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맛> 방송의 한 장면

<아내의 맛> 방송의 한 장면 ⓒ TV조선

 
방송인 함소원을 둘러싼 조작 논란에 휩싸였던 TV조선 <아내의 맛>이 결국 공식 사과와 함께 방송 종영이라는 씁쓸한 결말을 맞이했다.

8일 <아내의 맛> 제작진은 공식 입장문을 통해 "함소원과 관련된 일부 에피소드에 과장된 연출이 있었음을 뒤늦게 파악했다"며 "방송 프로그램의 가장 큰 덕목인 신뢰를 훼손한 점에 전적으로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또한 "제작진은 시청자 여러분들의 지적과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13일을 끝으로 <아내의 맛>을 시즌 종료하기로 결정했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제작진은 더욱 신뢰 있는 프로그램 제작을 위해 정진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로써 2018년 6월 첫 방송된 이래 TV조선을 대표하는 장수 부부예능으로 사랑받았던 <아내의 맛>은 약 3년 만에 불명예스러운 모양새로 종영하게 됐다. 

함소원도 같은날 개인 SNS에 <아내의 맛> 제작진의 입장이 담긴 사진을 올린 뒤 "맞습니다. 모두 다 사실입니다"라고 적은 뒤 사과했다. 그는 "저도 전부 다 세세히 낱낱이 개인적인 부분들을 다 이야기하지 못했습니다. 잘못했습니다. 과장된 연출 하에 촬영했습니다. 잘못했습니다"라며 "변명하지 않겠습니다. 친정과도 같은 '아내의 맛'에 누가 되고 싶지 않았기에 자진 하차 의사를 밝혔고, 그럼에도 오늘과 같은 결과에 이른 것에 대해 진심으로 안타깝고 송구한 마음"이라고 전했다. 끝으로 그는 "그간 '아내의 맛'을 통해 저희 부부를 지켜봐주신 시청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고개숙여 사과드립니다"라고 덧붙였다.

방심위에 조작 의혹 관련 민원까지 접수

함소원은 <아내의 맛> 첫 회부터 함께한 원년멤버였지만 방송 내내 각종 논란에 휩싸였다. 최근 들어 그를 둘러싼 의혹 제기가 연이어 터져 나왔다. 함소원이 과거 중국에 있는 시댁 별장과 신혼집을 공개하는 에피소드에서 유명 숙박업소를 대여하고도 진짜 자택처럼 속였다는 의혹, 중국인 시어머니가 막내 이모와 전화 통화를 하는 장면에서 나온 목소리가 함소원과 같다는 의혹, 딸 혜정 양의 응급실 방문 에피소드의 진실성 논란 등이 도마에 오르며 시청자들을 기만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함소원은 여론이 점점 악화되자 지난달 28일 전격적으로 <아내의 맛>하차를 선언했다. 하지만 조작 의혹에 대해서는 이렇다할 해명을 내놓지 않았다. 그의 하차 이후에도 각종 의혹은 식을 줄 모르고 계속 터져나왔고 결국 지난달 30일에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에 <아내의 맛> 방송 조작 의혹 관련한 민원이 접수된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TV조선 <아내의 맛> 한 장면.

TV조선 <아내의 맛> 한 장면. ⓒ TV조선

 
<아내의 맛>은 비록 '과장된 연출'이라는 우회적인 표현을 썼지만 결국 조작이 사실임을 뒤늦게나마 인정하며 갑작스러운 종영을 발표했다. 함소원의 하차 선언이 나온지 불과 열흘만의 일로, 결국 이번 조작 의혹이 출연자와 프로그램의 운명까지 함께 결정지은 셈이 됐다.

이번 논란의 1차적인 책임은 함소원에게 있다. 2018년 이전까지 주로 중국에서 활동했던 함소원은 <아내의 맛>을 통하여 중국인 연하 남편과의 결혼생활과 다사다난했던 개인사를 공개하며 인지도를 높였다. 

