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펑크 록'이란 말을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무엇이 떠오르는가? 강렬한 디스토션 사운드의 쓰리코드 리프일 수도, 상의를 벗고 기타를 부수는 기타리스트일 수도 있겠다. 이 모든 이미지를 관통하는 것은 '저항 정신'이다.

70년대 경제 공황에서 시작된 반(反)자본주의와 테크닉 중심의 기존 로큰롤에 저항하는 반미학주의, 그리고 국가주의 질서에 저항하는 무정부주의 등 펑크는 대대로 장르 그 자체의 특성보다 사회적 일탈을 바탕으로 한 정신적 측면을 강조해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수많은 펑크 밴드들이 "저항정식은 죽었다"는 비탄을 부를만큼 개인의 감정에 매몰되어갔다. 이러한 상황 속 밴드 '이디어츠'는 가부장제와 이성애 중심 사회의 '정상성'에 저항하며 펑크 록의 새로운 저항적 계보를 이어나갔다. 귀여운 옷과 머리핀을 하고 만화 속 소녀와 같은 모습으로 노래하는 보컬의 모습은 '저항'이라는 이름에 숨은 마초이즘마저 타파한다. 

이디어츠는 올초 종영한 경연 프로그램 '싱어게인' 우승자 30호 가수의 추천을 받아 인지도를 높였으며, 지난 2월 디지털 싱글 '언제나'를 발매하기도 했다. 2월 17일, 밴드 이디어츠의 보컬 문주나를 만났다.
 
이디어츠의 기타, 보컬 문주나 .

▲ 이디어츠의 기타, 보컬 문주나 . ⓒ 이도경

 
- 이디어츠의 신곡 '언제나'가 발매되었어요. 기분이 어떠신가요?
"신곡이 발매되는 건 매번 신나는 일이에요. 이번에는 경연 프로그램 '싱어게인'에서 우승하신 30호 가수의 영향으로 들어주시는 분들도 많아져 특히나 그래요. 듣고 울컥했다든가, 공감을 표출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굉장히 뿌듯해요."

- 밴드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이디어츠는 원래 불우(이디어츠 기타, 리더)가 결성한 4인조 밴드였어요. 불우는 친구가 무대에 선 직장인 밴드 공연에서 처음 만났죠. 우연히 뒷풀이 장소에 함께하게 되었는데, 식사 후 식당에 두고 온 체크카드를 찾으러 가는 길에 갑자기 밴드에 섭외되었어요. 때마침 이디어츠가 정비를 거치면서 기타를 추가로 모집하는 중이었거든요. 그 때는 술에 취해 진심인 줄 몰랐는데, 이틀 뒤에 데모 테잎이 왔어요."

- 처음부터 보컬로 섭외되신 건 아닌가봐요.
"처음에는 노래를 부를 생각이 없었어요. 그런데 조금씩 제가 부르는 비중이 많아지더니, 어느 순간 노래 대부분을 제가 다 부르게 된 거죠. 리더가 음치였거든요. (웃음) 완전히 보컬로 전향하게 된 건 경기 콘텐츠 진흥원에서 주최한 '아무 공연'이라는 공연부터입니다. 5분간 공연을 하며 라이브 스트리밍이 진행되었는데, 사람들이 영상을 어디까지 보다가 어디서 나갔는지 전부 확인할 수 있었어요. 그런데 리더가 노래를 부르자마자 사람들이 우르르 빠지는 게 보이는 거예요. 리더가 노래를 못한다는 사실을 어떻게 말해야 할지 멤버들과 고민하던 차에, 이 일을 계기로 결국 고백하게 됐죠. 다행히 지금은 과외도 받고 실력이 늘어서 음이 꽤 맞는 편이에요."
최애선 포토카드 .

▲ 최애선 포토카드 . ⓒ 문주나

 
- 최근 '싱어게인' 30호 가수님의 추천으로 메인 포털 기사에 이름이 올라가기도 했어요. 인기가 실감되시나요?
"하루만에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200명이 늘었어요. 직접 공연에 찾아오고 싶다 말해주시는 분들도 계시고요. 저희 인기가 늘어난 것도 좋지만, 30호 가수의 발언을 통해 인디 씬에 전체에 발전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동안 유입되는 사람은 없고 빠져나가기만 했죠. 코로나로 인해 공연장도 많이 사라지고, 전체적으로 많이 힘든 분위기에요. 방송에서 유희열이 '신을 만드는 건 한 명의 스타'라는 말을 했어요. 인디 신에서 활동하시는 분이 우승을 하고, 관심도가 늘어난 만큼 신이 살아나는 기회가 됐으면 해요."

