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영화 <당신의 사월>을 연출한 주현숙 감독.

다큐멘터리 영화 <당신의 사월>을 연출한 주현숙 감독. ⓒ 시네마달

 
2014년 4월 이후 매년 우리의 봄은 그렇게 쉽게 지나쳐지지 않는다. 세월호 참사, 그 이후 6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진상규명의 길은 멀어 보인다. 때론 촛불을 들었고, 정권이 바뀌기까지 했지만 말이다. 그간 이 사건의 진실, 유가족을 조명한 여러 다큐멘터리 영화도 목적은 같았을 것이다. 

7주기를 맞은 올해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당신의 사월>은 조금 그 의미가 남다르다. 조각조각 제시된 참사의 원인, 기다리다 못해 속이 타버린 유가족의 무거운 모습보단 우리 주변, 보통 사람들의 태도에 주목했다. 사건을 직접 겪은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당시 현장의 처음과 끝을 지켜본 전 국민들은 세월호 참사에 대해 저마다의 생각, 그리고 어떤 감정을 품고 있을 것이다. '사회적 참사'로 이 사건이 분류될 수 있는 이유다. 영화는 참사 이후 서로 다른 삶을 사는 5명의 시민과 문지성 학생의 부친 문종태씨가 출연했다.

<당신의 사월>은 2018년 4.16연대 미디어위원회 중심으로 제작된 <공동의 기억: 트라우마>에 포함된 네 작품 중 하나였다. 당시 제목은 '이름에게'였고, 영화진흥위원회 등의 제작 지원 사업에 선정되면서 장편화가 진행됐다. 4월 1일 개봉을 앞둔 즈음 서울 용산 인근의 한 카페에서 주현숙 감독을 만났다.

"우리의 아픔은 지문만큼 다양해"

주현숙 감독은 "일상이 핵심 키워드였고, 피해자라는 시각이 아닌 각 개인이 자신의 목소리로 말하는 게 중요했다"고 운을 뗐다. 단편 형태로 공개된 2018년과 그 이후 우리 사회가 급변했기에 진상규명 요구가 극에 달했을 때, 유가족과 사건 생존자에 대한 혐오가 기승이었을 때 등 주요 시기별로 추가 촬영을 진행해 영화를 완성했다고 하다. 

"세월호 참사를 다룬 영화를 한다고 하니 주변에서 걱정하시면서 다들 자기 얘길 하시더라. 참사 자체도 힘들었지만 유족들을 폄훼하는 일도 참혹했다는 분도 계셨고, 다양한 기억을 꺼내주신 분들도 계셨다. 이 영화는 당신의 마음, 아픔을 이야기해도 되는 작품이었으면 했다. 고통은 지문만큼 다양하다는 말이 있잖나. 2016년 촛불집회 전까지 국가는 계속 참사의 흔적을 지워갔던 것 같다. 아무도 구하지 못했고, 아무도 처벌받지 않는 상황은 마치 이 사회가 하나의 거대한 무덤처럼 느껴지게 했다.

다큐 작업 자체가 뭔가를 이해하는 과정이라고 전 생각한다. 그간 시기마다 의미가 있는 세월호 다큐가 있었는데 참사 외부의 걸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다른 사람들의 마음은 어떤지 알아가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혹시 나 혼자 유난스러운 건 아닐까, 그리고 이런 내가 세월호에 대해 말할 자격이 있을까 의문도 가졌다. 이 영화는 당신도 그럴 자격이 있다고 얘기한다. 여전히 그 마음을 들여다보는 게 흔쾌하진 않지만 우리 각자 마음에 있는 슬픔을 들여다볼 수 있게 돼서 다행이라 생각한다."


영화엔 청와대 인근에서 10년 넘게 카페를 운영해 온 시민, 아이를 가르치는 교사, 고등학생 때 참사를 지켜본 뒤 이젠 연구자가 된 대학원생, 활동가 등이 등장한다. 감독은 참사를 중심으로 물리적, 정서적 경계를 기준으로 이들을 섭외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유가족 한 분이 포함된 것.

