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1일 방영된 tvN '유퀴즈 온 더 블럭'의 한 장면. 인기가수 아이유, 10대 소녀 체스 선수 등이 출연해 관심을 모았다.

지난 31일 방영된 tvN '유퀴즈 온 더 블럭'의 한 장면. 인기가수 아이유, 10대 소녀 체스 선수 등이 출연해 관심을 모았다. ⓒ CJ ENM

 
현재 수요일 밤엔 지상파와 케이블 토크 예능을 대표하는 2개 프로그램이 각기 다른 시간대에 시청자들과 만나고 있다. 관록의 <라디오스타>(라스)(MBC), 그리고 <유퀴즈 온 더 블럭>(유퀴즈)(tvN)이 그 주인공이다.  

<라스>는 ​2007년 <황금어장>의 5분짜리 코너로 출발해 지금 형태로 독립한 이후 독한 개그, 정신 쏙 빼놓는 거친 입담으로 재미를 선사했다. 나란히 방영되던 <무릎팍도사>가 간판을 내린 지 오래지만 <라스>가 간신히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한참 늦게 출발한 <유퀴즈>는 요일과 시간대 변동 등 순탄하지 않은 과정을 거치면서 지금에 이르고 있다. ​그런데 <유퀴즈>가 첫 방영된 2018년과 2021년 현재 이들 토크 예능의 위상은 180도로 달라졌다.

8주 정도 짧은 회차를 염두에 두고 시작된 <유퀴즈>는 어느새 다양한 화젯거리를 양산하면서 tvN의 간판 프로그램 중 하나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반면 <라스>는 예전같은 명성을 찾기 어려울 만큼 지지부진한 모습이다.

<유퀴즈>, 단명 위기 딛고 tvN 대표 예능으로 성장
 
 tvN '유퀴즈 온 더 블럭'의 초창기 방영분

tvN '유퀴즈 온 더 블럭'의 초창기 방영분 ⓒ CJ ENM

 
​지난 3월 31일로 방영 100회를 맞은 <유퀴즈>가 지금까지 이어질 거라 예상했던 시청자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토크와 퀴즈를 접목시킨 형식 자체는 독특했지만 길거리 시민들과의 돌발 만남으로 이루어지는 방식은 매회 고르지 않은 재미를 선사했기에 천하의 유재석도 이에 적응하느라 방영 초반 고전을 면치 못했다.   

​"tvN 첫 고정 예능이었는데 당시만 해도 평이 좋지 못했다."  

이날 방송에서 '큰 자기' 유재석은 당시 상황을 이렇게 회상했다. '작은 자기' 조세호의 기억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무더운 여름날, 조세호가 앉으려던 간이의자가 부서지고 유재석의 바지가 터지는 돌발상황 속에서 이들은 지금과 같은 미래를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조금씩 입소문을 타면서 <유퀴즈>는 열혈 시청자들을 착실히 모아갔다. 그리고 휴식기를 거쳐 2019년 다시 문을 연 <유퀴즈>는 우리 주변 사람들의 진솔한 이야기로 공감대를 형성하며 tvN의 대표 예능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유명 연예인들의 신변잡기가 주를 이루던 기존 TV 토크 예능과 차별화를 꾀한 것이다.

2020년 들어선 코로나라는 특수한 상황 때문에 즉석 만남 대신 사전 섭외로 형식에 변화를 줘야 했다. 이에 대한 시청자들의 엇갈린 평가가 있었지만 방탄소년단, 아이유, 브레이브걸스 같은 연예인뿐만 아니라 각계 각층 시민들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는 노력을 지금도 이어가고 있다.  

롤러코스터급 인기 <라스>
 
 MBC 대표 토크 예능 '라디오스타'의 초창기 모습

MBC 대표 토크 예능 '라디오스타'의 초창기 모습 ⓒ MBC

 
수요일 밤 웃음을 책임지는 케이블 방송의 대표주자가 <유퀴즈>라면 지상파에선 <라스>를 꼽을 수 있다.

MBC <라스>처럼 롤러코스터급 인기를 누린 예능도 찾기 힘들 것이다. 방송 초창기엔 전무후무한 5분짜리 편성 덕분에 초대손님 소개하기 무섭게 그날 방영분이 끝나고 마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도 벌어졌다. 간단히 말하면 '더부살이 신세'가 그때의 <라스>를 표현하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그 후 윤종신-김구라-김국진 등 구성원들이 만드는 엇박자 캐미는 이 프로그램의 웃음 포인트 역할을 담당했다. 특히 김구라의 독설, 윤종신의 밑도 끝도 없는 잔재미 입담은 <라스> 인기의 일등공신이다. 그리고 2015년 김구라를 연예대상 대상 수상자로 만들면서 <라스>는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한다. 

​하지만 정상에 올랐다면 내리막도 있는 법이다. 규현, 차태현, 윤종신에 이르는 고정 MC들의 하차로 안정감을 잃어간 데다 독한 토크에 대한 사람들의 거부감도 커지고 있다.

100회 맞이 특집 vs 고정 MC 확정... 승부는 이제부터
 
 최근 MBC '라디오스타'는 안영미 합류 이후 추가로 유세윤 복귀라는 방법으로 MC석 빈자리를 메우고 나섰다

최근 MBC '라디오스타'는 안영미 합류 이후 추가로 유세윤 복귀라는 방법으로 MC석 빈자리를 메우고 나섰다 ⓒ MBC

 
우선 <라스>는 전열을 가다듬는 모습이다. 일단 객원 MC 체제로 공석에 뒀던 고정 진행자 자리에 유세윤을 복귀시켰다. 최근 방영 100회 전후로 <유퀴즈>는 방탄소년단 특집을 마련하는가 하면 그동안 예능에서 얼굴 보기 힘들었던 아이유를 게스트로 초대할 만큼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무엇보다 <유퀴즈>와 <라스> 모두에 2021년은 무척 중요한 해다. <유퀴즈>로선 현재의 기세를 꾸준히 이어가는 것이 과제가 된 반면, <라스>로선 반격의 발판 마련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해진 것이다. 이들이 수요일 안방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 지켜보자.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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