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프로농구 창원 LG 세이커스가 창단 첫 꼴찌라는 아쉬운 기록을 남기며 시즌을 마감했다. LG는 6일 울산동천체육관에서 열린 2020~2021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울산 현대모비스와 시즌 최종전 원정 경기에서 81-76으로 승리하며 마지막 경기에서 유종의 미를 거둔 것으로 위안을 삼았다.

LG는 19승 35패, 승률 .352로 최하위인 10위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조기종료된 2019-20시즌(16승 26패, .381, 9위)에 이어 2년 연속 봄농구 탈락이자 조성원 신임 감독의 부임 첫 시즌부터 쓴 맛을 봤다.

LG에게 꼴찌라는 순위는 낯설다. LG는 프로 출범 2년차인 1997-1998시즌부터 리그에 합류한 창단 이래 단 한번도 꼴찌를 기록한 적이 없었다는 것이 나름 자부심있는 전통이었다. LG의 종전 역대 최저 순위는 9위(2004-2005, 2017-2018, 2019-2020)였다. 전신 시절을 포함하여 프로농구 10개 구단 중 꼴찌 경험이 전무한 팀은 이제 안양 KGC 인삼공사 한 팀만 남았다. 또한 6강에 탈락하며 LG는 창단 이후 24년째 챔피언결정전 우승 경험이 아직 없다는 프로농구 최장기간 무관 기록도 이어가게 됐다.

조성원 감독은 현역 시절인 2000-01시즌 구단의 창단 첫 챔피언결정전을 이끌었고 구단의 첫 정규리그 MVP 배출사례로 등극했던 LG의 레전드 출신이자 스타 감독이다. 하지만 구단 역사상 감독 최저승률(2년 이상 재임 기준)을 기록한 전임 현주엽 감독에 이어 또 한번 창단 첫 꼴찌라는 불명예스러운 신기록을 추가하는 아쉬움을 남겼다.

비록 성적은 기대에 못미쳤지만 그래도 LG의 올시즌이 그저 무의미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LG는 프로농구 '꼴찌 역대 최다승'과 '전구단 상대 승리 기록'을 달성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10개 구단 54경기 체제 기준으로 종전 꼴찌 최다승 기록은 2001-2002시즌 울산 모비스가 기록한 18승 36패(승률 .333)였다. LG의 한 시즌 최저승수는 2004-2005시즌과 2017-2018시즌에 기록한 17승(37패)이었다. 19승을 기록한 LG는 역대 KBL 최초로 꼴찌팀이 20승을 달성하는 기록은 아쉽게 실패했다.

또한 LG는 최종전에서 천적 현대모비스를 잡으며 시즌 막판 4연패 사슬을 끊었고, 지난 시즌부터 이어져 온 상대 전적 8연패 기록을 끊는 데도 성공하며, 최종전에서 전 구단 상대 승리를 완성했다. LG는 올 시즌 최하위임에도 불구하고 선두 KCC에 상대전적 3승 3패로 호각세를 기록했고, 시즌 막바지에 KCC-오리온 등 상위권 팀들의 발목을 잡는 고춧가루 부대 노릇을 하며 순위 경쟁의 캐스팅보트로 활약하기도 했다. 10개 구단의 전력이 어느 때보다 평준화된 올 시즌 상위권팀들도 꼴찌 LG를 끝까지 만만하게 볼 수 없었던 이유다.

LG는 이미 올시즌 개막 전부터 객관적인 전력상 하위권으로 분류됐다. 다른 구단에 비하여 국내 선수 전력이 크게 떨어졌고 눈에 띄는 전력보강도 없었다. 시즌중반에는 주포인 외국인 선수 캐디 라렌이 부상으로 장기 결장하는 악재도 아쉬웠다.