"카페 사장님은 여전히 힘들어 하시긴 한다. 그래도 감정을 들여다보시며 하실 말씀을 다 하신다.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주인공들이 그렇다. 자신의 감정을 억압하지 않고 솔직하다. 이 영화로 모든 걸 해결할 순 없겠지만 사람마다 느끼는 감정의 깊이, 감정을 느끼는 시기가 다르다는 걸 보여준다. 촛불집회 때 가진 기대, 그리고 그 이후 등장한 태극기 집회 등을 보면서 정말 다르다는 걸 다들 느끼시는 것 같다. 

지성 아버님은 유가족을 대표하시는 건데 7년을 싸워오신 거잖나. 그분 자체로 슬픔의 위계가 만들어진다고 생각했다. 그보다 더한 슬픔은 없을 테니까. 그러면서도 그 옆에 우리들이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었다. 참사 현장과 떨어져 있었지만 우리가 겪은 트라우마를 같이 얘기해볼 수 있지 않을까. 언젠가 유가족 분과 함께 어떤 행사 무대에 오른 적이 있다. 저조차도 괜찮으실까 생각하고 있더라. 슬픔 안에 그분들을 가두는 거지. 이 영화에선 좀 더 자유롭게 만들어드리고 싶었다." 

 
 영화 <당신의 사월> 언론시사회 현장.

영화 <당신의 사월> 언론시사회 현장. ⓒ 시네마달

 
잘 버티는 것

주현숙 감독은 <당신의 사월>에 담으려 했던 버티기 정서를 강조했다. 참사의 책임 당국, 관계자가 줄줄이 무혐의 처분을 받는 걸 지켜보며 무력감에 빠지기 쉽지만 "이미 진상규명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경험이 있는 이상 포기하지 않고 오래 사는 게 중요하다"며 감독은 말을 이었다.

"사실 이 영화를 좀 더 격정적으로 만들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근데 앞에 서 있는 사람부터 울면 거부감이 들 수도 있잖나. 꾹꾹 감정을 누르며 담담하게 전하려 했다. 결과적으로 잘한 선택인 것 같다. 배급사 대표님이 이 영화엔 사람들을 불편하지 않게 하는 공간이 있는 것 같다고 하셨다. 맞는 말씀 같다. 이어지는 현상과 등장하는 사실을 잘 들여다보면 언젠가 진실을 만날 수 있다고 전 믿는다. 고통스러우면 외면하게 되잖나. 너무 슬퍼하면 지는 것 같다. 답을 찾는 것 자체를 포기하지 말자, 최대한 오래 버티자고 생각하는 거지."

영화 엔딩 크레딧에 등장하는 가수 아이유, 그리고 당신이라는 이름 또한 그런 의미다. 감독 스스로 이 영화를 만들 때 슬픔이 엄습할 때면 아이유의 '이름에게'와 방탄소년단 노래를 들었다고 한다. 공식적으로 아이유가 밝히진 않았지만 '이름에게'는 세월호 희생자를 기억하며 아이유가 만든 노래로 알려져 있다. "아이유씨가 SNS에다가 그런 말씀을 해주셔도 참 좋을 텐데"하며 주현숙 감독은 웃어 보였다. 

"서울독립영화제 때 한 중국 감독님이 우리 영화를 보러 오셨다. 참사 당시 미국에 있었고, 뉴스를 통해 소식을 접했다고 하시면서 그때 마음이 너무 안좋았는데 이 영화를 만들어줘서 고맙다고 하셨다. 그분처럼 그때 사고 장면을 실시간으로 보신 분들은 모두 이 사건의 당사자라고 전 생각한다. 그렇기에 당신이 만약 세월호 참사를 생각할 때 마음이 아프다면 이 영화를 꼭 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영화 포스터에 노란 리본을 크게 강조한 것도 노란 리본 자체가 또 다른 상징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였다.

노란 리본은 잊지 않겠다는 다짐과 동시에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에게 묻는 일종의 안부의 아이콘이었으면 한다. 우리 잘하고 있어, 난 잘 지내고 있으니 좀 더 힘내자. 노란 리본을 다는 게 슬픔과 어떤 다짐만이 아닌 서로에 대한 안부이길 원한다."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