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유괴됐다. 카트에 태워둔 3살 아들 성민(오자훈)이 사라졌다. 대형 마트에서 잠시 한눈 판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다. 화장품을 사러 갔던 미라(장소연)은 윤석에게 "여보, 카트 어디 있냐구"라고 되물었다. 윤석(박혁권)은 휴대전화 무이자 할부이벤트에 정신 팔렸던 자신을 자책했다. 정신없이 아이를 찾았다. 마트를 샅샅이 뒤졌다. 경찰이 출동했지만, 결국 아이를 찾지 못했다. 

삶은 망가졌다. 윤석은 직장을 그만두고 아이를 찾았다. 전단지를 뿌리며 길거리를 헤맸다. 실낱 같은 희망이라도 부여잡으려 했다. 제보전화가 걸려오는 곳은 어디라도 찾아갔다. 전국 방방곳곳 가지 않는 곳이 없었다. 시간은 계속 흘렀고, 그만큼 돈도 흘러나갔다. 아이와 함께 장밋빛 미래를 꿈꿨던 아파트에서 나올 수밖에 없었다. 급기야 미라는 정신을 놓아버렸다. 과거에 묶여버린 것이다. 

11년이 흘렀다. 미라의 조현병 상태는 점점 나빠졌다. 윤석은 겨우 숨만 쉬며 살아간다. 아들을 찾겠다는 일념으로 지금껏 버텨 왔지만, 이제 그 희망의 불씨도 점점 사그라들었다. 청주의 한 보육원에 성민과 닮은 아이가 있다는 제보를 받고한달음에 달려갔다. 이번이 마지막이란 생각이었다. 결과는 유전자 불일치였다. 힘이 쭉 빠졌다. 이제 그만해도 되지 않을까. 할 만큼 한 것 아닐까. 

절망의 순간, 한 통의 전화가 다시 걸려왔다. 대구였다. 처음엔 받지 않았다. 전단지를 보고 건 장난전화일 거라 지레짐작했다. 다시 전화기가 울렸다. 경찰서였다. 그래도 믿지 않았다. 문자 메시지로 실종 당시 성민의 옷과 신발 사진이 도착하자 그제야 실감이 났다. 지금이라도 당장 찾아가겠다고 했지만, 경찰관은 복잡한 사정이 있다며 내일 데려가겠다는 대답을 반복했다. 

 
 JTBC 드라마페스타 <아이를 찾습니다> 한 장면.

JTBC 드라마페스타 <아이를 찾습니다> 한 장면. ⓒ JTBC

 
아이를 맞을 준비를 했다. 집을 고치고, 방을 치웠다. 미용실에 들러 머리도 잘랐다. 그러나 미라는 점점 더 상태가 나빠져 성민이가 돌아온다는 말도 믿지 않았다. 윤석은 걱정스러웠지만, 그래도 성민이를 보면 정신이 돌아올 거라 기대했다. 다음 날, 경찰과 사회복지사가 찾아왔다. 그들은 윤석의 낡고 좁은 집을 보더니 키울 형편이 못 돼서 일부러 아이를 유괴한건 아닌지 의심부터 했다. 

윤석은 성민이를 찾느라 집안 형편이 어려워졌다고 구차한 설명을 해야 했다. 이어 경찰은 충격적인 이야기를 꺼내놓았다. 유괴범은 대학병원 간호사였는데, 성민이를 친아들처럼 키웠다. 성민이는 자신이 유괴됐다는 사실을 모른 채 자랐다. 얼마 전 유괴범은 속죄의 뜻을 담은 유서를 남긴 채 자살했다. 윤석은 당혹스러웠지만,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성민과의 재회가 무엇보다 우선이었다. 

11년 만의 재회, 윤석은 그 순간이 오면 행복만 가득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기대는 빗나갔다. 윤석을 기다린 건, 이 모든 상황이 당혹스러운 10대 소년이었다. 그럴만도 하다. 하루 아침에 자신의 엄마가 죽어버렸고, 더군다나 유괴범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으니 그 충격이 얼마나 컸겠는가. 게다가 유복한 환경에서 자랐던 성민에게 앞으로 살아야 할 낡고 좁은집은 낯설기만 했다. 

