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은 맞붙을 팀이 만났다. V리그 남자부의 챔피언 결정전은 대한항공 점보스와 우리카드 위비의 대결로 결정됐다. 대한항공과 우리카드는 이번 시즌 정규리그에서 나란히 1,2위를 차지할 정도로 안정된 전력을 자랑했다. 코로나19로 포스트시즌이 열리지 못하고 조기종료됐던 지난 시즌에도 우리카드가 1위, 대한항공이 2위에 오른 바 있다. 따라서 두 팀의 대결은 현존하는 남자배구 최강 팀을 가리는 맞대결로 부족함이 없다.

대한항공은 지난 2017-2018 시즌 프로 출범 후 처음으로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했지만 한 번도 정규리그와 챔프전을 동시에 제패하는 통합우승을 차지하진 못했다. 과거 정규리그 우승을 세 번이나 차지했지만 챔프전에서 각각 삼성화재 블루팡스(1회)와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2회)에게 패한 바 있다. 따라서 2위와 승점 9점 차이로 여유 있게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한 이번 시즌이야말로 구단의 새 역사를 쓰기에 적합한 시기로 꼽힌다.

이에 맞서는 우리카드는 지난 2008년 창단 후 13년 만에 처음으로 챔프전 무대를 밟는다. 리베로를 포함해 우리카드의 주전 7명 중에서 챔프전을 경험해 본 선수는 중앙공격수 최석기가 유일하다. 따라서 우리카드가 챔프전 우승을 차지한다면 당연히 구단에게도 선수들에게도 새 역사가 쓰여지는 것이다. 오는 11일부터 5전 3선승제로 진행될 챔프전이 양 팀 모두에게 남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는 이유다.

[대한항공] 창단 첫 통합우승으로 '대세' 굳힌다
 
 공수를 겸비한 대한항공의 에이스 정지석은 챔프전에서도 우리카드의 경계대상 일순위로 꼽힌다.

공수를 겸비한 대한항공의 에이스 정지석은 챔프전에서도 우리카드의 경계대상 일순위로 꼽힌다. ⓒ 한국배구연맹

 
대한항공은 지난 시즌을 끝으로 팀의 첫 우승을 이끌었던 박기원 감독이 사퇴하고 이탈리아 출신의 로베르토 산틸리 감독이 부임했다. 지난 2013년 LIG손해보험 그레이터스(현 KB손해보험 스타즈)가 브라질 출신의 조세 라이먼도 레이테 트레이너를 감독대행으로 선임한 적은 있지만 외국인 지도자가 정식감독이 된 것은 V리그 출범 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당연히 산틸리 감독에 대한 배구팬들의 관심이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기대와 우려가 공존했지만 대한항공은 국가대표 윙스파이커 정지석과 곽승석, 6억5000만원의 연봉을 받는 한선수 세터 등 스타 선수들을 앞세워 산틸리 감독 체제에서도 강한 전력을 유지했다. 시즌 초반 외국인 선수 안드레스 비예나가 무릎부상으로 조기퇴출되면서 한 동안 국내 선수들로만 시즌을 치렀지만 이는 '토종거포' 임동혁을 발굴하는 계기가 됐다(임동혁은 정규리그 33경기에서 506득점을 올리며 득점 9위에 올랐다).

뒤늦게 합류한 새 외국인 선수 요스바니 에르난데스 역시 12경기에서 236득점(평균 19.67점)을 기록하며 챔프전 활약을 기대하게 했다. 요스바니는 왼쪽과 오른쪽을 모두 소화할 수 있기 때문에 대한항공은 상황에 따라 요스바니와 정지석,임동혁을 동시에 투입해 공격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 베테랑 한선수, 유광우에 병역의무를 마친 황승빈까지 합류한 풍부한 세터진 역시 대한항공의 자랑거리다.

