내용은 묘사가 디테일하지 못했어요. 반면 서연이 엄마의 방임 사실을 언급하거나 무속 행위를 조장했다는 부분은 상당히 구체적이었고요.

설사 치료를 위해 무속행위를 한 것이라면 어떤 의식적인 행위를 하고 그에 따른 반응을 봐야 하는데, 편지 내용에 보면 '화가 나서 파리채로 때렸다' '아이가 팔을 들지 못 한다고 거짓말을 해서 때렸다'는 거거든요. 이건 애가 이상해서 무속행위를 했다고 볼 수 없는거죠. 서연이의 말에 화가 나서 때렸다는 거잖아요. 그리고 사건 당일 욕조에 들어가라고 서연이의 정수리를 누른 것도 사실이라고 편지에 적혀있어요. 그것도 무속적인 행위였냐는 거죠. 치료를 위해서 무속행위를 했다고 볼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 이모가 서연이에게 개똥을 먹였다는 사실도 드러났어요. 
"부검을 했던 교수님의 표현을 빌리면, '개똥을 먹게 강요했다'는 거예요. 개똥을 핥게 하는 핸드폰 영상이 세 차례나 찍혀 있어요. 서연이 이모가 서연이 엄마와 3개월 동안 주고받은 카톡 내용을 분석해보면, 이모가 굉장히 강한 훈육을 한 것으로 보여요. (영상에는) 서연이가 무엇 때문에 그렇게 한 것인지 나오지는 않지만 어떤 이유에선가 '뛰어내려 버릴 거야'라고 말을 해요. 그러자 이모가 '그래 뛰어내려 네가 했던 말은 책임져'라고 해요. 개똥의 경우, 전문가들 추측에 따르면 이모가 집에서 강아지를 키우는데 그 강아지를 굉장히 좋아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아마 서연이가 강아지에 심한 장난을 치니까 '너도 한번 당해 봐'라고 하면서 개똥을 먹게 한 게 아닐까 하더라고요."

- 방송에 따르면, 서연이는 지난해 처음 이모네 집에 갔다가 한 달 만에 돌아와요. 그리고 이틀 뒤 다시 이모네 집에 가고 싶다고 했다던데.
"서연이가 지난해 이모 집에 여러 차례 맡겨진 적이 있고, 그해 11월에는 서연이 엄마가 집 이사 문제로 서연이를 이모집에 장기간 맡기게 돼요. 그런데 이모가 서연이를 데리고 있기 힘들다면서 다시 데리고 가라고 해요. 서연이 엄마에 따르면, 집에 온 서연이가 이틀 뒤 이모 집에 가겠다고 했다는 거예요. 그러면서 서연이가 엄마에게 보냈던 메시지를 보여주더라고요. '이모가 허리가 안 좋으니까 내가 옆에서 도와줘야 된다. 이모는 내가 마음이 아플 때 많이 도와줬던 사람'이라는 내용이었어요. 

전문가들은 두 가지로 추측을 하는 데요. 서연이가 자신을 이모집에 보내고 싶어 하는 엄마의 눈치를 보고 이모집에 가겠다고 말했을 수 있다는 거고요. 또 하나는 엄마에게 방치당하면서 감정적인 교감을 이모와 더 많이 했을 수도 있다는 거예요. 만일 그게 사실이라면 자신이 의지하는 사람에게 목숨을 잃은 거라 더 마음이 아픈거죠."

- 서연이 엄마도 인터뷰를 하셨는데. 
"엄마는 서연이가 이모에게 정말 죽을 정도로 맞을 거라고는 생각을 못 했을 것 같아요. 그 정도로 심하게 맞는 걸 몰랐다는 건데, 전문가들은 아이가 어느 정도 맞는다는 것을 알았을 거라고 이야기합니다. 처음에 서연이 어머니 인터뷰를 할 때는 조심스럽긴 했어요. 그래도 아이를 잃은 엄마니깐요(용인동부경찰서에 따르면 현재 서연이의 엄마는 아동 학대 방임으로 검찰에 송치된 상태다-기자 말). "

