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수정 : 4월 2일 오전 6시 15분]
 영화진흥위원회

영화진흥위원회 ⓒ 영진위

 
 영화진흥위원회

영화진흥위원회 ⓒ 영진위


  
영화진흥위원회(김영진 위원장)가 4월 1일자로 정기인사 명단을 발표한 가운데, '블랙리스트 사태'와 관련해 징계를 받았던 직원들이 본부장과 팀장 등의 주요 보직을 맡게돼 논란이 일고 있다.
 
블랙리스트 후속조치와 관련해 일부에서 반발이 일고 있는 가운데, 영진위가 징계자들을 주요보직에 배치한 것은 이같은 반발을 사실상 무시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최근 ‘영진위 과거사특위 활동경과 보고서 발표회'에 참석한 피해자들이 "영진위 과거사특위가 블랙리스트 사건을 축소 왜곡했고, 조사 과정과 활동경과 보고서에 피해자는 없었다"고 주장하며 반발하고 나선 상태라 파장이 예상된다. 이들은 서명에 들어갔고 한국독립영화협회는 회원들에게 연대를 요청했다.
 
지난 정권에서 발생한 블랙리스트 사태는 공공기관이 배제와 차별을 공공연히 벌였다는 점에서 핵심 당사자들이 사법처리되기도 했다. 영진위에서도 블랙리스트에 협력한 직원들은 별도로 징계를 받았다. 지난 2018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가 책임규명과 관련해 14명의 징계를 요구했고, 영진위는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퇴직자를 제외한 10명이 징계를 받았는데, 해임 1명, 정직 1명, 감봉 5명, 견책 3명이었다.
 
이번 인사에서는 감봉 징계자 중 3명과 견책 징계자 중 1명이 본부장과 팀장으로 임명됐다. 해임이나 정직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징계라고 하더라도 감봉 징계를 받은 영진위 직원들이 블랙리스트 실행 과정에서 보인 행태는 결코 가볍지 않다.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가 펴낸 백서에 따르면, 이번에 책임 있는 보직을 맡은 직원들은 <다이빙벨> 상영으로 정치적 탄압을 받던 당시 부산영화제의 2015년 지원금을 대폭 축소하는 안건을 올린 당사자다.
 
또한 '인디스페이스', '아리랑 시네센터' 등 독립예술영화관 지원을 중단하라는 지시를 받은 후 '독립영화전용관들이 서울에만 있기 때문에 각 지역에 전용관을 확대해야 된다'는 등의 일부 영화관에 대한 지원배제 논리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이들 중 일부는 이번 인사에서 블랙리스트 관련 문제를 일으켰을 당시 맡고 있던 보직에 다시 임명돼 원직에 복귀한 모양새가 됐다.
 
가해자에게 책임 있는 역할 맡긴 건 심각
 
 지난 1월 혹한에 거리에서 블랙리스트 항의 1인 시위에 참가한 영화인들

지난 1월 혹한에 거리에서 블랙리스트 항의 1인 시위에 참가한 영화인들 ⓒ 문화민주주의실천연대


 
영화단체의 한 관계자는 "이번 인사에서 블랙리스트 후속조치를 담당했던 TF팀이 정리되면서 관련 업무를 기존의 정책담당부서가 맡게 된다고 하는데, 문제는 이를 관할하는 본부장에 블랙리스트 징계자가 임명된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무슨 생각으로 저런 인사를 했는지 이해가 안 갈 정도"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영진위는 "직원들의 역량을 고려하여 가장 일을 잘 할 수 있는 사람들로 구성하여 인사를 했다"라며 "블랙리스트 후속 TF는 내부 논의를 거쳐 추후 인사가 진행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문화민주주의실천연대 정윤희 블랙리스트 위원장은 "가해자들에게 다시 책임있는 역할을 맡긴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피해자들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고 비판했다. 또한 "최근 다른 문화관련 기관에서 비슷한 일이 벌어졌는데, 영진위에서도 같은 일이 되풀이 되는 것에 대해 유감"이라고 덧붙였다.
 
일부에서는 최근 사무국장 도덕성 논란과 연관시키며 김영진 위원장의 인사 방식에 우려를 나타냈다. 앞서 김정석 사무국장 임명 당시 영진위 쪽에 '김 사무국장이 전북독립영화협회 사무국장 시절 횡령 의혹을 받았다'는 제보가 들어왔지만, 이에 대해 영진위는 "(김정석 사무국장이) 업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활동비를 과다하게 지출한 바 있으나 잘못을 인정하고 금전적인 책임도 다하였다는 내용의 소명서를 제출했고, 위원회가 이를 검토한 뒤 임명안을 의결했다"라고 밝혔다. 
 
국내 영화제의 한 관계자는 "영진위원장이 사무국장에 대해서도 '도덕적으로 지탄 받을 만한 일을 저질렀지만 필요한 사람이라 쓰겠다'는 인식을 보였는데, 이번에도 그대로 이어지는 것 같다"면서 "블랙리스트에 협력해 징계를 받은 자들을 다시 원상복귀한 것은 위원장 인식에 문제가 있어 보인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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