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 모두가 힘들겠지만, 인디 뮤지션들은 자신을 표현할 공간을 잃었다. 자신들이 별을 찍을 밤하늘(라이브 클럽)이 찾아 오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백야 현상이 계속된다면 별들은 존재의 가치를 잃어갈 것이고, 사람들은 곧 아름다운 밤 하늘의 별들, 은하수를 보며 속삭이는 낭만을 잃게 될 것이다." - 크라잉넛 베이시스트 한경록 SNS 중
 

얼마 전 내 시선을 멈추게 한 글이 있었다. 인디신 1세대 뮤지션 한경록이 고백한 소회처럼, 많은 뮤지션들이 팬데믹 이후 표현의 장을 잃었다. 인터파크가 발표한 2020년 공연시장 결산자료에 따르면 대중음악공연 매출은 전년 대비 82.1%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중음악 공연 자체가 거의 열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현행 거리두기 2단계에서 연극이나 뮤지컬의 경우 한 칸 띄워 앉기만 지키면 공연이 가능하다. 하지만 대중음악 공연 등의 경우 '집합-모임-행사'로 구분돼 100명 이하만 모일 수 있기 때문에 공연 자체가 불가능하다.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이소라의 콘서트는 취소된 반면, 뮤지컬 <위키드>는 같은 장소였음에도 공연을 진행한 것은 상징적 장면이라 할 수 있다. 

멈춰 있었던 홍대앞의 시계
 
대중음악 공연의 시계 자체가 멈춰 있는 판국이었지만, 홍대 앞 라이브 클럽의 마비는 특히 치명적이었다. 출발선에 선 신인 밴드들의 경우, 자신들을 알릴 수 있는 유일한 창구가 사라져 버렸다. 브이홀, 에반스라운지 등 유서 깊은 공연장들이 연이어 문을 닫았고, 그나마 남아 있는 영세 공연장들 역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방법이 전무했다.

현행법상 대부분의 라이브 클럽은 '일반음식점'으로 분류되어 왔다. 맥주 등 주류를 판매하면서 공연을 진행했기 때문이다. 클럽에서 이루어지는 공연 행위가 곧 '유흥 행위'로 간주된 적도 있었으나 1999년 식품위생법 시행령 개정 이후, 공연 행위가 원칙적으로 가능해졌다. 그러나 최근 팬데믹을 거치면서 보이지 않았던 차별은 가시화되었다. 라이브 클럽은 공연장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반음식점의 기준으로만 통제되었다.

지난 2월 말, 마포구청에 의해 라이브클럽 '네스트나다', '클럽 FF'에 대한 강제적 공연 중단 조치가 이뤄졌다.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에서는 일반음식점에서 공연 행위가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이 그 근거였다. 라이브 클럽에서 주류를 판매하지 않고, 좌석 간 거리두기를 실시하는 등 방역 수칙을 철저하게 준수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중요하지 않았다. "세종문화회관 같은 곳이 공연장, 일반음식점에서 하는 칠순잔치 같은 건 코로나19 이후엔 당연히 안 되는 것 아니냐"라는 구청 관계자의 발언은 뮤지션과 음악 팬들의 '역린'을 자극했다.
 
이러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3월 8일부터 14일에 걸쳐, 실시간 온라인 뮤직 페스티벌 #우리의무대를지켜주세요(Save Our Stages Korea)가 열리기도 했다. 노브레인, 크라잉넛, 잔나비, 해리빅버튼, 최고은 등 홍대 신에서 활동했던 여러 뮤지션들이 공연장 생태계의 회복을 촉구하는 공연에 나선 것이다.

그리고 인디신 관계자 공연기획자들은 서울시 위생정책과, 마포구 위생과, 구의원, 유동균 마포구청장 등 많은 관계자들과의 논의 및 물밑 협상을 진행했다. 지난 3월 13일에는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와 '인디밴드 현장의 소리를 듣다' 간담회를 진행하는 등,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하고자 분투했다.

다시 열리는 공연, 그러나 투쟁은 끝나지 않았다
 
 한국공연장협회의 입장문

한국공연장협회의 입장문 ⓒ 한국공연장협회


그리고 지난 3월 29일, 한숨을 돌릴만한 소식이 전해졌다. '관내 일반음식점에서 무대 및 공연 시설을 갖추고 공연업을 행하는 업소는 공연장 방역지침을 준수하여 운영을 재개할 수 있다'는 마포구의 결정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이로써, 홍대 인근(마포구)에 위치한 70여개의 공연장에서 다시 공연이 재개될 수 있는 희망이 열렸다.
 
홍대앞을 거점으로 활동하는 아티스트, 기획자, 공간운영자, 관객 등으로 구성된 '공연음악 생존을 위한 연대모임(이하 연대모임)은 마포구청의 이번 결정을 환영하는 한편, 2월에 이뤄진 라이브클럽 단속조치에 대한 사과, 그리고 대중음악계를 발전시킬 수 있는 민-관 협력 테이블의 구축 등 중장기적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이외에도 산적한 과제는 많다. 라이브 클럽에서의 공연은 가능해졌으나, 홍대앞 라이브 클럽의 대부분이 '일반음식점'으로 분류되고 있다는 것은 여전하다. 대중음악 콘서트가 뮤지컬이나 클래식, 연극 등과 달리 '공연'이 아닌 '모임-행사'로 분류되어 있는 현행 방역 수칙 역시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확진자의 수가 쉽게 꺾이지 않으면서, 정부 지침에 따라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및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가 4월 11일 24시까지 2주 간 연장될 예정이다. 그러나 한국 대중음악, 그리고 라이브 공연장이 겪어 온 차별마저 연장되어선 안 될 것이다. 
대중음악 홍대 라이브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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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 음악과 공연,영화, 책을 좋아하는 사람, 스물 아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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