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당신의 사월> 언론시사회 현장.

영화 <당신의 사월> 언론시사회 현장. ⓒ 시네마달

 
'세월호 침몰 장면이 나오지 않는 유일한 세월호 다큐멘터리'.

영화 <당신의 사월>을 연출한 감독의 소개말처럼 공개된 작품은 일종의 '치유'의 목적이 강해 보였다. 23일 서울 건대입구 롯데시네마에서 언론시사회가 열린 가운데 주현숙 감독을 비롯해 영화에 직접 출연한 박철우씨와 세월호 참사 유가족인 문종택씨, 유경근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이 참석해 영화가 가진 남다른 의미를 전했다.

<당신의 사월>은 2018년 공개된 <공동의 기억: 트라우마>에서 비롯된 작품이다. 4.16연대 미디어위원회 소속이던 4명의 감독이 각기 다른 주제로 선보인 네 작품을 묶은 옴니버스 영화였고, 이중 주현숙 감독은 <이름에게>라는 제목으로 7명의 일반 시민을 주인공으로 등장시킨 작품을 만든 바 있다. <당신의 사월>은 당시 작품을 확장시켜 세월호 참사를 바라봐 온 사람들을 중심으로 그들의 일상과 생각의 변화를 담고 있다.

시민들이 주인공인 첫 영화

주현숙 감독은 "참사 3주기 때가 좀 지나서 시작한 프로젝트"라고 운을 뗐다. "참사를 지켜본 사람들이 주인공인 영화로 심정적, 물리적 거리를 기준 삼아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라며 그는 "국가가 외면해 직접 바다로 나가야 했던 어민, 부모 다음으로 아이들을 책임지고 가르치는 어른인 교사, 그리고 참사를 겪은 희생자들과 또래, 물리적으로 청와대 근처 커피 가게에서 지켜봐 오신 분 등을 섭외하게 됐다"고 기획 취지를 전했다.

감독은 "세월호 영화를 만든다고 하니 주변에서 보인 첫 반응은 '힘들지 않냐'는 말이었고, 뒤이어 바로 자신들의 경험을 얘기하는 식이었다"라며 "이 사건은 나만의 것이 아닌 모두의 기억이구나. 해볼 만한 이야기임을 깨달았다"라고 말했다.

영화의 탄생 및 제작 과정을 지켜봐 온 유경근 위원장은 "지난 7년간 단식도 하고, 현장서 투쟁도 하는 등 많은 일을 했는데 그때마다 궁금했던 건 이런 우리 모습을 지켜보는 사람들은 대체 무슨 생각을 할까였다"며 "속으로 욕하지 않을까, 같이 아파하지 않을까 궁금했는데 그걸 알 수 있게 한 최초의 영화라고 생각한다"고 감상 소감을 말했다. 

유 위원장은 "우리 사회가 유가족에게 공감해야 한다는 얘길 많이 해주셨는데 반대로 이 영화로 유가족분들이 우리 곁에 있던 시민분들에게 공감할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다"며 "그간 세월호를 다룬 영화가 많이 나왔는데 대부분이 희생자와 유가족, 참사가 주인공이었다. 그래서 또 하나의 세월호 영화가 나왔다는 표현은 맞지 않는 것 같고, 세월호 참사로 마음 아파했던 시민분들 이야길 처음 다룬 영화로 소개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우리의 이웃 여러분들이 주인공인 영화다. 시민들의 마음을 담은 첫 영화기에 보시고 치유 받고 가셨으면 좋겠다. 그간 제대로 말 못 했고, 표현 못 했던 트라우마들이 있으실 것이다. 유가족 앞에서 어떻게 말하냐며 망설이셨던 분들도 이 영화로 치유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유경근 집행위원장)
 
 영화 <당신의 사월> 언론시사회에 참석한 주현숙 감독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

영화 <당신의 사월> 언론시사회에 참석한 주현숙 감독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시네마달

 
영화의 엔딩 크레디트엔 특별한 두 이름이 보인다. 하난 '가수 아이유'이고, 다른 하난 '당신'이라는 인칭대명사다. 주현숙 감독은 "그날을 목격한 많은 분들이 어떤 마음을 갖고 사시고 계신지, 세월호 문제는 유가족과 일부 운동가만 싸워서 될 일이 아니기에 우리 모두가 아픔을 얘기하다 보면 당사자가 될 수 있을 거란 욕심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아이유에 대해서도 감독은 "20년 넘게 작업을 했지만 세월호 관련 작업이 쉽진 않았다. 내 마음속 슬픔 덩어리를 들여다볼 만큼 강하지 않았다"며 "힘들 때마다 가수 아이유의 '이름에게'라는 노래를 들었다. 공식적으로 밝히진 않았지만 참사 희생자를 생각하며 만든 노래라고 알려져 있다. 감사한 마음에 넣게 됐다"고 말했다.

