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피마르소의 머리 위로 헤드폰이 내려앉은 순간, 사랑은 시작됐습니다. 소녀의 눈앞에 완전히 다른 세상이 펼쳐졌지요. 아등바등 사느라 자주 놓치게 되는 당신의 낭만을 위하여, 잠시 헤드폰을 써보면 어떨까요. 어쩌면 현실보단 노래 속의 꿈들이 진실일지도 모르니까요. Dreams are my reality.[기자말]
10년간 열렬히 사랑하다가 
봄이 지르는 탄성 속에
기쁘게 이별하는 한 연인의 이야기 

아이유는 자신이 작사한 신곡 '라일락'을 이렇게 소개했다. 열렬한 사랑 끝의 기쁜 이별이라니, 세상에 그런 것도 있을까. 단지 역설적인 표현으로 보기엔 가사가 말하고 있는 그 이별이란 게 정말로 행복해 보이긴 하다.

"나리는 꽃가루에 눈이 따끔해(아야)/ 눈물이 고여도 꾹 참을래/ 내 마음 한켠 비밀스런 오르골에 넣어두고서/ 영원히 되감을 순간이니까  

우리 둘의 마지막 페이지를 잘 부탁해/ 어느 작별이 이보다 완벽할까/ Love me only till this spring"


완벽한 작별도 기쁜 이별도 오직 이런 경우에만 가능하지 않을까. 후회 없이 사랑한 후에 맞이하는 헤어짐. "후회 없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인생은 얼마나 근사한가. 29살의 아이유는 자신의 20대와 지금 이별 중이고, 그 헤어짐이 기쁘다면 그 이유는 후회가 없어서일 것이라 짐작하니 근사하게 느껴진다.
 
 아이유가 정규 5집 앨범 'LILAC'을 발표했다.

아이유가 정규 5집 앨범 'LILAC'을 발표했다. ⓒ EDAM엔터테인먼트

 
문득 지난 2019년 열린 아이유의 콘서트 영상에 달린 팬의 댓글이 떠올랐다. 아이유가 '내 손을 잡아'라는 자신의 자작곡을 부르며 목소리 하나로 무대를 장악하는 라이브 클립이었는데, "아이돌처럼 그룹도 아니고 솔로 가수가 저 큰 무대에서 몇 천 명의 사람들의 환호를 혼자 받으면서 노래 부르고 걸어 다니면 얼마나 속 시원하고 기분 좋을까"라는 글이었다. 이 댓글을 보면서 스치듯 지나간 생각도 이것이었다. 아이유의 인생은 후회가 없겠다, 하는.

물론 남의 속을 알 수는 없다. 겉으로 봤을 때 화려해 보인다고 속도 그런 것은 아닐 수도 있다. 그런데 아이유의 이번 새 앨범 <라일락>의 마지막 트랙 '에필로그'의 소개 글로써 아이유가 쓴 글귀를 읽어보면 아마도 "후회 없을 것"이라는 추측이 맞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다스러웠던 저의 20대 내내, 제 말들을 귀찮아하지 않고 기꺼이 함께 이야기 나눠 주신 모든 청자분들께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스물세 살의 아이유도, 스물다섯의 아이유도, 작년의 아이유도 아닌 지금의 저는 이제 아무 의문 없이 이 다음으로 갑니다. 안녕. -지은 드림"

아무 의문 없이 이 다음으로 간다는 말이 '후회 없다'는 말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이런 메시지가 '라일락' 이 노래에 담겨 있다고 생각하고서 들으니까 왠지 마음이 울렁거리면서 뭉클해졌다. 나도 "아무 의문 없이 앞으로 나아갑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하루하루를 살아야겠다는 의욕도 일었다. 

아이유의 20대를 많은 음악팬들은 지켜봐왔다. 아이유 개인의 삶은 잘 모르겠다 하더라도, 국민 여동생을 넘어 국민 가수로 나아가는 그의 음악적 행보에 있어선 확실히 후회가 없을 거라 추측해본다. 2017년 4월 발표한 < 팔레트(Palette) > 이후 4년 만에 내놓은 이번 정규 5집 앨범 < 라일락(LILAC) >에 수록된 10곡의 면면이 그것을 증명해준다. 

"오 라일락 꽃이 지는 날 good bye/ 이런 결말이 어울려/ 안녕 꽃잎 같은 안녕/ 하이얀 우리 봄날의 climax/ 아 얼마나 기쁜 일이야"

잘 쓴 가사는 리스너의 마음에 강하게 꽂히는 딱 한 구절이 있다는 말을 어디서 들은 적 있다. 개인적으로 '라일락'이란 노래의 '아 얼마나 기쁜 일이야'라는 구절에 나는 마음이 마구 흔들린다. 이상하게 나는 이 구절이 짠하다. 행복하면서도 슬프다. 아마도 겉으로 표현된 '기쁜'이란 단어 안에 희로애락이 모두 담겨 있는 듯이 느껴져서 일 것이다.

"Ooh ooh/ Love resembles misty dream/ 뜬구름처럼/ Ooh ooh/ Love resembles misty dream/ 뜬구름처럼"

뜬구름이란 단어가 가볍고 상쾌한 느낌도 주지만 흩어져 사라져버릴 것 같은 무상함의 이미지도 준다. 가수로서 대중으로부터 가없는 사랑을 받고 있는 아이유에 이 뜬구름을 이입해볼 때 아름다우면서도 조금은 쓸쓸한 정서가 느껴지는 건 너무 과한 감상일까.

아무튼 '라일락' 가사 리뷰를 요약하자면, 이번에도 아이유가 아이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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