하지만 조성원 감독은 올시즌 '공격농구'라는 확실한 콘셉트를 내세워 팀컬러를 변화시키기 위하여 과감한 도전을 시도했다. 많은 이들은 LG의 전력으로 공격농구는 불가능하다는 의구심을 보였지만 조 감독은 자신의 농구철학을 흔들림없이 밀어붙였다.

결과적으로 보면 LG는 올시즌도 리그 평균 득점 최하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기록은 72.6점에서 78.4점으로 향상됐다. 진정으로 바뀐 것은 수치보다 팀분위기의 차이였다. 지난 시즌까지 선수들이 슛타이밍에서도 주저하거나 벤치의 눈치를 보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조성원 감독은 선수들이 실수하거나 슛이 빗나가도 흔들리지 않고 끊임없이 자신감있게 공격을 시도하도록 독려했다. 처음에는 낯설어하던 선수들도 차츰 조성원 감독의 스타일에 적응하며 플레이의 적극성이 높아졌다.

시즌 막바지 서울 삼성과의 2대 2 대형 트레이드는 LG가 희망을 찾는 중요한 기폭제가 됐다. LG는 리그 최고의 포인트가드인 김시래를 내주고 이관희라는 새로운 에이스를 얻었다. 김시래의 이적은 지난해 FA로 이적한 김종규(원주 DB)에 이어 2010년대 LG의 황금시대를 이끈 주역들이 완전히 해체되었다는 것을 의미했다.

반면 국내 선수중에서 확실한 해결사가 없었던 LG로서는 개인기량은 뛰어나지만 한편으로 장단점이 명확했던 김시래를 내주고서라도 팀을 이끌 새로운 리더가 필요했다. 트레이드 당시만 해도 이관희의 열정과 잠재력은 높이 평가받았지만 냉정하게 말해 선수로서의 가치를 놓고봤을 때 김시래를 내주고 받아 온 카드로는 조금 아쉽다는 평가가 많았다.

하지만 이관희는 LG에서 한단계 더 도약했다. 삼성 시절에는 공격 퍼즐의 한 조각 정도였다면, LG에서는 조성원 감독의 전폭적인 신뢰를 등에 업고 메인 볼핸들러의 역할을 맡으며 '공격형 포인트가드'로서의 가능성을 증명했다. 가드로서는 장신에 수비력까지 갖춘 이관희는 백코트진의 신장이 낮은 LG의 미스매치 고민까지 해소해줬다.

2020-21시즌 삼성 소속으로 36경기에서 평균 22분 32초를 소화하며 11점 3.5리바운드 2.3어시스트를 기록했던 이관희는, LG에서는 평균 34분으로 출전시간이 크게 늘어나며 17.7점 6.2어시스트 4.8리바운드 1.6스틸로 같은 기간만 놓고 본다면 MVP급 활약을 펼쳤다. LG가 첫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했던 2000-01시즌 당시 공김태환 감독이 조성원을 KCC에서 영입했던 것이 '공격농구'을 완성한 신의 한수가 되었듯이, 조성원 감독에게는 이관희가 바로 그런 존재였다.

또한 조성원 감독은 시즌 내내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많이 주기 위하여 노력했다. 지난해 신인 1순위 박정현을 비롯하여 한상혁, 정해원, 윤원상, 이광진 등 아직 경험이 부족하거나 무명 선수들도 조성원 체제에서는 상당한 실전 경험을 쌓으며 미래를 기약했다. 매경기 1승과 순위에 연연해야하는 프로 감독으로서 검증되지 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준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결단이었다. 선수들이 조성원 감독에 대한 지지와 신뢰도 두터워질 수밖에 없다.

역사에서 일등은 기억해도 꼴찌를 기억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LG에게 창단 첫 꼴찌라는 기록은 분명 자존심에 큰 상처가 되었겠지만, 한편으로 이제 더 내려갈 곳이 없기에 올라갈 일만 남았다고 볼 수도 있다. 다음 시즌 조성원호 2기는 과연 올시즌의 아픔을 자양분삼아 한단계 더 도약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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