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극장'에선 처음 또는 다시 볼 만한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세월의 흔적이 묻은 작품부터 아직 국내에 정식으로 소개되지 않은 작품까지 다양하게 다루려고 합니다.[기자말]
<블록 아일랜드 사운드> 영화 포스터

▲ <블록 아일랜드 사운드> 영화 포스터 ⓒ 30 Bones Cinema


어부 톰(네빌 아챔볼트 분)의 가족이 터전으로 살아온 섬 '블록 아일랜드'. 어느 날부터 섬에 새와 물고기가 죽은 채로 떼로 발견되는 이상 현상이 일어난다. 톰마저 몽유병에 걸린 것마냥 배를 타고 떠나는 기괴한 행동을 벌이다 급기야 변사체로 발견된다. 갑작스런 아버지의 죽음에 충격을 받은 아들 해리(크리스 셰필드 분)는 누나 오드리(미켈라 맥마너스 분)의 만류를 뿌리치고 섬에서 일어나는 이상한 현상을 조사하기 시작한다.

영화 <블록 아일랜드 사운드>는 첫 장면에서 잔잔한 바다 한가운데를 떠다니는 엉망진창인 배에 쓰러진 톰을 보여준다. 주위엔 동물이 으르렁거리는 듯한 소리가 들린다. 톰에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영화는 톰에게 일어났던, 그리고 일어나는 일을 비롯해 새와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한 이상한 현상에 대한 해답을 관객에게 쉽사리 알려주지 않는다. 그저 섬에 드리운 어둡고 불길하며 기괴한 기운만을 목격할 따름이다.

<블록 아일랜드 사운드>는 세상과 동떨어진 섬에서 일어나는 기이한 현상들, 톰의 알 수 없는 행동과 죽음, 아들 해리가 겪는 환영과 두통, 가족 사이에 벌어지는 갈등, 끊임없이 들려오는 신경질적인 소리, 진실과 거짓을 섞어버리는 음모 이론 등을 재료로 삼아 호러, 미스터리, 스릴러, SF 장르를 자유로이 넘나들며 관객의 상상을 유도한다.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수께끼처럼 진행하던 전개가 하나로 만나는 3막엔 실로 놀라운 결말이 기다리고 있다. <유전>(2018)이나 <겟 아웃>(2017)처럼 말이다.
 
<블록 아일랜드 사운드> 영화의 한 장면

▲ <블록 아일랜드 사운드> 영화의 한 장면 ⓒ 30 Bones Cinema

 
극의 몰입을 높여준 힘엔 배우의 연기가 큰 몫을 한다. 어부 톰 역할을 맡은 네빌 아챔볼트는 소름 끼치는 환영으로서 기능을 충실히 수행한다. 주인공인 크리스 셰필드는 슬픔, 분노, 무서움, 낯설음 등 다양한 감정을 오가며 영화의 풍부함을 더한다. 점차 광기에 빠져드는 해리의 모습은 마치 <샤이닝>(1980)의 주인공 잭(잭 니콜슨 분)을 보는 느낌이 든다. 섬의 고립성, 주인공의 편집증적인 행동, 실제와 상상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화법은 <라이트하우스>(2019)의 영향을 받은 인상이다.

영화의 제목 <블록 아일랜드 사운드>는 블록 아일랜드 섬의 '해협(Sound)'을 일컫는다. 바닷가를 주요 무대로 삼았기에 지리상의 의미가 있다. 또한, 넓고 깊은 바다는 두려움을 자극하는 공간이자 인간의 초라함을 대비적으로 보여주는 곳이기도 하다. 육지 사이에 끼여 있는 좁고 긴 바다인 해협은 가족 사이의 거리를 뜻하기도 한다.

한편으론 <블록 아일랜드 사운드>는 블록 아일랜드 섬에서 들리는 '소리(Sound)'란 의미를 가진다. 영화는 곳곳엔 정체불명의 소리가 각종 전자 기기를 통해 들려오는 장면을 넣었다. 이 소리는 등장인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극의 기괴함과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블록 아일랜드 사운드> 영화의 한 장면

▲ <블록 아일랜드 사운드> 영화의 한 장면 ⓒ 30 Bones Cinema

 
케빈 맥마너스와 매튜 맥마너스 형제가 공동 연출한 <블록 아일랜드 사운드>는 마지막에 해답을 알려줄지언정 거기까지 가는 과정이 느리고 모호하기 짝이 없다. 빠른 답변을 요구하는 관객에겐 맞질 않는다. 흔하디흔한 싸구려 호러 영화가 남발하는 점프 스케어나 피, 징그러운 이미지 따위에 기대질 않는다. 미지의 존재, 반전, 분위기를 중시하는 H.P. 러브크래프트의 영향 아래에서 만들어진, 주제와 형식 공히 '다른 시각'의 흥미로운 영화다. 제24회 판타지아 영화제 상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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