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방영된 SBS '런닝맨'의 한 장면.

지난 28일 방영된 SBS '런닝맨'의 한 장면. ⓒ SBS

 
지난 주말 지상파 예능 프로에선 한 50대 개그맨이 예상 밖 활약을 펼치며 시청자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았다. 주인공은 바로 지석진. 11년 동안 출연중인 SBS <런닝맨>을 제외하면 별다른 고정작이 없는 그였지만, 모처럼 초대손님으로 나선 <집사부일체>, <놀면뭐하니?>에서 놀라운 예능감으로 보는 이들을 포복절도하게 만드는데 성공했다.

<런닝맨>, <집사부일체>에선 일명 '투자의 마이너스 손, 꽝손'이란 평소 이미지를 200% 활용하는가 하면 신분을 감춘 채 나선 <놀면 뭐하니?>에선 놀라운 가창력과 뻔뻔함으로 제 몫을 톡톡히 했다. 결코 주역은 아니지만 연달아 출연한 3개 예능 속 지석진의 존재감은 MVP급이라 해도 손색이 없었다.

장수 예능 <런닝맨> 속 감초 역할 톡톡
 
​올해 들어 <런닝맨> 속 지석진은 최근 몇 년 사이 활동과 비교했을 때 가장 인상적이다. 장기 방영 프로의 특성상 한창 때 만큼의 화제, 인기몰이가 쉽지 않은 요즘이지만 <런닝맨>은 꾸준히 신규 소재를 발굴하고 고정 멤버간 끈끈한 협동심을 자양분 삼아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최연장자면서 11년간 개근중인 지석진을 향한 일부 시청자들의 시선은 한동안 썩 곱지 못했다. 웃음 유발의 지분이 상대적으로 적다보니 이에 대한 질책성 의견도 등장하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 방영분에선 지석진을 빼놓으면 이야기 전개가 쉽지 않을 만큼 에이스급 활동을 이어 나가고 있다. 특히 경제 관련 소재를 다룸에 있어 그가 지닌 '꽝손' 이미지는 재미 형성의 핵심이나 다름없다. 지난 2월 2주에 걸쳐 방영된 모의투자편이 가장 좋은 예다. 실존 상장회사들을 거래 대상으로 설정해두고 지난 10년치 실적을 토대로 투자 대결을 펼쳤는데, 이날 방송에서 지석진은 주위 소문에 연연하면서 단타 매매 등으로 일관하다 끝내 패배의 쓴 맛을 보고 말았다.  

​지난 28일 방송된 연예기획사 편에서도 지석진의 역할은 단연 압권이었다. 모의 자본금 30만 원으로 연예인을 영입하고 각 미션에 성공할 경우 수익 배분 비율에 맞춰 출연료를 나눠 갖는 방식으로 진행된 이날 방송에서도 그는 소속 연예인 김종국과 송지효가 이탈하면서 폐업에 직면하고 만다.

결국 최종 벌칙의 주인공 역시 지석진이 포함된 출연자들로 정해졌다. 그동안 "저연령 시청자 눈높이에 맞춰진 프로그램"이란 인식이 강했던 <런닝맨>이 과감한 내용 변화로 재미를 마련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투자계 마이너스' 지석진의 존재가 큰 힘이 됐다. 

<집사부일체> 팔랑귀 아이콘 + <놀면 뭐하니?> 뻔뻔한 오디션 참가자
 
 지난 28일 방영된 SBS '집사부일체' 실패스티벌 편의 한 장면

지난 28일 방영된 SBS '집사부일체' 실패스티벌 편의 한 장면 ⓒ SBS

 
지석진은 종종 여타 예능에 초대손님으로 등장하곤 하는데, 그가 그때마다 들려준 이야기의 상당수는 투자 실패 경험담이다. 사는 주식마다 속속 하한가 찍고 반토막이 나서 '주식계의 고등어'란 별명을 얻는가 하면, 비에 젖어 녹아버린 가짜 악어 가죽 지갑 구매담, 혜택 하나 못 받은 보험 가입 등 웃픈 사연들은 지석진의 이미지 형성에 결정적이었다.  