하지만 <아내의 맛> 장기 출연은 함소원에게 양날의 검이 됐다. 함소원 가족은 이미 조작 논란이 터지기 이전부터 방송에서 좋지 않은 모습을 여러 차례 드러내며 구설수에 휘말렸다. 여러 사람이 기용하는 ATM 기기들을 혼자 독점하거나, 중고물품 거래 과정에서 비매너 행위를 하고, 아이의 문제행동을 방치하거나, 베이비시터에 대한 갑질 논란 등이 대표적이다. 함소원은 개인방송에서는 한국전통 음식인 김치를 '파오차이'라고 발언하여 뭇매를 맞기도 했다.

논란, 논란, 논란

함소원은 방송에서 다소 자기중심적인 모습을 반복해서 드러내며 논란을 만들었다. 이후 여론이 악화되면 뒤늦게 사과하는 모습을 보이며 과도한 악플에 힘들다는 호소를 하기도 했지만,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또다른 논란이 벌어지곤 했다. 

처음에는 어느 정도 방송상의 설정과 캐릭터를 감안해 이해해주던 시청자들도 점차 함소원의 자극적인 노이즈 마케팅에 실망감을 느끼며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결정타가 된 조작 논란은 대중들이 함소원이라는 인물에 대하여 느끼는 진정성과 신뢰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바닥에 떨어졌다는데 그 원인이 있었다.

<아내의 맛>이 조작 의혹을 사실로 인정하면서 함소원은 연예인으로서의 이미지에 씻을 수 없는 타격을 입게 됐다. 제작진은 입장문을 내면서 구체적인 내용을 일일이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조작 논란을 사실상 '함소원 개인의 탓'으로 돌렸다. 제작진의 해명대로라면 함소원은 방송출연을 위한 욕심에 시청자를 기만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미 방송을 하차하고 뒤늦게 사과했지만 그 책임을 피할 수 없어 보이는 이유다.

하지만 <아내의 맛> 제작진의 입장 역시 꼬리 자르기에 불과한 것으로 보여 씁쓸하기만 하다. <아내의 맛>은 함소원 혼자 만들 수 있는 프로그램이 아니다. 제작진은 사생활이기 때문에 조작 의혹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밝혔는데, 수많은 인력과 시간이 필요한 제작 과정에서 출연자 검증이나 장소 섭외 등에 관련된 사항을 잘 알지 못했다는 사실은 납득하기 어렵다. 

또한 제작진은 5~6가지에 이르는 함소원 가족을 둘러싼 논란들을 그저 '과장된 연출'이라는 한마디로 얼버무렸을뿐, 구체적으로 해명하지 않았다. 이는 방송 제작에 대한 최소한의 공적인 윤리의식과 도의적인 책임마저 저버린 변명에 불과하다.

무분별한 관찰예능 트렌드에 경종을
 
 TV조선 <아내의 맛> 한 장면.

TV조선 <아내의 맛> 한 장면. ⓒ TV조선

 
<아내의 맛>이 그동안 도마에 오른 것은 특정인 때문만이 아니다. 함소원 편 이외에도 <아내의 맛>은 방송 내내 자극적이고 작위적인 에피소드 연출, 프로그램 취지에 맞지 않는 트로트 신동이나 정치인의 홍보성 출연, MC들의 막말 논란, 배금주의와 성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조장하는 듯한 언행 등으로 숱한 구설수에 휘말렸다. 함소원 논란은 어차피 위험수위를 향해가던 <아내의 맛>의 운명을 조금 앞당긴 것에 불과했다.

<아내의 맛>은 최근 방송가에 범람하고 있는 유명인의 사생활을 소재로 한 '관찰예능'이 선을 넘었을 때 어떤 문제를 초래할 수 있는지 그 부작용을 극명하게 보여줬다.

이번 일은 <아내의 맛>과 함소원만이 아니라 자극적인 설정과 무리수를 남발하고 있는 최근 방송가의 무분별한 관찰예능 트렌드에 경종이 되어야만 할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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