- 이모는 자신이 서연이를 학대하는 상황을 영상으로 찍었어요. 왜 그런 걸까요. 
"이모가 서연이 엄마에게 서연이가 자해를 한다고 하니까 엄마가 '그러면 동영상을 찍어서 보여줘봐, 나는 그런 모습을 본 적이 없어'라고 해요. 그래서 동영상을 촬영하게 됐다고 이모와 엄마 둘다 주장을 해요. 근데 방송 보시면 촬영된 동영상은 서연이가 자해하는 것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어요. 그렇다면 왜 학대하는 영상을 찍었을까요. 전문가들은 서연이한테 가했던 폭력이 나중에 문제가 되면 반론과 근거를 제시하기 위한 용도로 촬영된 게 아닐까 추측해요. "

- 서연이를 학대한 건 이모 부부잖아요. 서연이 이모의 폭력성에 대해선 '폭력의 대물림'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있어요. 반면 이모부가 이를 제지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 의문을 갖는 이들이 적지 않아요. 
"내부에서 어떤 일이 이루어졌는지는 저희가 알 순 없어요. 살인죄 여부만 봤을 때, 서연이가 사망한 날을 2월 8일로 보거든요. 그런데 2월 7일, 즉 서연이가 사망하기 전날 이모가 혼자 서연이를 폭행했다고 해요. 근데 사망 당일인 8일은 이모부가 같이 폭행했다고 해요. 한 사람이 때리면 한 사람은 말리기 마련인데 왜 그렇게 같이 때렸는지 저희도 이해가 가지 않더라고요. 지인들도 이해할 수 없다고 이야기를 하고 있고요."

"아동학대 피해자 치료 같이 이뤄져야"
 
 MBC <PD수첩>은 '누가 10살 서연이를 죽였나' 관련 이미지.

MBC 은 '누가 10살 서연이를 죽였나' 관련 이미지. ⓒ MBC

 
- 아동학대 피해자가 아동학대 가해자가 되는 비율이 높은가요. 
"통계적인 수치를 보면 그래요(기자주- 사회보건사회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아동학대 가해자의 50%는 아동기와 성인기에 폭력 피해를 당했다. 아동기에만 폭력 피해를 당한 비율은 36.7%다). 미국 같은 경우는 학대의 대물림을 인정하고 학대 피해자들을 치료한다고 합니다. 반드시 아동학대를 당한 사람이 아동학대를 한다는 게 아니에요. 어렸을 때 아동학대를 당해도 그걸 극복하고 잘 사는 사람이 더 많아요. 그런데 아동학대를 당했던 피해자가 어떤 스트레스적인 상황에 놓였을 때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아동 학대를 당했던 피해자를 치료해 미연에 사건·사고를 예방해야 한다고 말씀 드리고 싶어요."

- 아동 학대 피해자를 위한 대책이 있나요?
"현재는 가해자 처벌 수위만 높아지고 있어요. 물론 강한 가해자 처벌도 중요하죠. 그런데 그것만으로 수많은 아이를 구할 수는 없다는 거예요. 가해자들의 강한 처벌과 아동학대 피해자들에 대한 치료가 같이 이뤄져야 합니다. 계속 처벌만 강화시킨다고 해서 예방이 되냐, 절대 아니거든요."

- 제목이 '누가 10살 서연이를 죽였나'잖아요. 결국, 서연이를 죽인 건 우리 사회인 거 같아요.
"그렇죠. 서연이 죽음에 우리 어른들의 책임이 없지 않죠. 저희는 서연이한테 큰 빚을 졌어요. 서연이가 감금을 당한 게 아니었잖아요. 그런데 죽을 때까지 아무에게도 구조요청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 너무 안타깝고 마음이 아파요."

- 취재하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
"말씀드렸듯이 제작하면서 저희도 엄청 힘들었거든요. 시청자들이 한번 보는 것도 되게 힘들어서 못 보겠다고 말씀하시는데 저희는 편집하면서 (서연이 영상을) 수십 번 수백 번 봤으니까요. 그럼에도 저희가 힘들게 방송을 했던 이유는 말씀드렸다시피 이런 학대 피해자들이 더 이상 안 나왔으면 좋겠다는 바람에서입니다. 이러한 사건이 반복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또 지켜 주지 못한 서연이에게 우리 모두 미안해하고 서연이의 죽음의 책임져야 하는 사람들은 합당한 처벌을 받게 하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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