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연이 출연한 영화 <미나리> 스틸컷

스티븐 연이 출연한 영화 <미나리> 스틸컷 ⓒ 판씨네마

 
한국계 미국인 배우 스티븐 연(38)의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 지명에 영화계가 들썩이고 있다. 

미국 현지 언론들은 16일(한국시각) 스티븐 연이 아시아계 미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고, 수상까지 노리고 있다며 "아카데미의 역사를 새로 썼다"라고 일제히 주목했다. 

1983년 서울에서 태어난 그는 5살 때 부모를 따라 캐나다로 이민 갔다가 얼마 후 미국 미시간주로 옮겨 정착했다. 

부모는 디트로이트에서 미용용품 상점을 운영했다. 캘러머주 대학에 들어간 스티븐 연은 의사나 변호사가 되길 바라는 부모의 뜻에 따라 졸업 후 의사가 되기 위해 신경과학을 공부하며 심리학 학위를 땄다.

그러나 대학 1학년 때 우연히 본 연극과 코미디에 호감을 느꼈고, 배우가 되길 원했다. 다행히 아들의 뜻을 존중한 부모는 2년 정도만 뜻을 펼쳐보라고 기회를 줬고, 그는 유명 배우 빌 머레이를 배출한 시카고의 코미디 극단 '더 세컨드 시티'에 들어갔다. 

다만 극단 생활은 얼마가지 못했다. 그는 지난 4일 <피플>과의 인터뷰에서 "코미디에 재능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극단을 나온 스티븐 연은 할리우드로 건너갔다.

수많은 오디션을 봤지만 탈락이 일상이었다. 생계를 위해 레스토랑에서 아르바이트를 했고, 비디오게임의 성우도 했다. 무명 생활이 길어지자 한국으로 건너가 연기를 해볼까 고민도 했지만, 한국어에 자신이 없어 포기했다.

<워킹데드>로 주목받기 시작
 
 스티븐 연을 스타덤에 올린 미 TV 드라마 시리즈 <워킹데드>의 한 장면

스티븐 연을 스타덤에 올린 미 TV 드라마 시리즈 <워킹데드>의 한 장면 ⓒ AMC

 
그러다가 큰 기회가 찾아왔다. AMC가 제작한 TV 드라마 <워킹데드> 오디션에 합격한 것이다. 좀비에 맞서 사투를 벌이는 생존자 가운데 한 명인 글렌 역할을 맡은 스티븐 연은 유약한 청년이 사랑하는 여자를 지키기 위해 용감한 전사로 변해가는 과정을 연기했다.

<워킹데드>가 미국 전역에서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스티븐 연도 단숨에 주목받는 배우가 됐다. 또한 봉준호 감독의 <옥자>, 이창동 감독의 <버닝>에도 출연하며 한국 영화와도 인연을 맺었다.

그는 2016년 <워킹데드 시즌6>에서 죽음을 맞는 것으로 드라마에서 하차했다. 당시 글렌이라는 캐릭터를 아꼈던 팬들의 불만이 빗발쳤으나, 그는 오히려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며 연기의 폭을 넓혀갔고, 그 과정에서 만난 작품 가운데 하나가 정이삭 감독의 <미나리>였다.

자신과 가족을 위해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겠다는 일념으로 농장을 가꾸는 아버지 제이컵을 연기한 그는 <피플>에 "내가 부모님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알아내야 했고, 또한 부모님이 내게 어떤 존재인지를 고민하는 것이 어려웠다"라고 말했다.

<미나리>가 아카데미 역사를 새로 썼지만, 앞서 열린 골든글로브에서는 영어 대사 비중이 적다는 이유로 주요 부문 후보로 지명되지 못해 차별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스티븐 연의 영국 <가디언> 인터뷰 갈무리.

스티븐 연의 영국 <가디언> 인터뷰 갈무리. ⓒ 가디언

 
스티븐 연은 지난 14일 영국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영화계에서도 잘못된 제도와 규정에 맞서 싸우는 일이 진행되고 있으며, 나도 여기에 참여하게 되어 기쁘다"라고 각오를 밝히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스티븐 연에 앞서 1957년 <왕과 나>로 남우주연상을 차지한 율 브리너, 또한 1982년 <간디>로 남우주연상을 차지한 벤 킹즐리 등이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그러나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자신이 몽골 혈통이라는 브리너의 주장은 허위였고, 킹즐리는 인도 출신 아버지 밑에서 태어난 영국인이었다며 '아시아계 미국인'으로서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것은 스티븐 연이 최초라는 것이 팩트"라고 못 박았다.

스티븐 연이 더 나아가 아카데미 트로피까지 거머쥐게 될지, 그 결과는 4월 25일 시상식에서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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