- 소음발광, 헤서웨이와 함께하는 부산 공연이 2시간만에 매진되었어요. 부담은 없으신가요?
"아무래도 부담이 돼죠. 여기서 잘못해서 공연을 보러 오신 분들이 실망하고 돌아간다면, 펑크 신을 살릴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잃게 될지도 모르니까요. 방송에 나오신 분은 워낙 음악을 오래 해오셨고, 실력도 좋은 분이시기 때문에 너무 높은 기대를 가지고 찾아오실까봐 걱정도 돼요."
'사실은 조금 두려워, 네가 먼저 떠나는게
너 없이도 내 시간은 조금씩 흐르겠지만'
이디어츠 '언제나' 中
이디어츠 언제나 이디어츠 싱글 언제나 앨범 커버

▲ 이디어츠 언제나 이디어츠 싱글 언제나 앨범 커버 ⓒ 박태용


- '언제나'가 반려동물에 관한 노래라 소개해주셨어요. 경험에 기반한 이야기인가요?
"지금 함께하는 고양이들을 보면 눈물이 날 때가 있어요. 지금 잘해줘야지 생각하면서도 자꾸 마지막을 생각하게 돼요. 마냥 슬프게 부르고 싶지 않아서 담담한 어조로 쓰다보니 대상이 모호해진 감이 있어요. 저는 제 고양이를 생각하며 썼지만, 노래를 듣는 여러분은 함께하는 다른 소중한 것을 떠올릴 수도 있겠죠. 그런 모호함이 있어서 더 많은 분들이 공감할 수 있는 노래가 나올 수 있었다 생각해요."
어려서부터 남녀가 짝인 게 정상인 줄 알았고
다른 내 모습 틀린 줄 알고 자책만 하고 살았지
이디어츠 '악당출현' 中

- LGBT를 향한 '악당 출현'의 가사가 인상적이에요. EP 앨범에 수록된 'We can speak'도 마찬가지고요. 이런 메시지는 어디서 출발하게 된 건가요?
"우리는 모든 펑크 밴드들이 그렇듯 사랑과 평화를 지향하고…. (웃음) 결국에는 사랑과 평화에 모든 게 포함되어 있죠. 그게 진정한 펑크 정신이라고 생각하고요. 사람들이 혐오와 차별에 대해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해요. 기만처럼 보이진 않을까 걱정도 했지만, 응원해주시는 팬 분들의 목소리 덕분에라도 소수자를 위한 노래를 멈추지 않을 것 같아요. 저희 노래가 누군가에게 닿아서, 단 한명에게라도 응원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에요.

- 밴드 활동을 하며 들은 가장 인상적인 말은 어떤 게 있을까요?
"음악웹진 '온음'의 2020년 Best Rock Track 부문에 '악당 출현'이 수상 후보로 올랐어요. 혁오, 실리카겔 등 다른 후보가 워낙 쟁쟁했기 때문에 수상을 하지는 못했지만, 우리 음악을 소개해주는 말이 재미있어 기억에 남아요."

- 가장 애착이 가는 노래가 있다면?
"최근에 발표한 '언제나'에 가장 애착이 가요. 제가 작사·작곡한 노래기도 하고, 많은 사람들이 좋아해주시니 애착이 안갈 수가 없더라고요."

- 솔로로 참여하신 '최애선'에 대해서도 간단히 소개 부탁드려요.
"지하 아이돌(텔레비전 방송이나 잡지 등의 주요 매체에 출연하지 않고 라이브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아이돌)을 대상으로 한 공연이에요. 정기적으로 진행되는데, 최근에는 트위치를 통해 방송되고 있어요. 주최 측에서 섭외가 들어와 참여하게 되었어요. 친한 작가님이 제 이름으로 캘리그라피를 만들어 주시고, 폴라로이드 사진을 찍어 판매하기도 했죠. 우리나라에도 이런 문화가 있다는 사실에 놀랐어요. 저는 밴드로 발표되지 않는 제 노래 하나와 일본 밴드의 노래 2곡을 불렀어요. 여러모로 신기한 경험이었어요."

- 앞으로 솔로 활동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있으신가요?
"일단은 노래를 더 만들고, 더 많은 장소에서 부르는 것부터 시작하고 싶어요. 미디를 배울 수 있다면 좋지만, 그게 안 된다면 다른 방법으로도 제 노래를 내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디지털 싱글 5개를 발표한 다음 노래 5개를 추가해 정규 앨범을 내는 게 가장 이상적인 방향이겠죠. 최근 스트리밍 시장이 발전하고, 음반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면서 디지털 싱글의 중요성이 높아졌어요. 이디어츠의 정규 앨범도 같은 방법으로 발매할 계획이에요."

- 인디 씬에 새로 관심을 갖게 되신 분들을 위해, 추천하고 싶은 뮤지션이 있다면?
"Sick Jeff를 추천하고 싶어요. 굉장히 독특하고 뚜렷한 색의 음악을 하죠. 묵직한 리프에 익살스러운 노래를 부르는데, 설명하는 것보다 직접 듣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볶음밥나라, 온스테이지, 스텔라바이현대모터스를 들어보셨으면 해요. 다른 팀으로는 극동아시아타이거즈란 팀도 추천해요."

- 밴드를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뭐든 꾸준히 이어질 수 있으면 좋겠어요. 반짝 활동하다 순식간에 사라지는 팀들이 많이 보여요. 음악 활동을 생업으로 삼기 힘들다보니 이해가 안되는 것은 아니지만, 많은 아쉬움이 들어요. 꾸준히 유지 가능한 밴드를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지금은 밴드를 하기 힘든 환경이지만, 언젠가 가능할 날을 꿈꾸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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