28일 소개된 <집사부일체> 실패스티벌 편에서 '실패의 아이콘' 중 한 명으로 그가 선택된 데엔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여기서도 지석진의 팔랑귀와 마이너스 투자 이야기는 시청자들의 배꼽을 빠지게 하게 큰 웃음 형성에 이바지 했다. 다리가 무려 6개 있는 닭부터 담가두면 2등급 소고기가 최고급 등심이 된다는 기적의 물 등 지석진에게 들어온 온갖 황당 투자 제안은 "주위 사람의 사기에 속지 말라"는 교훈과 재미를 동시에 선사했다.

​지석진의 웃음 진가는 여기에만 그치지 않았다. 27일 MBC <놀면 뭐하니?> MSG워너비 편에선 닉네임 '송중기'로 나서 기대 이상의 가창력과 이를 훨씬 뛰어 넘는 재미 생산으로 시청자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신분을 숨기고 있지만 누가 봐도 99% 지석진임을 눈치챌 수 있었던 이날 방송에선 박자와 발음 따윈 안중에 없는 방탄소년단 '다이너마이트' 커버로 보는 이들을 포복절도하게 만들었다. 

인기 틱톡커...'꽝손' 개그맨, 유머 감각은 상한가
 
 지난 27일 방영된 MBC '놀면 뭐하니'의 한 장면.  99% 지석진으로 추정되는(?) 참가자의 등장은 시청자들에게 큰 즐거움을 선사했다.

지난 27일 방영된 MBC '놀면 뭐하니'의 한 장면. 99% 지석진으로 추정되는(?) 참가자의 등장은 시청자들에게 큰 즐거움을 선사했다. ⓒ MBC

 
갈수록 TV 시청층이 높아진다지만, 개그맨 부부 중심의 JTBC < 1호가 될 순 없어 >를 제외하면 각 방송사 주력 예능에서 1960년대생 개그맨들의 비중은 결코 높지 않은 편이다. 이경규, 김용만, 김국진 정도만 여전히 두드러진 활약을 펼칠 뿐 상당수는 종편  '떼토크' 프로나 아침 교양 속 패널 등 제한된 역할에만 머문다. 어찌 보면 지석진은 그 경계에 놓여 있는 개그맨처럼 비쳐지기도 했다. SBS 대표 예능 <런닝맨> 고정 멤버 이외 영역에선 활약상이 아쉬웠던 인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석진은 최근 모처럼 나선 타 프로그램 출연에서 녹슬지 않은 감각으로 화제몰이에 성공했다. 이러한 활약의 배경에는 유튜브, 틱톡 등 다양한 동영상 SNS를 활용하는 평소 습관도 한 몫을 담당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1020세대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는 숏폼 영상 플랫폼 틱톡 내 지석진 계정(150만 팔로워 보유) 인기는 주목할 만하다. 이는 단순히 <런닝맨> 인기에 기댄 해외 사용자 유입으로만 만든 성과가 아니라, 젊은 이용자들 취향을 저격한 코믹 영상물을 만들어 올린 덕분이다. 

지석진이 앞서 언급한 3개 예능프로그램에서 모두 웃음꽃을 활짝 피울 수 있었던 건 우연히 얻은 결과라 볼 수 없다. 그는 방송에서 요즘 시청자들이 원하던 바를 적재적소에 채워주며 묻어가는 출연자가 아닌, 스스로가 즐거움을 주도하는 인물로 부각될 수 있었다. 비록 단발로 그칠 수 있겠지만 1966년생 개그맨이 지난 이틀 동안 선사한 재미만큼은 그 어떤 스타 예능인 부럽지 않은 수준이었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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