어느 카페 사장의 고백

이날 간담회 참석한 박철우씨는 서울 통인동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자영업자다. 영화 출연 계기를 묻는 말에 그는 "사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감정을 말하는 게 나만의 경험일 수 있기에, 그리고 아직 (희생자) 아이들의 영정을 가 보지 못했다. 아이들의 이름과 사진을 보는 게 여전히 버겁기에 출연에 거부감이 있었다"라며 "이런 감정을 정리하려는 시도조차 없다면 언제 트라우마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싶었다"라고 답했다. 

박씨는 "오늘 이 자리에 사람들이 많이 왔는지 궁금했는데 배급사 대표께서 오세훈, 안철수 이슈, 미얀마 등 이슈가 많다고 하시더라"며 "왜 매년 4월이 되면 이 사건이 전혀 해결되지 않고 있음을 알게 되는지 모르겠다"고 답답한 마음을 토로했다.

마찬가지로 영화에 등장하는 문종태씨는 "지난 8년을 지성이 아빠로 살다 보니 제 이름이 나오는 게 굉장히 낯설긴 하다"라고 소감부터 전했다. 그는 "영화엔 커피집 사장님도 있고, 진도 동거차도라는 섬에 계시는 어부 이옥영씨 이야기도 있다"며 "영화엔 나오지 않지만 그분이 미역 닻을 올릴 때 하얀 뭔가가 올라온다고 하신다. 세월호 참사에서 유실된 아이가 있었는데 제 딸 지성이가 그 닻에 있었다"고 말을 이었다.

"사실 영화에 나오는 것엔 관심 없었다. 동거차도에 수없이 들어갔지만 제가 알아볼 게 있어서였다. 진실규명을 위해 당시 세월호를 본 주민들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제가 2014년 8월 8일, 그러니까 우리가 단식을 시작할 때부터 카메라를 들기 시작했다. 들 때마다 늘 조심스럽다. 그래도 이제껏 나온 사실보다 더 명확하게 밝히기 위해 카메라를 계속 들어야 하지 않을까. 우리를 비추고 있는 세월호가 사고가 아닌 사건으로 잘 비쳐지길 바란다. 세월호 관련 영화가 (보기에) 많이 힘들었던 것 같다. 근데 이 영화는 친구들에게 손잡고 같이 보자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참 좋다." (문종태씨)
 
 영화 <당신의 사월> 언론시사회 현장. 왼쪽부터 주현숙 감독, 유경근 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 박철우 통인동 카페 사장.

영화 <당신의 사월> 언론시사회 현장. 왼쪽부터 주현숙 감독, 유경근 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 박철우 통인동 카페 사장. ⓒ 시네마달

 
유경근 집행위원장은 최근 진상조사 과정에서 불거지는 불협화음과 지난함에 솔직한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다. "지난 7년간 성역 없는 진상규명 한 가지만 얘기하고 있다. 조사 과정에서 사참위가 음모론에 빠진 게 아닌지 공격하는 분들도 있는데 다시 말씀드리지만 어떤 의혹이든 의심이든 사실관계를 확인해보고 정리하면서 조사하자는 게 우리 요구"라며 유 위원장은 "영상이나 데이터 조작 여부, 증거품 수거 과정에서 누가 개입한 게 사실인지 밝혀달라 요구하는데 수사 자체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 우리가 요구하는 성역 없는 수사와 배치되는 것"이라 짚었다. 

이어 그는 "문재인 정부에서 참사의 진실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해 국가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가 되길 바란다"며 "만약 이때 제대로 해결 못 하고 다음 정부에 넘긴다면 우리 모두에게 불행한 일이 아닌가 싶다. 반드시 이 정권 내에 밝혀야 한다"고 강하게 말했다.

이날 간담회 진행을 맡은 배급사 시네마달 김일권 대표는 "세월호 참사를 또 말하는 게 지겨운 게 아니라 진상규명이 아직도 되지 않은 게 지겨운 것"이라며 현재 상황을 정리하기도 했다.

영화 <당신의 사월>은 오는 4월 1일 개봉한다.
당신의 사월 세월호 아이유 7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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