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대 후반 두산 베어스의 원동력이 됐던 것은 '선발 야구'였다. 듬직한 외국인 원투펀치, 남부럽지 않은 국내 투수들이 로테이션을 꾸리면서 선발진이 안정적으로 한 시즌을 책임지는 모습이었다.

그에 비해 올 시즌 시작은 조금 다르다. 그동안 두산의 장점이었던 선발 야구는 사라졌고, 불펜이 팀의 승리를 이끌고 있다. 개막 이후 3경기 모두 6이닝 이상 책임진 선발은 1명도 없었던 반면, 대부분의 필승조 투수들이 2경기 이상 출석 도장을 찍었다.

6일 삼성 라이온즈와의 경기에서 9회 초 두 점을 내준 김민규를 제외하면 아직 자책점을 기록한 불펜 투수가 없다. 표면적으로 본다면 좋은 결과를 얻었지만,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일이기도 하다.
 
 7일 삼성전에서 제구 난조로 어려움을 겪은 이승진

7일 삼성전에서 제구 난조로 어려움을 겪은 이승진 ⓒ 두산 베어스


쉬지 못하고 계속 나온 필승조

7일 삼성전까지 3경기를 치른 가운데, 그나마 5이닝을 넘긴 투수는 외국인 투수 워커 로켓 단 1명이었다. 로켓은 4일 KIA 타이거즈와의 홈 개막전에서 6회 2사까지 공을 던졌고, QS(퀄리티스타트) 달성까지 아웃카운트 한 개만을 남겨두고 이승진에게 마운드를 넘겨줬다.

이날 1이닝을 소화한 이승진에 이어 좌완 투수 남호가 아웃카운트 1개를 잡았고, 8회와 9회를 각각 박치국, 김강률이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홍건희를 제외하면 개막전부터 필승조가 모두 등판했다.

김태형 감독의 신뢰를 얻고 2선발 역할로 시즌을 출발한 최원준은 기대 만큼 이닝을 책임지지 못했다. 6일 삼성과의 경기에서 89구를 던지면서 4.1이닝만을 소화, 승리 투수 요건도 충족하지 못하고 마운드에서 내려갔다. 결과적으로 5회부터 필승조가 나왔고 홍건희, 이승진, 박치국, 김강률 모두 부름을 받았다.

7일 경기도 크게 다르진 않았다. 미란다가 겨우 5이닝을 채우긴 했으나 이미 불펜에서 이승진과 김명신이 몸을 풀기 시작했고, 6회부터 이승진을 시작으로 박치국, 홍건희, 김강률까지 필승조가 이틀 연속으로 출격했다.

이 과정에서 대부분의 투수들이 위기 상황을 맞이했다. 특히 두 번째 투수로 올라온 이승진은 아웃카운트 1개를 잡는 동안에 피안타 2개를 허용했고, 영점이 잡히지 않아 어려움을 겪었다. 삼성 타선이 수 차례 찬스를 살리지 못했을 뿐 7일 경기의 과정만 놓고 보면 만족스럽다고 하기에는 어려웠다.
 
 3경기 연속으로 등판한 박치국

3경기 연속으로 등판한 박치국 ⓒ 두산 베어스

 
선발, 득점 지원 절실한 두산

개막 이후 한 번도 진 적이 없는 두산은 3연승을 달리면서 7일 경기서 패배한 SSG 랜더스와 LG 트윈스를 끌어내리고 단독 선두에 등극했다. 그러나 시즌 초반이기 때문에 지금의 순위에 큰 의미를 두는 것은 무리가 있다.

3경기 동안 6이닝 이상 기록한 선발 투수는 전무했고, 7일 삼성전까지 총 11점을 뽑은 타선의 경기당 득점 지원도 4점이 채 되지 않았다. 불펜마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면 3연승이 아닌 3연패를 기록했을지도 모른다.

여기에 아직 선발 로테이션이 아직 한 바퀴를 다 돌지 않았다는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 로테이션상 8일 삼성전에는 이영하가 선발로 나서고, 9일 한화 이글스와의 원정 경기에서는 유희관이 선발 투수로 등판한다.

물론 7월 19일부터 8월 9일까지 2주 넘게 도쿄올림픽 휴식기가 있어 길게 보면 쉴 시간이 없진 않다. 그러나 지금처럼 불펜 과부하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휴식기가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두산 뿐만 아니라 이 기간에는 다른 팀도 같이 쉰다.

게다가 대표팀에 차출된다면 사실상 선수 입장에서는 제대로 쉴 시간이 없다. 결국 시즌을 치르면서 코칭스태프의 관리와 선발 투수의 활약 및 타선의 활발한 득점 지원을 받아야 불펜이 지금의 위력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

선수들이 스스로 잘해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있고, 그렇지 않은 문제도 있다. 현재 두산 불펜은 후자에 가까운 편이다. 다시 한 번 올해 시험대에 오른 김태형 감독에게 주어진 가장 큰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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