다만 압도적인 공격력과 풍부한 경험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중앙의 높이는 대한항공의 아킬레스건으로 꼽힌다. 특히 이번 시즌 29경기에서 세트당 0.51개의 블로킹을 기록하며 주전 센터로 활약했던 귀화선수 진지위가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시즌아웃된 것이 치명적이다. 대한항공은 챔프전에서 조재영과 이수황을 중심으로 한상길, 진성태 등 로스터에 포함된 센터자원들을 적극 활용해 우리카드의 센터진에 맞설 예정이다.

정규리그 공격성공률 1위(55.43%)에 오른 대한항공의 에이스 정지석은 지난 3일 포스트시즌 미디어데이에서 "자만하지 않겠다"며 창단 첫 통합우승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대한항공은 정규리그에서 우리카드를 상대로 세 번이나 풀세트 접전을 벌인 끝에 3승3패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과연 대한항공은 지난 세 번의 챔프전 직행 징크스를 깨고 통합우승의 위업을 달성할 수 있을까.

[우리카드] 부담 없는 도전자, 파란 일으킬까
 
 우리카드 하승우 세터의 '손장난'에 따라 챔프전의 흐름은 크게 바뀔 수도 있다.

우리카드 하승우 세터의 '손장난'에 따라 챔프전의 흐름은 크게 바뀔 수도 있다. ⓒ 한국배구연맹

 
지난 2008년 우리캐피탈 드림식스라는 이름으로 창단했던 우리카드는 세 번이나 팀 이름이 바뀌는 동안 무려 9시즌 연속 봄 배구 진출에 실패했다. 하지만 2018년 신영철 감독 부임 후 첫 시즌이었던 2018-2019 시즌 정규리그 3위로 창단 첫 봄 배구 진출의 기쁨을 누렸다. 그리고 지난 시즌에는 리그가 조기 종료된 시점에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하면서 창단 후 최고의 황금기를 누리고 있다.

이제는 명실상부한 V리그 남자부의 강 팀으로 거듭난 우리카드는 작년 4월 삼성화재와의 4:3 트레이드를 통해 이호건과 류윤식,송희채(현역으로 군복무중)를 영입했다. 그리고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는 포르투갈 대표팀 주장 출신의 알렉산드리 페헤이라(등록명 알렉스)를 지명했다. 그렇게 외국인 선수를 비롯해 주전 선수 몇 명이 바뀌었음에도 우리카드는 정규리그에서 대한항공에 이어 2위에 오르며 선전했다.

정규리그에서 903득점으로 노우모리 케이타(KB손해보험,1147점)에 이어 득점2위에 오른 알렉스는 OK금융그룹 읏맨과의 플레이오프에서도 2경기에서 54득점을 기록하며 좋은 컨디션을 발휘했다. 여기에 지난 시즌 MVP 나경복이 34득점, 살림꾼 한성정이 23득점으로 알렉스를 보좌했다. 우리카드는 챔프전에서도 알렉스를 중심으로 젊은 국내 윙스파이커 둘을 앞세워 대한항공의 삼각편대에 대항할 예정이다.

우리카드의 하승우 세터는 2016년 신인 드래프트 전체 2순위로 프로무대를 밟았지만 수 년 간 백업을 전전하다가 노재욱 세터(사회복무요원)가 트레이되면서 이번 시즌 처음으로 주전 자리를 차지했다. 물론 주전 첫 시즌인 만큼 경험부족을 드러내기도 했지만 시즌을 거듭할수록 빠른 성장속도를 보였다. 챔프전에서도 하승우 세터의 과감한 토스가 대한항공을 당황하게 만들면 우리카드의 승산은 더욱 높아질 수 있다.

정규리그에서 독보적인 1위를 차지하며 역대 4번째 챔프전에 직행한 대한항공은 통합우승에 대한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그에 비해 창단 후 처음으로 챔프전 무대를 밟는 우리카드는 대한항공에 비해 반드시 우승을 해야 한다는 부담이 적다. 우리카드 팬들은 그런 우리카드 선수들의 겁 없는 도전정신이 정규리그 1위 대한항공을 꺾는 이변으로 연결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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