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방송된 KBS 새 예능 <컴백홈>의 한 장면

지난 3일 방송된 KBS 새 예능 <컴백홈>의 한 장면 ⓒ KBS

 
국민MC 유재석이 KBS로 돌아왔다. 빠르게 바뀌는 예능의 흐름을 번번이 놓쳤던 <해피투게더4>가 폐지된 지 1년 만에 친정으로 '컴백홈'한 것이다. 공교롭게도 프로그램의 제목도 <컴백홈>이다. 귀환은 순조롭지 않았다. 제작진은 조병규와이영지를 유재석의 파트너로 낙점했지만, 조병규가 학폭 논란으로 하차하면서 진통을 겪었다. 그 빈자리는 코미디언 이용진이 채우게 됐다. 

<컴백홈>은 유재석과 <해피투게더> 제작진의 재결합으로 주목받았다. 끝맺음이 씁쓸했던 터라 양측의 의기투합은 흥미를 끌었다. 사실 <컴백홈>의 성패는 유재석에게 달렸다고 보기 어렵다. 타방송사에서 날고 기는 유재석도 심폐소생에 실패했던 게 <해피투게더> 아니던가. 자연스레 시선은 제작진에게 향한다. 절치부심했을까. 이번에는 시청자들을 매혹시킬 아이템을 찾아냈을까. 

'스타의 낯선 서울살이 첫걸음을 시작한 첫 보금자리로 돌아가 그곳에 현재 진행형으로 살고 있는 청춘들의 꿈을 응원하고 힘을 실어주는 리얼리티 예능' 

스타의 첫 자취방을 찾아가 그곳에 거주하는 청춘들을 만나 위로와 응원을 건넨다는 <컴백홈>의 기획 의도는 '감동'에 방점이 찍혀 있다. 키워드는 스타, 추억 여행, 러브 하우스(집도 고쳐준다), 청춘 응원 등 다양하다. 얼핏 조합해도 흐뭇한 그림을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자칫 스텝이 삐끗하면 재미와 감동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치는 애매한 콘셉트가 될지 모른다는 우려도 강하게 든다. 

상대적 박탈감만 불러온 상황
 
 지난 3일 방송된 KBS 새 예능 <컴백홈>의 한 장면

지난 3일 방송된 KBS 새 예능 <컴백홈>의 한 장면 ⓒ KBS


지난 3일 방송된 첫회의 게스트는 마마무의 화사와 휘인이었다. <컴백홈>은 마마무 멤버들이 스타를 꿈꾸며 서울살이를 시작했던 사당동의 한 옥탑방을 찾았다. 화사와 휘인은 2011년 연습생 시절 합숙했던 곳에 도착해 추억에 잠겼다. 여러가지 생각들이 떠올랐으리라. 그리고 2021년 현재 그 옥탑방에 살고 있는 34살 미소씨를 만났다. 그렇게 과거와 현재의 세입자가 한 공간에서 만나게 됐다.

"나는 그때 당시에 이 마당이 너무 넓게 느껴졌어요. 그때 당시에는 내가 이런 이런 옥상을 가졌다니 이런 행복... 뭔가 그만큼 컸단 뜻인가."
"나도 좀 좁게 느껴져. 그게 좀 슬퍼."


화사와 휘인은 옥탑방을 둘러보며 지난 날을 떠올렸다. 대화는 '고생 끝 성공'을 거쳐 여름철 더위, 악취, 바퀴벌레 등 당시의 고충으로 이어졌다. 옥탑방은 10년 전과 크게 달라진 게 없었다. 그러나 꼭 그런 얘기를 당사자 앞에서 해야 했을까. 거주자 입장에서 불편한 부분을 리모델링해야 하니 언급이 불가피했다 해도 현재 집에 거주 중인 사람을 앞에 두고 할 얘기는 아니었다. 

엄청난 성공을 거둔 스타들은 오랜만에 찾은 남루한 옛집을 보며 감흥에 젖었지만, 현재 세입자에게 그곳은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는 공간이자 현실이었다. 마찬가지로 이젠 불가능에 가까워진 내집 마련의 꿈을 부여잡고 있는 시청자들 역시 그 어떤 감흥도 느낄 수 없었다. '내가 이런 곳에 살았었지'라는 눈빛의 화사와 휘인을 보며 상대적 박탈감만 느낄 뿐이었다. 

청춘들, 용기와 힘 얻을 수 있을까
 
 지난 3일 방송된 KBS 새 예능 <컴백홈>의 한 장면

지난 3일 방송된 KBS 새 예능 <컴백홈>의 한 장면 ⓒ KBS

 
<컴백홈>은 청춘을 응원하는 취지에서 '러브 하우스'를 선물했다. 약간의 인테리어만으로도 집은 놀라울 정도로 확 바뀌었다. 그러나 시청자들의 반응은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았다. 선물이라기보단 마치 수혜로 느껴기도 했고, 애초에 집주인도 아닌 세입자 입장에선 집을 고친다고 해도 경제적 이익으로 직결되는 것도 아니었다. 결국 집주인만 손 안 대고 코 푸는격 아닐까.

"청춘들이 사는 데에 불편한 점을 고쳐드리는 취지가 괜찮다고 생각했습니다." (유재석)

과연 청춘들은 연예인의 성공을 보며 용기와 힘을 얻을 수 있을까. 오히려 MBC <나 혼자 산다>를 통해 여러차례 봤던 화사의 집을 떠올리며 괴리감과 위화감을 느끼진 않았을까. 물론 <컴백홈>의 취지는 나쁘다고 할 수 없다. 하지만 집값상승(부동산 정책 실패와 LH 비리), 경기 불안, 청년 실업 등 현재 청년들이 직면하고 있는 고달픈 현실을 너무 안일하게 바라본 측면이 있다. 

'집을 고쳐주면 좋아하겠지'와 같은 단순한 접근으로 청춘들을 위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옥탑방이나 반지하를 벗어나기 요원한 세상을 꾸역꾸역 살아내고 있는 지금의 20, 30대에게 <컴백홈>이 들려주는 추억팔이는 불쾌할 수밖에 없다. 그 때문에 유재석의 '컴백홈'도 환영받지 못했다. 과연 <컴백홈>은 첫회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보완해서 시청자들의 마음을 되돌릴 수 있을까.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그리고 '너의길을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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