"여기가 진짜 네 집이야."
"저 진짜 유괴된 거 맞아요? 확실해요?"


11년 만에 돌아온 아이 그러나...

JTBC 드라마페스타 2부작 <아이를 찾습니다>(연출 조용원, 극본 김보라)는 시청자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유괴됐던 아이가 돌아오면 해피엔딩일까. 11년의 세월이 흘렀다면 어떨까. 본드로 붙인 것마냥 재건될까. 이미 가족은 붕괴됐다. 게다가 아이는 자신이 유괴당한 사실도 모른 채 살아왔다. 유복한 환경에서 사랑받으면서. 대답은 생각만큼 간단하지 않다. 윤석이 마주한 현실처럼 말이다. 

과연 가족은 회복될 수 있을까. 시청자의 바람과는 달리 윤석과 미라, 성민의 삶은 더욱 기구하게 흘러간다. 성민은 좀처럼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다. 혼란은 가라앉지 않았다. 지난 시절을 송두리째 부정하는 것도, 자신을 키워준 엄마를 유괴범으로 매도하는 것도 싫었다. 지금의 가난한 집과 새롭게 생긴 부모를 받아들이는 것 역시 어려웠다. 성민이라는 이름조차 낯설었다.
 
 JTBC 드라마페스타 <아이를 찾습니다> 한 장면.

JTBC 드라마페스타 <아이를 찾습니다> 한 장면. ⓒ JTBC

 
미라는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성민을 보면 증세가 호전될 거란 기대는 물거품이 됐다. 미라는 계속해서 성민을 알아보지 못했다. 급기야 성민이 가져온 옷을 모두 잘라 조각냈다. 윤석은 절망했다. 아이가 돌아왔지만 삶은 원상태로 회복되지 않았다. 오히려 아이를 찾아 헤맬 때가 나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땐 지푸라기 같은 희망이나마 남아있었으니까. 

성민은 미라에게 돈을 달라고 했고, 미라는 자신을 엄마라 부른 성민에게 망설임 없이 돈을 건넸다. 성민은 돈을 챙겨 버스를 타고 떠났다. 성민을 맨발로 쫓아 나왔던 미라는 길을 잃고 산을 헤매다 실족사하고 만다. 윤석은 성민을 탓하며 오열하지만 달라지는 건 없없다. 장례식을 마친 후, 윤석은 성민과 함께 시골로 향한다. 그곳에서도 성민은 적응하지 못했고, 고등학교에 진학 후 집을 나가버렸다. 

드라마의 끝은 알쏭달쏭하다. 어느 날, 성민과 함께 가출했던 보람(박세현)이 윤석을 찾아온다. 그리고 몰래 그들이 낳은 갓난아기를 놓아두고 떠난다. 윤석은 멍하니 그 아기를 바라본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잠시 뒤, 윤석은 손을 뻗어 아기의 작은 손을 만져본다. 아기는 그런 윤석의 손가락 하나를 꼭 쥐었다. 어쩌면 윤석에게 그 아기는 또 하나의 희망이 될 수 있을까. 

그동안 유괴를 다룬 영화나 드라마가 많았지만, <아이를 찾습니다>는 여타의 작품들과 확연한 차별화를 보인다. 아이를 찾는 과정이 아니라 아이가 돌아온 후의 이야기를 다루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아이를 찾으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고, 해피엔딩으로 귀결될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로 그럴까. 파탄에 이른 가정은 쉽사리 회복되지 못하고, 한번 붕괴된 가족은 그 간극을 좀처럼 채우지 못한다. 

<아이를 찾습니다>는 그 가혹한 현실을 군더더기 없이 풀어냈다. 수작이라 불러도 손색없을 정도이다. 김보라 작가는 김영하의 동명의 단편소설을 담담히 각색했고, 조용원 PD는 현실감 있게 연출해냈다. 윤석을 연기한 박혁권은 과하지 않은 절제된 연기로 시청자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무엇보다 삶에 대한 심도 깊은 질문들을 적나라하게 던진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작품으로 기억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그리고 '너의길을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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