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논란으로 자숙한다던 쌍둥이 여자배구 선수 이재영·이다영 자매가 돌연 폭로자들을 상대로 법적대응을 시사한 사실이 알려지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여기에 시민단체인 체육시민연대는 성명을 발표하며 쌍둥이 자매의 행보를 '2차 가해 행위'라고 성토하며 소송을 철회할 것을 요구하고 있어서 또다른 논란의 불씨가 될 전망이다.

쌍둥이 자매의 학폭 논란이 불거진 것은 지난 2월이었다. 최초 폭로자에 의하면 이재영과 이다영은 학창시절 피해자들을 상대로 언어·신체적 폭력·금품 갈취 등을 저질렀다. 논란이 커지자 두 선수는 SNS에 학폭 사실을 인정하고 자필 사과문을 게재했다. 현재 두 선수는 국가대표 자격이 무기한 박탈된 데 이어 소속 구단 흥국생명으로부터 무기한 출장 정지 징계까지 받은 상태다. 

이재영·이다영 측은 폭로 내용 중 맞는 부분에 대해선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되, 사실이 아니거나 과장된 부분과 무분별한 인신공격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기 위해 법적 대응을 준비한다는 입장이다. 소송의 대상은 최초 폭로자가 아니라 가짜 뉴스를 만들거나 제대로 확인되지 않은 글들을 퍼뜨린 사람, 인신공격성의 악성 댓글을 반복적으로 남긴 사람들이 될 것이란다. 이다영-이재영도 법의 보호를 받을 권리는 있는 만큼 소송을 거는 것 자체는 어디까지나 본인들의 선택이다.

하지만 의구심은 남는다. 쌍둥이 자매는 불과 2개월 전에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는 반성문까지 직접 썼다. 굳이 이제 와서 법적대응을 하겠다는 것은, 입장을 180도 바꿔서 자칫 학폭 사실이나 사과문의 진정성까지 부정하는 모습으로 비칠 수 있다. 실제로 쌍둥이 자매의 소송 소식이 보도되자 많은 누리꾼들은 처음에는 성난 여론에 떠밀려 마음에 없는 보여주기식 사과를 했다가 뒤로는 소송을 준비하고 있었던게 아니냐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재영·이다영 논란을 바라보는 관점

이번 학폭 사건을 바라보는 관점은 두 가지로 나누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다영-이재영에게 학폭을 당했다는 피해자의 입장에서 바라본 관점, 그리고 프로스포츠 선수로서 쌍둥이 자매의 행적이 과연 용납받을 수 있느냐는 대중의 관점이다.

피해자의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다영-이재영으로 인하여 고통을 당했는가 여부였다. 구체적인 내용이나 수위는 그 다음의 문제였다. 그리고 이다영-이재영은 학폭 자체가 사실임을 인정했다. 이제와서 그들이 부수적인 사실관계를 물고 늘어진다고해서 학폭 가해자라는 본질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일반인들끼리의 갈등이라면 가해자-피해자 당사자들간의 대화나 법적인 방식만으로도 얼마든지 해결이 가능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다영-이재영은 이름이 알려진 프로스포츠 선수들이다. 학폭 사태가 '공론화'의 장에 들어선 순간부터 이는 더 이상 가해자-피해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대중들의 평가와 심판도 함께 가는 사안이 된 것이다. 

학폭 논란이 처음 터졌을때만 해도 이다영과 이재영이 프로 경기에 나서는 데 리그 규정이나 법적인 문제는 없었다. 하지만 이들이 올 시즌 더 이상 경기에 나설 수 없게 되고, 구단과 연맹으로부터 징계까지 이끌어낸 것은 온전히 학폭 사태에 분노한 '대중 여론'의 힘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쩌면 이다영과 이재영의 가장 큰 실수는 학폭 논란이 터진 이후에도 대중의 상식과 공감대에 역행하는 행보를 거듭했다는 데 있다. 첫 사과문도 자신들이 어떤 잘못을 저질렀고 앞으로 어떻게 책임을 지겠다는 구체적인 서술이 전혀 없었다. 이는 전형적인 가해자 중심적인 사고에서 나오는 흔한 실수로 비칠 수 있다.

또한 대중이 우선적으로 원한 것은 쌍둥이 자매가 진심어린 반성과 속죄하는 모습이었다. 이다영과 이재영은 SNS에 한 차례 올린 사과문 이후로는 공식 석상에서 아예 모습을 감췄다. 자신 때문에 직간접적으로 피해를 입은 흥국생명 구단이나 팀동료들, 팬들을 생각하는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피해 당사자와의 개인적 합의나 용서로 끝나기에는 이미 사건이 너무 멀리 와버린 것이다. 이제와서 법적 대응으로 국면을 전환시키겠다는 것은 여론만 더 악화시킬 뿐이다. 대중적 이미지 회복에는 전혀 도움이 안 되는 '악수'가 될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

이다영과 이재영은 학폭 사태가 처음 터진 순간부터 공개적인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서 본인들의 입으로 사실관계를 솔직히 밝히고 대중의 용서를 구한 뒤에 설명할 것은 설명했어야 했다. 한때 배구계의 촉망받는 스타에서 점점 수렁에 빠져가는 쌍둥이 자매의 모습이 안쓰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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